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중독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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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세상엔 별난 병도 다 있다. 요즘 해외 토픽으로 화제가 된, 미국인의 상당수가 앓고있다는 「성중독증」. 어떤 보험 외판원이 5년 동안 6백∼7백 명의 여성과 관계를 맺었고, 또 한 중년여인은 8년 동안 무려 1천2백 명의 남성과 자리를 같이 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런 설마하는 「비속한 가십」이 신문에까지 오르고, 또 화제가 되는 것은 이 같은 「성중독증」환자가 날로 증가하여 미국 전체 인구의 3∼5%나 된다는 쇼킹한보고 때문이다.
문명 비평가들은 20세기 후반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섹스의 범람이라고 하다. 이상의 소멸, 가치의 혼돈, 정치· 사회적 무력감이 이런 왜곡된 성문화를 낳는다는 것이다.
「에로스」는 희랍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신이다. 「아프로디테」의 아들로 날개를 띠고 화살을 쏘는 동자의 모습이다. 이 에로스 (성애) 에 철학적 의미를 부여한 것은 「플라톤」이다.
그는 인간형성의 신화를 「아리스토파네스」를 등장시켜 설명했다. 즉 인간은 원래 양성적 존재여서 2개의 머리, 4개의 팔, 4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 이 양성인간은 능력이 비범하여 신들을 우습게 여겼다. 그래서「제우스」 신은「아폴로」의 힘을 빌어 사람을 두 조각으로 갈라 남자와 여자로 만들었다.
이 남녀는 서로의 편신을 사모하여 아무 일도 안하고 항상 같이 붙어 있다가 결국 굶어 죽는다. 「제우스」는 할 수 없이 종족의 번식과 욕망을 만족시키는 「방법」을 연구해냈다. 그것이 에로스다. 그러나 「플라톤」은 관능적인 미에서 예지적인 미로 나가는 이데아(이상)추구의 심기라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에로스의 역사는 토픽류 말고도 인류 문화사에 많은 화제를 뿌렸다. 그 한 예가 중국의 왕조사다.
유명한 당의 현종은 양귀비를 비롯해 고후 1인, 부인은 뇌비·숙비·덕비·현비 4명이고, 소의이하 9인, 화부 9인, 미인 9인, 재인 9인, 빈임 27인, 첩녀 27인, 도합1백21인을 거느리고도 그밖에 장안과 낙양의 별궁에 4만명의 여인을 두었다는 기록도 있다.
또한 1909년 파리도서관에 근무했던 시인「아폴리네르」는 이 도서관의 지옥함 (발금도서) 속에서 이상한 책을 발견했다. 유명한「마키·드·사드」의 작품들이다. 이른바 「사디슴」의 창시자다.
이처럼 성은 동서고금을 통해 기괴한 화제를 만들어 왔다. 문제는 그 사회의 도덕적 수준이다.
물질문명과 정신문화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선 성도 쾌락과 유희의 도구로 전락하고 만다. 성중독증은 쾌락 추구의 차원보다 더 낮은 하나의 「중독」증상이다. 문명의 종말을 보는 느낌조차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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