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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비행장 어디로 옮기나…서두르는 수원, 들끓는 화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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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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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말에 지어진 수원 군 공항. 70여 년 만의 이전을 앞두고 논쟁이 뜨겁다. 사진은 지난 6일 수원 군 공항에서 블랙이글팀이 이륙하는 모습. [사진 수원시]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0년대 초 경기 수원에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활주로가 건설됐다. 일본 패망 후 활주로는 유엔이 관리했고 1949년 미군은 기존 활주로(1559m)를 2743m로 확장했다. 한국전쟁때는 유엔군의 전투기가 뜨고 내렸다. 전쟁 후 1954년부터 우리 공군이 운용을 시작했다.

수원, 비행장 터 활용안 이미 세워
시민들 “옮겨갈 곳 빨리 발표해야”
이전 지역에 5000억 지원 계획도
후보지들 “삶의 터전 빼앗길라”

일제강점기·한국전쟁의 역사를 간직한 수원 군 공항이 70여 년 만의 이전을 앞두고 대체 후보지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수원시민들은 후보지 선정이 늦어지는 것에 대한 불만이 높고, 이전 대상지로 언급되는 지역 주민은 ‘왜 이곳이냐’고 반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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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이전은 ‘도심의 낡은 공항을 옮겨야 한다’는 주민 요구로 2013년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시행령이 제정되면서 본격 시작됐다. 수원시는 2014년 군 공항 이전 건의서를 제출해 지난해 5월 국방부의 군 공항 이전 승인까지 받아 놓았다. 소음피해가 심한 서수원지역 주민을 주축으로 한 ‘군 공항 이전을 위한 시민협의회’도 구성됐다. 국방부와 수원시는 지난해 5월 경기도 화성·평택·안산·광주·용인·여주·이천·양평·안성·하남 등 10개 시·군에서 사전설명회까지 마쳤다. 하지만 이전 승인 1년이 넘어도 후보지조차 확정하지 않고 있다.

장성근 군공항이전수원시민협의회 공동회장은 30일 “지난해 군 공항 이전 승인 후 1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후보지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하루 빨리 후보지를 발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방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국방부 김윤곤(대령) 군공항이전사업정책과장은 “인구·작전반경·인근공항(민·군)의 비행구역 등을 고려해 현재 후보지 선정 작업을 하고 있다”며 “현재의 수원과 같이 인구 밀집지역은 후보지 선정시 부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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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와 수원시 관계자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후보지들 중에서 화성이(우정읍 호곡리·원안리) 가장 자주 거론되고 있다. 도심과 가깝지 않고 다른 공항과의 비행구역이 겹치지 않아야 한다는 국방부의 조건을 비교적 고루 만족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화성이 유력하다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 군 관계자는 “화성은 오산·인천공항과 비행구역이 겹친다. 화성을 포함해 다른 9곳의 후보지도 모두 비행구역이 겹치기 때문에 현재로선 모두 검토 대상”이라고 말을 아꼈다.

화성 지역 주민 의견은 둘로 갈리고 있다. 김성영(67) 원안1리 이장은 “조상 대대로 400년을 이어온 삶의 터전을 한 순간에 빼앗기는데 누가 그냥 나가겠느냐. 무조건 반대한다”고 말했다.

호곡리에 거주하는 70대 주민 김모씨는 “군 공항이 들어온다는 얘기는 알고 있는데 아직 뭐가 뭔지 모르겠다. 정부가 한다면 우리가 어쩌겠나. 보상만 많이 해 주면 상관 없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결정되는 후보지(1450만㎡, 440만평)에 5조원을 투입해 공항시설·소음완충지역을 갖춘 새로운 군 공항을 지어줄 계획이다. 이와 함께 생활지원금 1000억원 등 모두 5000억원을 현지 주민을 위해 투입할 계획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현재의 수원공항 부지 매각 대금 등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수원시는 기존 수원 비행장 활용 방안을 이미 세웠다. 활주로는 공원과 산책로 등으로 꾸미고, 격납고는 야외음악당과 미술관·박물관으로 리모델링할 예정이다. 첨단산업 연구단지와 의료산업단지도 조성하기로 했다. 2만5000여 가구의 아파트와 주택 단지도 짓는다.

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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