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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에 먼저 들어간 17세 지적장애 소녀… "성폭행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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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가 있는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에게 대법원이 원심을 깨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아동ㆍ청소년의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모(20)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판결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조씨는 지난해 2월 피해자 A(17)양을 불러내 모텔로 데려간 뒤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양은 정신과 클리닉에서 경계성 지능 진단을, 심리 상담 기관에선 인지 기능에 제한이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1·2심은 “A양의 나이나 인지 기능(IQ86)으로 볼 때 일반 성년 여성 수준의 상황 대처 능력이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조씨가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조씨에게 징역 5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80시간, 정보공개 고지 5년 등이 선고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결을 뒤집었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강간 혐의가 합리적 의심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조씨가 새벽에 연락해 만나자고 했는데 A양이 거절하지 않은 점▶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피해자가 먼저 모텔방에 들어간 점▶성관계 과정에서 직접적인 폭행ㆍ협박은 없었다고 진술한 점▶성관계 당일 스스로 사후피임약을 처방받은 점 등을 조씨의 무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전체지능지수를 볼 때 이런 판단을 하기 어려울 정도가 아니었다는 것도 이번 판결의 이유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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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다만 조씨가 또 다른 미성년자에게 술을 먹인 뒤 성관계를 가져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했다.

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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