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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영국 본사, 살균제 판매 개입 포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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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의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가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실험이 생략된 것을 알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단서를 한국 검찰이 확보했다.

독성실험 생략 알고도 방관 의혹

검찰에 따르면 레킷벤키저는 2004년 옥시가 판매하는 제품들을 조사한 뒤 그해 10월 ‘옥시싹싹NEW가습기당번’의 제품안전보건자료 (PSDS)를 한국에 보냈다. PSDS는 제품 안전을 위해 필요한 유해성 정보를 기재해놓는 문서다. 이 자료엔 ‘살균제 원료(PHMG)에 대한 독성실험 자료가 없음’이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레킷벤키저 측은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판매에 대해 “본사가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제품 유해성도 알지 못했다”고 해명해왔다. 하지만 검찰은 PSDS를 통해 레킷벤키저가 가습기 살균제 판매에 개입했고, 안전성 검증 필요성도 인지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30일 “이와 관련해 레킷벤키저의 호주연구소 연구원(인도)을 한국에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 2011년에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본격화되자 레킷벤키저가 사건 축소·은폐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옥시 측에 유리한 실험보고서를 만든 혐의로 구속된 서울대 조명행 교수가 2011년 11월에 실험 결과를 서울 여의도 옥시 사무실에서 발표할 때 본사 관계자 2~3명이 참석한 것도 이와 관련돼 있다고 보고 있다. 수사팀은 이들이 실험 데이터를 ‘짜깁기’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소환조사를 추진 중이다.

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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