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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의 남중국해…중국의 봉쇄 맞서 미 “잠수 드론 투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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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남중국해를 안방으로 만들려는 중국의 내해화(內海化) 전략에 맞서 미국이 ‘드론 군단’으로 돌파에 나섰다. 하늘의 드론(무인기)은 물론 ‘드론 함정’ ‘잠수 드론’까지 개발해 중국의 방어망을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하늘과 수상, 수중 세 방향에서 드론을 투입하는 벌떼 드론 구상이다. 특히 인공지능(AI)을 갖춘 드론까지 투입하겠다는 전략이라 남중국해가 사람이 아닌 로봇이 격돌하는 미래전의 양상을 보여줄 가능성까지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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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지난 4월 남중국해에 투입된 항모 스테니스함에서 잠수 드론 전략을 공개했다. 그는 “무인 잠수함(잠수 드론)은 다양한 크기, 다양한 적재량을 갖춰 유인 잠수함이 접근할 수 없는 얕은 바다에서도 운용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찰·공격 가능 5년 내 배치
중 미사일 방어망 돌파 목적
펜타곤 ‘벌떼 드론 군단’ 구상
적 잠수함 잡는 함정 드론도

파이낸셜타임스는 “잠수 드론은 정찰은 물론 적의 항만에도 쉽게 침투할 수 있는 데다 미사일 같은 무기를 탑재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잠수 드론으로 감시망을 뚫고 군사 시설 등에 근접한 뒤 정찰하거나 유사시 공격에 나서며 보이지 않는 암살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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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잠수 드론을 일종의 모함으로 삼아 여기에서 소형 잠수 드론을 내보내는 ‘새끼 드론’ 작전도 펜타곤은 구상 중이다. 유사시엔 소형 잠수 드론 자체가 기뢰가 돼 함정의 입·출항을 막는 등 개발만 되면 무한대 활용이 가능하다. 레이 매비스 해군장관은 지난 1월 “2020년 이전에 대형무인수중이동체(LDUUV)를 배치하려 한다”고 밝혔다. LDUUV는 잠수 드론 개발 계획의 하나다. 이와 관련해 보잉이 잠수 드론 에코 보이저를 개발 중이다.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드론도 있다. 미 해군은 이달 잠수함이나 잠수 드론에서 쏜 뒤 물위로 솟구쳐 하늘을 나는 드론인 ‘블랙윙’ 150기 구매 예산을 국방부에 신청했다. 블랙윙은 길이 50㎝, 무게 1.8㎏의 소형 드론으로 전자 카메라, 적외선 센서 등으로 정찰한다. 제작사인 에어로바이런먼트는 블랙윙에 소형 탄두를 달면 공격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방 매체들은 블랙윙이 연내 남중국해 등에 배치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상 드론은 펜타곤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2000만 달러(약 238억원)를 들여 건조했다. 현재 시험 운항을 계속하고 있다. 시 헌터(Sea Hunter)로 불리는 이 대잠 작전용 수상 드론은 AI 기능을 갖춰 작전 지역만 입력하면 스스로 행동해 원거리 조종이 불필요하다.


잠수 드론에서 쏜 ‘블랙윙’,물 밖으로 나와 공중 드론…소형 탄두 달면 공격 가능



5년 내 서태평양 지역에 배치될 예정이다. 향후 어뢰·미사일 등이 장착되면 공격 역할도 가능해진다. 함정 드론과 잠수 드론이 남중국해에 전개되면 MQ-4C 트라이턴, 글로벌호크 등 하늘의 무인 정찰기 및 다른 감시·공격 전력과 함께 운용된다.

미국이 드론을 돌파구의 하나로 삼은 이유는 중국이 이른바 반접근·접근거부(A2/AD) 전략으로 남중국해를 틀어 막는 데 따른 것이다. A2/AD 전략은 쉽게 말해 미군 함정과 항공기가 다가오지 못하도록 남중국해에 군사적 벽을 치는 전략이다.

신미국안보센터(CNAS)는 지난 2월 발간한 ‘적색 경보’ 보고서에서 중국의 군사력이 미국 항모 전단에 위협이 되기 시작했다고 경고했다. 지금까지 미국의 대해 전략은 막강한 항공모함 전단을 보내 힘을 투사하는 방식이었다. 지금도 이는 동일하다.

하지만 보고서는 중국이 중·장거리 함대함미사일과 장거리 폭격기를 개발하며 항모를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둥펑-21D(사거리 1500㎞), 둥펑-26(사거리 3000㎞)의 지대함미사일을 보유한 데다 올 들어 미군 전투기를 겨냥하는 HQ-9 지대공미사일을 남중국해 시사(西沙)군도에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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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향후 항모가 근접하는 작전이 어려울 것에 대비해 공중·수상·수중 모두에서 드론으로 보완한다는 게 펜타곤의 구상이다. 블랙윙과 같은 소형 드론은 레이더로 포착하기가 어렵다. 소형 수중 드론은 중국 함정엔 보이지 않는 물밑의 칼이 될 수 있다.

미국이 전방위 드론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돈 문제도 있다. 기존의 대형 구축함이나 대형 유인 잠수함과는 달리 일단 만들면 드론은 인건비가 빠지며 돈이 적게 먹히기 때문이다. DARPA는 시 헌터의 경우 하루 운용비가 1만5000∼2만 달러(약 1800만~2400만원)로 일반 구축함의 70만 달러(약 8억3000만원)에 비해 크게 적다고 밝혔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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