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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반퇴테크] 목돈 넣고 맘대로 쓰는데…정기예금보다 이자가 많군요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 은행, 예대마진 줄자 다양한 혜택으로 큰 손 고객 모으기
연 이자 1.6% 주는 곳도…1년 새 17% 늘어 510조 넘어

⑫ 수시입출식 통장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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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구(58·공무원)씨는 그동안 적금으로 모아온 돈을 찾아서 재투자하려다가 고민에 빠졌다. 자녀 결혼 비용으로 쓸 돈이기 때문에 펀드 등의 원금 손실이 있는 상품엔 투자가 꺼려졌다. 그렇다고 정기예금 상품에 묶어 뒀다 중도 인출할 경우, 그나마 낮은 이자조차 제대로 못 돌려받을 것 같아 망설여졌다.

그러던 이 씨는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예금 상품 중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상품을 소개받았다.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많이 떨어져서 수시입출금식 상품의 금리와도 큰 차이가 없다고 판단한 이 씨는 수시입출금식 통장에도 목돈의 일부를 예치하기로 결정했다.

반퇴 세대가 재테크를 할 때 유념해야 할 부분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기존에 알고 있던 ‘금융 상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와 수시입출금식 예금의 금리 차가 컸다. 수시입출금식 통장의 금리는 0%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정기예금 금리는 떨어진 데 비해 수시입출금식 예금 금리는 되레 올랐다.

2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년 만기 정기예금 기준 은행의 예금금리는 1.16(광주은행)~1.8%(KDB산업은행) 수준이다. 이에 비해 하루 단위로 이자를 지급하는 초단기 입출금식 통장인 MMDA 예금 금리는 1억원 이상일 경우 0.7~1.2% 수준이다. 1년 만기 정기예금과 비슷한 금리를 주는 수시입출금식 예금이 있다는 얘기다.

같은 은행 내에서도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SC제일은행의 ‘마이플러스통장’은 전월 대비 평균 잔액을 유지하거나 평균 잔액보다 금액이 높아지면 1000만원 이상 잔액에 대해 1.5%의 금리를 적용한다. 이 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인 ‘홈앤세이브’의 예금 금리와 같다.

씨티은행의 대표 수시입출금식 통장인 ‘씨티자산관리’는 잔액이 5000만~2억원일 경우 5000만원 한도로 1.3%의 금리를 쳐준다. 가입 금액이 커질 수록 금리가 높아져 최대 1.6%까지 올라간다. 이 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프리스타일예금) 금리가 1.3%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액일수록 수시입출금식 통장에 입금하는 게 유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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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수시입출금식 예금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SC제일은행의 마이플러스통장은 지난해 5월 출시 이후 1년 만에 2조3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씨티은행의 씨티자산관리 통장도 출시 8개월 만에 1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예금 잔액은 지난해 4월 437조5000억원에서 올해 4월 510조4000억원으로 16.7% 증가했다. 왜 이 같은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 걸까. 저금리 기조에 따라 예대마진이 줄면서 전통적인 저축 상품으로는 수익을 내기가 어렵게 된 은행이 전략을 바꿨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수시입출금식 통장이 있는 곳을 주거래 은행으로 이용하는 만큼 수시입출금식 통장의 혜택을 늘려 주거래 고객을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주거래 고객을 확보하면 카드나 펀드, 보험상품 등을 판매해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이자이익은 2011년 39조1000억원을 기록한 뒤 꾸준히 줄어 지난해 33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은행의 총이익 중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9.1%에서 지난해 15%로 상승했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수료 수익은 금리나 환율 등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주거래 고객을 기반으로 수수료 수익을 얻는 것이 은행 입장에선 안정적으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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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주거래를 조건으로 수시입출금식 통장에 높은 금리를 지급하는 경우도 많다. 신한은행의 주거래미래설계 통장은 해당 계좌를 수급 통장으로 지정해 연금을 받으면 50만~300만원의 잔액에 한해 1.75%의 금리를 제공한다. KEB하나은행의 직장인 우대통장은 최근 3개월간 2개월 이상 월급을 50만원 이상 이체하면 200만원 이하의 금액에 한해 1%의 이자를 적용한다.

다만 이런 수시입출금식 예금 상품은 가입 기간이나 금액 조건에 따라 이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금 규모나 가입 기간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의 고단백 MMDA 상품은 100일 초과시엔 1000만원 이상 잔액에 대해 0.9%라는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제공하지만 100일 이전에는 1000만~3000만원까지 0.15%의 금리만 준다. 1000만원 이하에 대해선 기간에 상관없이 이자가 0%다.

김용남 SC제일은행 수신상품팀 이사는 “자금 계획에 맞게 수시입출금식 통장을 잘 활용하면 현금 유동성과 정기예금 수준의 금리 혜택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5년 이상을 내다보고 장기적으로 투자할 자금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활용하고, 단기간에 사용할 목돈은 고금리 수시입출금 통장을 이용하는 등 자금의 성격에 따라 금융 상품을 적절히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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