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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송강 시비공원 확장 사업 추진하는 이은만 위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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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님 날 나흐시고 어마님 날 기르시니.
두 분 곳 아니시면 이 몸이 사라실가.
하늘 같은 가 업슨 은덕을 어데 다혀 갑사오리.’
(해석)
‘아버님께서 나를 낳으시고 어머님께서 나를 기르시니,
두 분이 아니셨더라면 이 몸이 살아 있었겠는가.
하늘 같이 높으신 은덕을 어느 곳에 갚아 드리오리까.’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문인인 송강 정철(1536~1593) 선생이 지은 시조 ‘훈민가(訓民歌)’의 첫 구절이다. 송강 선생은 관동별곡ㆍ사미인곡ㆍ속미인곡ㆍ성산별곡 등 4편의 한글 가사와 83편의 시조, 760여 편의 한시(漢詩)를 남겼다.

훈민가는 송강 선생이 1580년(선조 13년) 강원도 관찰사로 있을 때 부모에 대한 효성 등을 주제로 지었다. 훈민가의 주요 내용을 담은 시비는 현재 경기도 고양시 신원동 송강마을 내 39번 국도변 ‘송강 시비공원’에 설치돼 있다. 이 공원은 1997년 시민들에 의해 시비 5개와 표지석 1개를 갖추고 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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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 시비공원

이 시비공원과 300m 거리의 공릉천변에 ‘송강 시비공원 확장 사업’이 시민들에 의해 추진 중이다. 주인공은 ‘송강 시비공원 조성위원회’ 위원장인 이은만(75ㆍ문봉서원장) 송강문학관장이다. 그는 앞서 1997년 사비를 털고 시민들의 참여를 받아 송강이 살았던 이 마을에 자그만 시비공원을 조성했다. 이듬해에는 다시 사비를 털어 송강문학관을 시비공원 옆에 조성, 방문객과 청소년들에게 송강문학과 효 사상ㆍ전통 예절 등을 가르치고 있다. 송강문학관 일대에서 2003년부터 매년 송강문학축제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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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만 위원장이 송강 시비공원에서 시비공원 확장 조성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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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만 위원장이 송강 시비공원에서 시비공원 확장 조성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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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만 위원장이 송강 시비공원에서 시비공원 확장 조성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은만 위원장은 경기도가 123억원을 들여 공원 인근에 추진 중인 ‘공릉천 고향의 강 정비사업’과 병행해 이 사업을 추진중이다. 시민들로부터 송강 가사집에 있는 시를 새긴 빗돌 83개를 기증받아 공원 내 산책로변 2.3㎞ 구간에 30m 간격으로 시비를 설치할 예정이다. 현재 개인과 단체 기증으로 시비 5개가 마련된 상태다. 오는 9월부터 시비를 설치할 예정이다.

그는 송강마을과 송강 선생의 각별한 인연에서 착안해 사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송강 선생은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부모가 송강마을에 살았고, 이 곳에서 부모가 별세하자 3년씩 묘소 옆에 움막을 짓고 공양 올리는 시묘살이를 했고, 이후에도 수년간 살며 작품활동을 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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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은 시비 공원 확장을 위해 공릉천 고향의 강 정비사업 중 ‘약속 마당’이라고 계획된 곳의 공원 명칭을 ‘송강 약속마당’으로 변경해 줄 것을 경기도에 요청해 둔 상태다. 이곳에다 기존 송강 시비공원과 연계해 시비를 추가 설치한다는 구상이다. 이 위원장은 “조선시대 가사문학을 대표하는 문인인 송강 선생과 고양시의 송강마을을 널리 홍보하고, 국내 유일의 ‘가사문학 하천변 산책로’를 조성하기 위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비공원이 제 모습을 갖추면 400년 한국 가사문학의 과거와 현재ㆍ미래가 소통하는 문학관광 명승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비는 개인과 단체의 후원으로 기증받고 있다. 시비 뒷면에는 참여자의 이름과 가훈 등도 새겨 넣을 계획이다. 문의는 송강문학관(010-2276-7215)

고양=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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