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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 거부하면 아내 때릴 수 있다" 이상한 이슬람 법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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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라호르에서 지난해 12월 벌어진 여성인권 보호 시위 [라호르 AP=뉴시스]

파키스탄에서 아내에 대한 가벼운 체벌을 허용하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고 CNN이 28일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이슬람 이념 자문위원회’는 최근 아내가 남편의 명령을 거부하거나 남편이 원하는 복장을 갖추지 않으면 아내를 때릴 수 있는 법안을 제출했다.

163페이지 분량의 이 법안에 따르면 특별한 종교적 사유가 없는데도 성관계를 거부하는 경우에도 체벌이 가능하다. 그 밖에 히잡을 쓰지 않는 경우, 남편 허락 없이 타인에게 현금을 주는 경우도 체벌 사유가 된다. 심지어 지나치게 큰 소리로 말하거나 낯선 사람과 대화도 체벌 대상 목록에 올라 논란이 되고 있다.

이슬람 이념 자문위원회는 법령이 이슬람 교리에 부합하는지 검토하는 헌법기구다. 위원회의 무함마드 칸 시리니 의장은 “여자를 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우선 충고를 해야 하며, 이를 거절한다며 가벼운 구타는 허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체벌의 강도와 관련해선 작은 막대기 정도의 매가 허용되며 강한 폭력은 금지된다. 위원회는 얼굴이나 중요부위를 때리는 것도 피하도록 권고했다.

파키스탄 일간 익스프레스-트리뷴은 최근 파키스탄 의회에 상정됐다 무산된 ‘펀자브 여성 보호법’과 관련해 위원회가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며 이번 체벌 허용 법안을 제시했다고 분석했다. 펀자브주에서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쉼터를 제공하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부결됐다.

위원회의 법안은 권고의 효력을 가지며 실제 발효되기 위해선 의회를 통과해야 한다. 위원회측은 이번 법안이 코란의 가르침과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기초한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법안은 보수적 이슬람이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주는 창(window)”이라며 “법안에 따르면 여성 간호사가 남성 환자를 치료하는 것도 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키스탄인권위원회에 따르면 파키스탄에는 약 70%의 여성이 가정폭력으로 고통 받고 있다. 인권위는 “이 법안은 파키스탄 여성을 더 속박하는 것”이라며 “법안 초안이 사회적 논의를 거쳐 부결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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