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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8000여 기업에 “위해우려 제품 정보 다 제출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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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생물을 죽이거나 억제하는 기능을 하는 화학물질인 ‘살생물제’가 들어간 화학제품 사용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환경부가 8000여 개 기업으로부터 관련 제품의 전체 성분 자료를 건네받기로 했다.

위해성 평가해 하반기 결과 공개
방향제·탈취제·합성세제 등 15종
자료 제출 거부 땐 과태료 부과
산업부 소관 공산품도 내년 적용
업계 “제품 안전성 알릴 기회”

최근 화학제품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자 부랴부랴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조사 대상은 방향제·탈취제·합성세제·표백제 등 ‘위해우려제품’ 15종으로, 실생활에서 널리 쓰이면서도 위해성 우려가 크다는 판단에 따라 환경부가 지난해 4월 산업부로부터 관리권을 넘겨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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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섭 환경부 화학물질정책과장은 24일 “위해우려제품을 제조·수입하는 8000여 개 기업에 다음달 중 살생물제 등 관련 정보를 제출받을 예정”이라며 “많이 쓰이거나 위해 우려가 높은 살생물제는 올 하반기 위해성 평가를 실시해 그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받기로 한 정보는 제품에 함유된 전체 성분과 함량, 성분별 기능 등이다.

환경부는 특히 스프레이형 방향제와 탈취제를 제조·수입하는 기업들과는 안전관리협약을 맺고 하반기 중 해당 성분 자료를 제출받기로 했다. 이를 위해 25일 생활화학제품을 생산·수입하는 80여 개 업체와 대형마트 등 10여 개 유통사 관계자를 불러 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환경부는 협약에 참여하지 않거나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기업은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에 따라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또한 산업부 등 다른 부처가 관리하는 제품이라 하더라도 살생물제가 들어갔거나 함유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화학제품과 공산품의 경우 내년 중 똑같은 수준의 자료 제출을 요구하기로 했다. 에어컨·공기청정기 항균 필터 등 제품 표시 문구에 살균·멸균·항균 등의 단어가 들어 있거나 이런 기능을 가진 제품이 대상이다. 이와 함께 제품에 직접 포함되진 않았지만 제품 용기나 포장 등에 이용된 살생물제에 대해서도 실태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환경부는 그동안 “관리권이 넘어온 위해우려제품 이외의 공산품에 대해서는 사실상 성분 자료를 요청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제품안전기본법 등 관련 법령을 다각도로 검토한 결과 위해 우려가 있는 제품에 대해서는 환경부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이를 토대로 행정조치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환경부의 방침이 전해지면서 관련 업계도 이날 온종일 분주하게 움직였다. LG생활건강·애경·피존·P&G·아모레퍼시픽 등 80여 개 생활화학제품 생산·수입 업체는 25일 열리는 안전성 검증 설명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최근 문제가 된 CMIT·MIT는 이미 2012년 신상품부터 빼기 시작해 지난해 말 애경의 모든 제품에서 빠졌다”며 “특정 화학성분이 논란이 될 경우 회사 연구소 차원에서 즉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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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오히려 이번 전수조사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최근 옥시 사태가 불거지면서 마녀사냥식으로 마치 모든 생활화학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알려지는 데 대해 억울한 측면이 적지 않았다”며 “그런 점에서 제3자의 객관적 검증은 충분히 받아들일 만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논란이 되는 생활용품 시장은 원래 축소되는 추세였다”며 “전수조사를 통해 정상적인 제품에 대한 인증을 받고 불필요한 의심이 확산되는 것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시윤·곽재민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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