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통계의 신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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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통계당국이 정부 통계에 대한 국민신뢰도조사를 실시한다면 아마도 그 결과는 당국부터 크게 실망하는 통계로 나타날지 모른다. 그만큼 정부통계는 신뢰성에서 크게 미흡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여론이다.
그것은 정부 통계의 진실성 문제라기보다 통계에 대한 일반적 이해도가 낮고, 통계편제와 관련된 제반여건들이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못한데서 연유한다. 통계가 현대적 행정의 가장 기초적인 바탕을 이루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으나 현실적으로 이런 중요 정책과제를 개선하거나 발전시키는 노럭이 크게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정부안에 통계전담국이 설치되고 통계법까지 만든 이후 정부통계는 그동안 눈에 보이게 발전을 이룩한 것은 사실이다.
통계요원들의 성적 증가와 전문화, 기술개발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인 점도 인정된다. 그러나 그 동안의 행정규모나 경제규모의 팽창과 구조적 변모에 비하면 아직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지금의 상태로라면 그 발전 속도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정부가 6차 5개년계획에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게 된 것은 이 점에서 볼 때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현행 정부통계 체계와 운영은 여러 측면에서 문제를 안고 있으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통계의 현실화와 현대화작업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정부 통계는 통계요원과 예산의 부족, 통계기술의 미비 등으로 급속히 변모하는 사회 경제현상을 제때에 제대로 반영하는데 미흡했다.
그에 더하여 지나친 관주도행정과 실속주의행정, 또는 정치적 목적 등으로 인해 자주 통계자료가 왜곡되거나 은폐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런 기술적 미비와 통계의 편의적 폐쇄적 운영 때문에 국민들의 통계불신이 점차 확대되었다.
전자의 기술적 미비점은 우선 통계부정의 기구와 인력을 현실에 맞게 발전적으로 개편하고 요원들의 전문화, 통계기술의 현대화와 이를 뒷받침하는 예산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부처별로 산재해 있는 통계편제기관들을 일원화하는 구상도 있을 수 있으나 이는 통계의 자주성과 연관되므로 신중히 고려해야할 일이다. 획일적 기구 일원화나 기구확대보다는 부처별·기관별 통계의 자주성을 유지하면서 편제방식과 기준, 또는 기술상의 문제를 전담국에서 통할하는 방식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후자의 문제는 통계의 중립성을 확보하는 문제가 핵심이며 이는 정부가 통계행정의 객관성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함으로써 가능하다.
지나치게 폐쇄적이며 통계행정의 독점을 규정해 놓은 현행 통계법을 보다 공개화·객관화 시키는 방향으로 개정하고 통계의 정부독점도 개선하여 다양한 민간 통계기관들의 자유로운 편제와 발표를 보장해야 한다. 통계의 객관화 중립화는 이 같은 통계법의 민주화로서 뒷받침돼야하며 그런 다양성과 경쟁 속에서 통계는 현대화되고 우수한 민간연구소들이 통계발전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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