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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대학 리포트] 중국의 MIT 칭화대 “제2의 알리바바·샤오미 여기서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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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화대 정문에 들어서면 대학 본관인 ‘주로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대학 내에서 가장 큰 건물인 이곳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연설을 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짝퉁과 불량품의 천국이었던 중국의 IT산업이 무섭게 발전하고 있다. 국내에서 직구 열풍을 일으켰던 샤오미는 보조 배터리뿐 아니라 스마트폰·웨어러블 기기 분야까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알리바바는 중국을 넘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가 됐다. 중국 IT산업은 하루아침에 발전한 게 아니다. 오래전부터 이를 위한 준비가 이뤄져 왔다. 그 중심에 있는 게 중국의 MIT라 불리는 칭화대(淸華大學, Tsinghua niversity)다. 105년의 역사를 가진 이 학교는 올해 중국 교육부가 선정한 가장 좋은 대학에 뽑힌 것은 물론, QS(Quacquarelli Symonds) ‘2015~2016 세계 대학 순위’에서도 상위권이다. 전 세계 대학 중에는 25위를 차지했고, 아시아 중에서는 싱가포르국립대(NUS, 12위)와 싱가포르 난양기술대(NTU, 13위)에 이어 3위를 했다.

이공계 최고 명문이자 벤처 육성 기지
졸업생 무료 사무실 임대 등 창업 지원
“외국인은 취업비자 받을 수 없어 귀국”

방학 땐 모든 학생이 계절학기 들어야
3~4학년은 휴학 안 돼 졸업 후 군 입대
문제풀이 수업, 사회주의 수업도 특색

학교 정보
칭화대(淸華大學, Tsinghua University)
지역: 중국 베이징
구분: 국립 종합대학
설립 연도: 1911년
학제: 4년제 학사와 2~3년의 석·박사 과정
학기 구분: 2학기제 (1학기 9월~1월, 2학기 2월~6월)
학부 총 학생 수: 1만5636명 (한국인 유학생 800명가량)
교수 1인당 학생 수: 4.6명
개설학과: 19개 단과대 75개 전공 운영
(건축대·경제관리대·인문대·사회과학대·의과대·법과대·금융대·생명과학대·토목수리대·신문방송대·자연과학대·약학대·마르크스주의대·항공항천대·기계공학대·재료과학대·정보통신대·미술대·공공정책대·환경대)
학비: 유학생은 학과별로 상이. 보통 연간 약 5000달러(약 589만원). 내국인은 연간 770달러(약 90만원)
기숙사비: 유학생 한 달 기준 1인실, 2인 2실 각 370달러(약 42만원), 2인 1실 185달러(약 21만원)
홈페이지www.tsinghua.edu.cn
주소 Tsinghua University, Haidianqu, Beijing, China
전화번호 +86-10-62793001


창업 인큐베이터 ‘칭화사이언스파크’

자강불식 후덕재물(自强不息 厚德載物). 중국 베이징에 있는 칭화대 정문에 들어서면 이 글귀가 새겨진 표석을 만날 수 있다. 여기뿐 아니라 캠퍼스 곳곳에서 이 글귀를 확인하는 게 가능하다. 원래 유교 경전인 ‘주역’에 나오는 말이지만 칭화대가 교훈으로 사용하고 있다. ‘쉬지 않고 정진에 힘쓰며 덕성을 함양한 뒤 재물을 취한다’는 뜻이다.

칭화대는 베이징대와 함께 중국 내에서 최고의 대학으로 꼽힌다. 두 학교는 오랫동안 경쟁과 협력 관계를 맺으며 발전을 이뤄왔다. 일어일문학과 3학년 조진만씨는 “베이징대를 미국의 하버드대에 견준다면 칭화대는 MIT라고 할 수 있다”며 “인문계열에서 강세를 보이는 베이징대와 달리 칭화대는 이공계열에서 두각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역사는 중국 최초의 국립 종합대인 베이징대가 칭화대보다 13년 정도 앞서지만, 규모 면에서는 칭화대가 우위에 있다. 칭화대 캠퍼스의 전체 면적은 3.95㎢로 베이징대(2.73㎢)보다 크고 서울 여의도(2.9㎢)의 1.4배 정도 된다.

칭화대가 이공계열에서 강세를 보이는 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1950년 중국의 국공내전에서 국민당 정부가 패하면서 당시 칭화대 총장이었던 메이이치는 타이완에 새로운 학교 설립을 모색했고, 이후 공과대를 제외한 교원들이 탄압을 받으면서 규모가 축소됐다. 오늘날의 모습을 갖춘 건 78년 중국 개방 정책을 펼친 이후 단과대를 복원하거나 설립하기 시작하면서다. 2000년대 들어서 후진타오에 이어 시진핑까지 두 명의 국가주석을 연달아 배출하면서 정치·경제 리더 양성의 산실로도 자리 잡았다.

이제는 중국 첨단산업과 벤처기업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대표적인 게 학교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칭화사이언스파크’다. 기업·연구소·연구원이 밀집된 산학연 클러스터로 학생들의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예컨대 칭화대 졸업생이 창업을 하면 칭화사이언스파크에서 거의 무료로 사무실을 임대한다. 이후 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학교 측이 일정 지분을 갖는 식이다. 창업하는 학생은 자금이 부족한 초기에 자립할 수 있고, 학교는 수익을 낼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조씨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중관춘과도 10분 거리에 있다”며 “칭화사이언스파크에서 제2의 알리바바, 샤오미 같은 기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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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교훈 ‘자강불식 후덕재물’.

외국인 입학기준 완화돼 유학생 증가 기대

칭화대는 한국에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학교지만 한국 학생이 유학하기는 쉽지 않은 곳이었다. 대학별로 시험을 치러 영미권 국가에 비해 대입제도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해야 유리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은 중국에서 다시 3~4개월간 국제학교에 다닌 후 시험을 보는 경우가 많다. 대원외고를 졸업하고 사회과학대 국제관계전공 2학년에 재학 중인 한도연씨는 “칭화대에 재학 중인 한국 학생들은 대부분 중·고등학교 때 중국으로 유학 간 경우”라며 “졸업장을 딴다고 해도 모든 시험을 중국어로 치기 때문에 웬만한 실력으로는 합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어수평고시(HSK) 5급 이상 성적을 제출하면 대학 입학시험과 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중국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해도 외국인은 대학에서 실시하는 시험에 응시해야 한다. 중국인들은 한국의 수능에 해당하는 가오카오를 통해 실력을 확인할 수 있지만 시민권이 없는 외국인들은 이 시험을 치를 수 없기 때문이다.

대입 시험은 이과와 문과가 치르는 과목이 다르다. 이과는 수학(100점), 영어(100점), 물리(100점), 화학(50) 과목을 합쳐 350점 만점이고, 문과는 어문(100점), 영어(100점), 작문(80점), 상식(20) 과목을 합쳐 300점 만점이다. 같은 문과여도 세부 전공으로 경제학이 있는 사회과학대나 경영대는 수학(100점) 시험을 치러야 한다. 조씨는 “보통 이과는 350점 만점에 230점 이상, 문과는 300점 만점에 190점 이상을 받으면 안정권이라고 알려졌다”며 “문과 중에서도 인기가 좋은 법학과·신문방송학과는 210점 이상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칭화대도 국제화를 위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유학생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으며, 2016학년도부터 외국인을 대상으로 입학 기준을 완화했다.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라 불리는 국제공통 대학입학자격시험, 영국의 A-레벨 등으로 입학이 가능해졌다. 조씨는 “지금까지 유학생은 대부분 아시아로 한정돼 있었는데, 앞으로 좀 더 다양한 국가에서 유학을 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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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연구소가 모인 산학연 클러스터 ‘칭화사이언스파크’.

질문만 받는 수업이 따로 있다

칭화대 커리큘럼은 교훈인 ‘자강불식 후덕재물’과 맞닿아 있다. 학생들이 쉬지 않고 정진할 수 있게 돕는 프로그램이 많다. 질의응답 시간이 대표적이다. 모든 수업에는 질의응답 시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교수가 강의를 마칠 때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학생들에게 질문을 받는 게 아니라 따로 1~2시간 정도 시간을 정해놓고 이뤄진다.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이 시간을 이용해 언제든 교수에게 일대일로 질문할 수 있다.

‘시티커’라 불리는 문제풀이 수업도 있다. 보통 이공계열 과목에서 많이 진행하는데, 수업 중에 다 풀지 못했던 문제를 따로 시간 내 푸는 시간이다. 자동화과 3학년 장우진씨 “기본 강의만 이뤄지는 한국 대학과 달리 수업 내용을 보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며 “질의응답 시간이나 시티커 등을 잘 활용하면 유학생으로서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방학 때도 모든 학생이 계절학기를 들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이수 학점이 모자라거나 재수강이 필요한 학생들만 참여하지만, 칭화대에서는 보충수업의 개념으로 이뤄진다. 한국 고등학교의 방과후수업과 비슷하다고 이해하면 된다. 20학점 정도 이수해야 하는 학기와 달리 5학점 정도 들으면 된다. 수강 신청도 따로 이뤄지고, 학기 중에 배웠던 내용과 연장선에 있는 내용이 많다. 전자공학과 2학년 김영규씨는 “이런 시간을 통해 학기 중에 부족했던 부분을 보충하고 복습할 수 있다”며 “학교에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가르치려고 노력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열정적인 교수와 밤새워 공부하는 학생의 모습은 세계 명문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수업 중에 이뤄지는 사상교육이다. 중국 학생들은 이 과목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중국이 1978년 개방정책을 시행하면서 시장경제체제로 돌아섰지만,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사회주의국가기 때문이다. ‘사상도덕과 법률기초’ ‘중국근현대사강요’ 등이 그에 해당한다. 얼핏 보면 도덕이나 역사 수업 같지만 마오쩌둥을 찬양하고 미국 자본주의의 단점을 부각하는 내용이 많다. 이런 수업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조씨는 “수업을 통해 사회주의와 민주주의를 좀 더 중립적으로 바라보게 됐다”며 “또 현재 중국을 이루고 있는 사상의 기반이 뭔지 알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정치경제학원리’ 수업을 통해 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한 경제학에 대해 배웠다. 그는 “이를 통해 하나의 현상에는 한 가지 관점이 아니라 여러 가지 관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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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학생 150여 명이 참가한 한국 학생회 개최 운동회.

4000만 명 중 1등 한 학생들이 모인 곳

세계 유수 대학처럼 칭화대도 졸업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학과별로 논문을 통과해야 하고 F(60점 미만)가 하나라도 있으면 졸업이 불가능하다. F 받은 과목은 졸업 전에 반드시 재수강을 해야 한다. F를 받은 과목이 25학점을 넘어가면 퇴학인데, 학점 따기가 어려워 퇴학을 당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유학생이라고 예외는 없다. 조씨는 “2011년에 칭화대 개교 100주년 기념으로 이공계 유학생을 100명 뽑은 적이 있는데, 정상적인 코스를 밟아 4년 만에 졸업한 사람은 5명밖에 안 됐다”며 “나머지는 퇴학당하거나 학점 때문에 1년 더 다녔다”고 말했다.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동시에 적용하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고, 조금만 공부를 소홀히 하면 F 학점을 무더기로 받을 수도 있다.

칭화대는 중국에서도 각 지역에서 1등 하는 학생들만 모인 곳이기 때문에 학점 따기 어려운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중국의 대학은 지역별로 할당제가 있어 대학이 속한 지역의 학생들을 좀 더 많이 뽑을 수 있다. 베이징에 있는 칭화대에 들어가려면 다른 지역의 성과 시·자치구에서는 보통 1, 2등을 해야만 합격할 수 있다. 중국 인구가 13억 명이고, 현재 성과 시, 자치구의 개수는 32개다. 보통 한 지역을 이루고 있는 인원이 4000만 명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우리나라 총인구수에 맞먹는 수치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에서 전국 1등을 하는 학생들만 모여 있는 곳이 칭화대라는 얘기다. 김씨는 “그만큼 우수한 학생이 많고, 공부도 열심히 한다”며 “캠퍼스 내에서 화장한 여자나 멋을 부린 사람들은 100% 유학생이거나 관광객”이라고 말했다.

우수한 학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건 장점이지만 단점도 많다. 가장 큰 단점은 휴학이 어렵다는 것이다. 군 입대를 앞둔 남학생의 경우는 불만이 크다. 1, 2학년 때는 휴학이 가능하지만 F가 3개 과목 이하여야 하고, 3, 4학년 때는 아예 휴학할 수 없다. 한씨는 “1학년을 마친 후 군대 갔다 와서 다시 학교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 남학생은 보통 졸업하고 군대를 간다”고 말했다.

취업 문제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 유학을 마친 후 현지에서 일자리를 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유학생은 중국에서 취업비자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간혹 취업하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3개월에 한 번씩 비자 때문에 한국을 오가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칭화대를 졸업하는 한국인 유학생들은 보통 한국으로 돌아와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취업을 한다. 학교에 남아 석·박사 과정을 이어가거나 아예 일본이나 싱가포르 같은 다른 나라도 가서 일자리를 구하기도 한다. 조씨는 “현지에서 취업할 생각을 했다가 실망한 사람도 많다”며 “외국인 취업비자 문제 등은 중국의 국제화를 위해 정부에서 방법을 강구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학맥 지도
시진핑·후진타오 등 21세기 중국 이끄는 ‘칭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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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시진핑 현 중국 국가주석(화학과 졸업, 법학 박사),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수리공정학과 졸업), 주룽지 전 중국 총리(전기제조학과 졸업), 중국 국보 문학자 지셴린(서양문학과 졸업), 한동수 한양대 건축학과 교수(건축학 박사),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경영학 박사), 김동하 부산외대 중국학부 교수(경제학 석사), 최철 삼성전자 부사장(MBA), 배요환 우련통운 대표(중문학과 졸업)

‘거대 중국을 이끄는 지도층을 이해하려면 칭화대를 봐라.’ 2000년 이후 중국 차세대 지도부의 핵심으로 칭화대 출신 인맥이 급부상했다. 혈연과 지연을 바탕으로 중국 권력의 중심을 차지했던 상하이방에 이어 ‘칭화방’이 새롭게 떠오른 거다. 1978년 개방 정책을 편 이후 과학기술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경제가 무엇보다 중요해진 게 가장 큰 이유다.

칭화대가 배출한 지도자로는 현 국가주석인 시진핑과 전 국가주석인 후진타오는 물론,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총리를 지내면서 중국 경제 개혁과 산업 발전을 주도한 주룽지가 있다. 시진핑 주석은 학부에서 화학을 전공한 후 법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후진타오 전 주석은 수
리공정학과를 나왔다. 주룽지 전 총리는 전기제조학과를 졸업했다.

중국 내 인문·경제·과학 등 전 분야를 넘나드는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다. 1957년 중국 국적 최초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양전닝이 칭화대 출신이고, 중국인의 정신적 스승이자 국보문학자로 불리는 지셴린도 이 학교 서양문학과를 졸업했다. 또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셰치화 전 바오강그룹 회장도 칭화대에서 토목공학을 수학했다.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는 중국경영연구소 박승찬 소장(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은 “이외에도 자동차나 IT 분야, 과학계에서 높은 권위를 가진 과학원이나 공정원의 4분의 1 이상이 칭화대 출신일 정도로 중국 내에서 칭화대의 위상은 막강하다”고 말했다.

칭화대 출신 국내 명사는 아직은 많지 않다. 중국으로 유학을 떠나기 시작한 게 그리 오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 유학은 1992년 수교를 맺으면서 본격화됐다. 박 소장 외에 한동수 한양대 건축학과 교수, 부산외대 중국학부 김동하 교수 등이 유학 1세대에 해당한다. 박 소장은 경영학, 한 교수는 건축학으로 각각 박사학위를 받았고, 김 교수는 경제학 연구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박 소장은 “당시에 칭화대에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거의 없었다”며 “30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급속한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외에는 최철 삼성전자 부사장(중국지역 DS 총괄장)이 MBA를 취득했고, 배요환 우련통운 대표가 중문학과를 나왔다. 박 소장은 “앞으로 ‘칭화 차이나 인사이트 포럼’을 열어 동문들을 위한 지식과 교류의 장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지난 2월 1회 포럼을 연 데 이어 28일에 2회를 개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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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싸오먼’은 칭화대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교문이다.


칭화대 재학생이 말하는 학교생활


면접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뭔가.
중국어 실력이다. 중국어 실력이 대학교 수업을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인지 중요하게 평가한다. 그 외에는 학과마다 천차만별인데 보통 전공과 관련한 질문이 많다. 예컨대 자동화과 지원자에게는 ‘자동화가 뭔지’ 물었고, 전자공학과 지원자에게는 컴퓨터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와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질문을 했다. 이공계열은 공통적으로 물리나 수학 문제를 풀라고 시킬 때도 있다. 인문계 학생에게는 보통 자기소개를 시키거나 사회이슈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수강 신청 과정은 어떤가.
한국처럼 치열하지 않다. 전공필수 과목은 학과 교무처에서 시간표를 배정해서 통지하지만, 교양 과목은 따로 수강 신청을 해야 하는데, 보통 4단계로 나뉘어 있다. 학기 시작 두 달 전에 1지망, 2지망, 3지망으로 나눠 수강 신청을 하는 게 예쉔이다. 1지망은 최대 1과목, 2지망은 2과목, 3지망은 개수에 제한 없이 신청할 수 있다. 장쉔 때는 과목의 남은 자리가 있을 때만 신청이 가능하고 부투이쉔 때는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수업이 있으면 뺄 수 있다. 이때를 놓치면 투이커 때를 이용하면 되는데 이때는 수업 철회만 가능하다.
기숙사 생활은.
대부분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유학생 기숙사는 따로 있는데, 2인 2실, 2인 1실, 1인 1실로 돼 있다. 보통 책상, 침대, 화장실, 책꽂이, 옷장 등이 있다. 2인 1실은 공용 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 중국 학생이 사는 기숙사는 기본이 4인 1실, 6인 1실이라고 알고 있다. 자취하는 사람도 많다. 비용으로 따지면 자취하는 게 훨씬 저렴하다. 기숙사는 2인실도 한 달에 1200위안(약 22만원) 정도 하지만 자취방은 같은 기간에 1000위안(약 18만원) 정도면 구할 수 있다. 학교에서 스쿠터로 이동하면 15분 정도 걸린다.
캠퍼스가 넓다.
남문에서 서문까지 걸어서 간 적이 있는데, 1시간30분이 걸렸다. 교내에 있는 식당 수만 30개가 넘는다. 전교생이 아마 자전거나 스쿠터를 타고 다닐 거다. 학교가 넓어서 이런 교통수단 없이는 이동하는 게 힘들다. 학교 내에 버스가 다니기는 하지만 배차 간격이 길고 버스정류장이 따로 없어 시간 맞춰 타기가 애매하다. 버스가 지나갈 때 손을 흔들면 태워주는 식이다. 불편한 부분도 있지만 조경이 아름답고 볼거리가 많은 건 장점이다.
중국 학생들과 관계는 어떤가.
영미권으로 유학 간 학생들 얘기를 들으면 현지 학생들과 잘 어울리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현지 학생과 깊은 관계를 맺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보통 같은 나라에서 온 유학생끼리 친하게 지낸다. 중국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학구열이 높기 때문에 공부 외에는 다른 걸 거의 안 하고, 보이지 않는 벽 같은 것도 있다. 마음을 열고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한다. 대학 친구가 미래에 중국의 국가주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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