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의 러브레터’로 맨유 마음 돌린 모리뉴

중앙일보

입력 2016.05.25 00:57

업데이트 2016.05.25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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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스페셜 원(특별한 존재)’이 ‘추락한 명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구할 수 있을까.

레알 등 이끌며 22회 우승 명감독
지난해 선수와 갈등 첼시서 쫓겨나
팀 개혁안 담은 편지 비밀리 전달
독선적 행동 우려해 주저하던 맨유
판 할 감독 경질하고 후임자로 낙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맨유는 24일 루이스 판 할(65·네덜란드) 감독을 해임했다. BBC 등 영국 언론은 이날 맨유가 조제 모리뉴(53·포르투갈) 전 첼시 감독에게 사령탑을 맡길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박지성(35)이 2005년부터 7시즌간 활약했던 당시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최강이었다. 알렉스 퍼거슨(75) 전 감독은 1986년부터 27년 동안 각종대회에서 38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퍼거슨 은퇴 후 2013년 맨유를 지휘한 데이비드 모예스(53) 감독은 리그 7위에 그쳐 한 시즌 만에 경질됐다.

2014년 8월 부임한 판 할 감독 역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리그 4위에 머문 데 이어 올 시즌엔 5위로 쳐졌다. 다음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진출에도 실패했다. 판 할 감독을 위해 맨유는 2억5000만 파운드(4315억원)를 쏟아부으면서 선수를 영입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꿈의 구장’으로 불렸던 맨유의 올드 트래포드는 ‘하품의 극장’이란 비아냥까지 들었다.

BBC에 따르면 올 시즌 맨유는 1990년 이후 정규리그 최소인 49득점에 그쳤다. 반면 백패스는 20개 팀 중 최다인 3222차례를 기록했다. 맨유 미드필더 출신으로 현재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폴 스콜스(42)는 “정말 지루한 축구다. 팬과 선수는 물론 판 할 감독마저 지루하게 느낄 것”이라고 독설을 날렸다. 판 할 감독은 지난 22일 FA컵 우승을 이끌었지만 계약기간 1년을 남긴 상태에서 해고됐다.

지난해 12월 첼시에서 경질된 모리뉴는 그동안 강력하게 맨유의 감독직을 원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모리뉴가 지난 1월 맨유에 6장짜리 편지를 보냈다. 자신이 맨유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러브레터였다’고 주장했다. 모리뉴의 에이전트가 강력하게 부인했지만 ESPN은 모리뉴와 맨유가 지난 1월부터 교감을 나눴고 최근 2주간 협상이 급진전됐다고 보도했다.

맨유는 왜 모리뉴를 원한걸까. 밑바닥부터 정상까지 경험한 모리뉴야말로 명가를 재건할 적임자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1963년 포르투갈 세투발에서 태어난 모리뉴는 무명클럽을 전전하다가 23세에 축구선수를 그만뒀다. 지도자를 꿈꿨던 그는 리스본 체육학교 ISEF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한 뒤 1992년 보비 롭슨 스포르팅 리스본(포르투갈) 감독의 통역으로 일했다. 모리뉴는 잉글랜드 축구영웅 롭슨 감독이 깜짝 놀랄 정도로 전술 분석에 능했다. 롭슨 감독을 따라 바르셀로나(스페인) 통역으로 일하면서 한달에 60유로(8만원)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지도자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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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유로파리그, 2004년 유럽 챔피언스리그

모리뉴는 결국 2000년 포르투갈 벤피카 감독을 맡아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41세였던 2004년엔 FC포르투(포르투갈) 감독을 맡아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그리고는 같은해 첼시 감독으로 취임하면서 “난 유럽의 챔피언이고, 스페셜 원”이라고 당당하게 외쳤다. 무리뉴는 이후 2008년 인터밀란(이탈리아), 2010년엔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감독을 맡아 총 22회 우승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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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세리에A·유럽 챔피언스리그·코파 이탈리아(3관왕)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파리생제르맹과 결별하는 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5·스웨덴)는 인터밀란 시절 사제지간이었던 모리뉴 감독을 따라 조만간 맨유 입단이 유력하다.

그는 2013년 펴낸 자서전 『나는 즐라탄이다』에서 “2008년 모리뉴와 첫 통화를 했다. 그는 나보다 이탈리아어를 더 잘 구사했다. 인터밀란 감독을 맡자마자 3주 만에 기초를 뗐다고 하더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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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코파 델 레이, 2012년 프리메라리가

모리뉴는 선수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영어·스페인어·이탈리아어·프랑스어 등 5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또 즐라탄은 “모리뉴만큼 상대팀을 자세히 아는 감독을 만나본 적이 없다. 상대팀 3순위 골키퍼의 신발 사이즈까지 안다. 그가 ‘굶주린 사자, 검투사처럼 싸우자’고 말하면 선수들은 ‘죽을 각오로 뛰겠다’라고 답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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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2006년, 2015년 프리미어리그

승승장구했던 모리뉴는 첼시에서 지난해 12월 사실상 해임됐다. 선수들과 갈등이 있었고, 팀 탁터와도 충돌했다. 맨유가 걱정하는 부분도 이 점이다. 하지만 맨유 수비수 출신 필립 네빌(39)은 “모리뉴는 검증된 챔피언이다. 맨유 팬들은 5위가 아닌 우승을 바란다”고 지지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퍼거슨 감독 시절 맨유는 질 경기를 비기고, 비길 경기를 이겼다. 당시 ‘위닝 멘털리티(winning mentality)’가 있었다. 모리뉴가 맨유를 맡는다면 팀을 탈바꿈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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