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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콘텐트다] 모던걸과 근대로 시간여행 ‘동개비’가 반겨주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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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한국콘텐츠진흥원 공동기획
| 여행은 콘텐트다 ④ 광주 양림동 근대 골목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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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양림동은 젊은 감성의 근대역사문화마을이다. 최근엔 한복이나 근대 풍 옷차림으로 마을을
누비는 나들이 프로그램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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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림동 인기 캐릭터 ‘동개비’.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홍보대사 노릇을 하고, 젊은 감성의 카페가 즐비한 동네가 있다. 개량 한복과 근대 풍의 의상을 입고 돌아다니는 이곳은 서울에 새로 뜬 핫 플레이스가 아니다. 광주광역시 양림동이다. 양림동은 광주의 근대화가 시작된 동네다. 한옥과 서양식 건물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이 마을이 요즘 문화 콘텐트의 힘으로 변모하고 있다. 엄숙한 역사 마을을 넘어, 젊은 문화 마을로 거듭난 양림동을 다녀왔다.

만화 캐릭터, 근대 골목과 만나다

광주 남동쪽 야트막한 양림산(해발 109m)을 중심으로 양림동이 자리해 있다. 인구는 약 8900명, 면적 0.68㎢에 불과한 작은 마을이다. 하나 양림동은 호남을 대표하는 근대역사문화마을이다. 버드나무뿐이던 ‘양림(楊林)’ 마을은 1900년대 초 변화를 맞았다. 파란 눈의 선교사가 마을에 들어와 교회·학교·병원 등을 세우며 근대화 바람이 불었다. 지금도 양림교회(1904년)·오웬기념각(1914년) 등 근대문화유산이 마을 곳곳에 남아있다. 이장우 가옥(1899년), 최승효 가옥(1920년) 등 당시 상류층의 저택도 보존돼 있다. ‘가을의 기도’를 지은 김현승(1913~75) 시인,  중국에서 인민해방국가를 작곡한 정율성(1914~76) 등 걸출한 예술가가 나고 자란 곳도 양림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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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안쪽의 ‘동개비’ 조형물.

이 유서 깊은 동네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요즘 양림동에서는 어디를 가나 하얀색 강아지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 양림동의 새 마스코트 ‘동개비’다. 중심가를 따라 캐릭터 조형물이 세워져 있고, 주요 관광지와 식당·카페에서 동개비가 그려진 양림동 여행 지도를 나눠준다. 마을 안쪽에 캐릭터 숍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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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개비’의 모티브가 된 양림동 충견상.

동개비는 2014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역소재 캐릭터개발지원사업’을 통해 탄생했다. 양림동에 전해오는 충견(忠犬) 설화를 모티브로 했다. 주인을 대신해 한양과 양림을 오가며 문서를 배달했던 개의 비석이 마을에 남아 있다. 이 ‘개비’에서 동개비라는 이름이 나왔다.

캐릭터와 지자체의 연결이 뜬금없지는 않다. 일본 구마모토(熊本)현의 ‘구마몬(くまモン)’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곰(熊·구마)’을 의미하는 지역 이름에서 힌트를 얻은 이 캐릭터는 2011년 등장한 이래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기념품 외에 의류·식품 등 온갖 캐릭터 상품을 만들고 있는데, 지난해에만 1000억 엔(1조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로 인한 구마모토현 홍보효과는 가늠이 어려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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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숍 `이야기배달부 동개비`의 종이 인형 만들기 체험.

양림동에서는 현재 동개비 스타 만들기가 한창이다. 다양한 모양의 인형과 더불어 에코백·파우치·책갈피·비누 등 동개비 캐릭터 상품이 캐릭터 숍 ‘이야기배달부 동개비’에 깔려 있다. 동개비 모양의 쿠키도 있다. 동개비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도 올 하반기에 공개된다. 양림 오거리, 최승효 가옥 등 실제 양림동의 모습도 담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콘텐츠진흥원 등이 관련 사업에 6억3000만원을 지원했다.

양림동의 젊은 물결

1920년대 지어진 우일선 선교사 사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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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림동에는 요즘 젊은 물결이 일고 있다. 선교사 사택이 들어서 있는 양림산 기슭과 전통 가옥이 몰려 있는 양림 오거리를 중심으로 분위기 좋은 숙박시설과 카페 등이 속속 생겼다. 호랑가시나무가 군락을 이룬 호남신학대 아래 언덕에는 ‘호랑가시나무언덕’이라는 이름을 단 게스트하우스와 미술관이 들어섰다. 약 70년 전 미국 선교사가 지은 사택을 숙소로, 차고를 미술관으로 복원했다. 근대 건축의 면모를 꼼꼼히 들여다 보는 재미는 물론이고 숲의 여유도 즐길 수 있다. 주변으로 호랑가시나무를 비롯해 아카시아·흑호두나무 등이 드리워져 있어 숲 속에 파묻혀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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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안 레스토랑 `파인트리`.

최승효 가옥 인근의 ‘파우제’는 건축설계사와 설치미술작가 부부가 운영하는 카페다. 작은 마당을 낀 복층 카페 곳곳을 아기자기한 소품이 채우고 있다. 사과·키위·레몬을 갈아서 만든 ‘사귈래 쥬스(5500원)’가 대표 메뉴다. 양림커뮤니티센터 맞은편의 ‘파인트리’도 젊은 감성의 가게다. 청년 셰프가 운영하는 이 레스토랑은 분위기 좋은 테라스까지 갖춰 여성층에게 인기란다. 인기 메뉴는 해물 뚝배기 파스타(1만원)다.

‘다형다방’은 양림동의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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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형다방’과 ‘모단걸테이블’은 광주의 근·현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김현승 시인의 호를 빌린 다형다방은 안팎이 그의 사진과 시로 꾸며져 있다. 양림동의 옛 사진도 전시돼 있다. 무인 카페여서 자유롭게 커피를 타 마시고 양심껏 돈을 내고 나오면 된다. 한옥을 개조한 모단걸테이블은 옛 가구와 사진·레코드판 등을 간직한 문화공간이다. 소소한 공연이 수시로 열려 기웃대는 젊은이가 많단다.

양림동 청춘달빛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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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림동에 놀러갈 때는 요일과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낮에 놀려면 주말이 좋고, 밤에 놀려면 화·목·토요일이 좋다. 전주 한옥마을이나 경복궁을 비롯한 고궁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한복 나들이를 양림동에서도 주말마다 즐길 수 있다. 다형다방과 모단걸테이블에서 개량 한복을 빌려준다. 한 술 더 떠 이곳엔 1930년대 풍의 근대 의상까지 마련돼 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규수 혹은, 멋쟁이 모던걸·모던보이로 변신해 양림동을 누빌 수 있다. 화·목·토요일 저녁에는 ‘청춘달빛투어’가 이어진다. 1930년대 신여성으로 분장한 가이드가 우일선(윌슨) 선교사 사택, 무등산 전망대, 오웬기념각 등 마을 이곳저곳을 동행하며 시간여행을 이끈다. 지난달부터 시범운영 해오던 행사를 다음달 4일부터는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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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정보=광주 남구 양림동은 서울시청을 기준으로 자동차로 약 4시간 거리다. 호남선 KTX를 타고 광주송정역에서 내린 뒤 지하철로 남광주역까지 이동하는 방법도 있다. 남광주역에서 양림동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다. 양림동 사직도서관 맞은편에 동개비 캐릭터숍 ‘이야기배달부 동개비’가 있다. 동개비 모양의 캐릭터 상품을 진열한 카페다. 커피(아메리카노 2500원)도 마시고, 동개비 종이 인형 만들기(5000원)를 비롯한 체험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오전 10시~오후 8시.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 문화 축제 ‘1930 양림쌀롱’이 열린다. 오는 25일에는 미니 콘서트, 디제잉 파티를 비롯해 야시장·프리마켓 등이 벌어진다. 관광객을 위해 한복과 근대풍 의상을 무료로 빌려주고, 음료도 제공한다. 070-4239-5040(광주 1930 프로젝트).

글=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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