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의 존엄과 피고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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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문화원사건의 첫공판은 소란속에 휴정을 거듭한 끝에 중단되고 말았다. 피고인과 방청객들이 노래와 구호를 외치는 극도의 혼란이 야기됐고 방청객들의 동조로 재판이 연기된 것은 우리나라 사법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법정의 존엄이 어떻게 이지경에 이르렀는가를 생각하면 한심스럽고 개탄을 금할 수 없다.
피고인과 방청객들의 소란이 어느 특정의 법관에 대한 불신이나 불만때문이 아니고 사법권 그 자체에 대한 존중의 결여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충격과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민주주의는 法의 지배이며 법치국가의 최후의 보루는 사법부다.
「최후의 보루」가 방청객과 피고인들에 의해 무시당하고 그 권위마저 땅에 떨어진 이번 사태는 현상의 시비에 우선해 근본적인 원인을 깊이 헤아리고 반생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사법권의 권위나 법관의 존엄은 법의 수호에 관한 확고한 신뢰의 바탕에서 우러 나온다.보정법이 입법기관에서 만들어지고 행정기관이 이를 집행하지만 소수자가 최후에 기댈 곳은 사법권밖에 없다.
이러한 사법권이 국민의 깊은 신뢰와 존경, 더 나아가 사랑을 받음으로써 그 권위는 저절로 세워지고 사법절석로서의 재판 또한 존엄성이 부여된다.
법관의 권위란 근본적으로 판결과정에서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법의 명령과 양심에 따라 독립해서 재판할때 비로소 유지되고 존경도 받게된다.
이런 상황에선 법언에도 있듯이 『나에게 사실을 말하라, 그대에게 권리를 말하리』(narra mihi factum, narro tibi ius)가 존중되는 공정재판이 이루어질 것이다.
사법절차가 부정되어 보장적 기능이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면 권위는 훼손되고 인권보장의 최후보루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이처럼 형사사법절차와 사법권이나 법관의 권위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것이다.
형사사법절차는 공판절차의 적법성은 물론 수사절차의 공정성까지 완전무결하게 요구되며, 이것이 보장될 때 정당성을 지니게된다.
이번 미문화원사건에서 헌법에 보장된 변호인의 활동이 자유롭지 못했다면 우리 형사제도와 운영이 피고인들의 사법절취적 권리와 정의를 완전 보장하고 구현시키고 있는가에 대해 깊은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러나 피고인들의 입장이 아무리 일리가 있고 사법제도와 운영간에 괴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법정의 소란행위는 부정당하다.
자신의 정당성을 지키고자 한다면 소수자보호로서의 사법권의 권위나 법관과 법정의 존엄은 스스로 끝까지 지켜야 한다.
법정은 피고인들에게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권리와 기회를 부여하는 민주주의의 보루다. 미문화원관련 피고인들은 「민주주의수호자」임을 강하게 내세우고있다.
민주수호의 선봉자라면s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권을 누구보다도 존중해야하고 아껴야 할 것이다.
사법부까지 부정한다면 소수자의 설자리는 잃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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