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경제」이렇게 풀자 <1>|쟁점7·5%성장 어떻게 달성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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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활발히 이루어졌던 경기논쟁은 일단 막을 내린것 같다. 경기에 대해서 줄곧 자신감을 가져왔던 정부도 경기가 심상치 않은 양상을 보이고 있고 이대로 방치하기가 곤란하다는 판단을 내린것 같다. 1·4분기의 성장률이4·1%에 지나지 않았으며 2·4분기에 가서도 현재 여러 가지 지표의 움직임으로 볼때 성장속도가 빨리 회복될 가능성은 없는것 같다.
더구나 주목할만한 사실은 지난해의 1·4분기이후 계속 감속을 보이고 있어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수출이 5월말현재 전년동기비 4%나 감소하고 있고 그 전망마저 매우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정책당국에서도 금년도 정부가 목표로 세웠던 7·5%의 성장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성장목표를 7%수준으로 하향조정하고 있는것 같다.
앞으로 경기가 어느정도 회복되고 이에 따라 성장률이 얼마나 되느냐는 전적으로 수출과 투자의 향방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소비지출은 소비절약운동의 확산으로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없고 또 바람직스럽지도 않기 때문이다. 수출은 물론 미국을 중심으로한 선진국의 경기가 하반기에 얼마나 회복되느냐에 달려있는데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는 상당히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우리나라 수출의 주종품이 수입억제의 대상이 되고 있어 경기가 호전된다하더라도 수출증대는 크게 기대하기가 어렵다는데 문제가 있는것 같다.
투자 역시 1·4분기에 전년동기비 4·2%만이 증가한 저조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있는데 하반기증에도 크게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선 주택건설이 매우 부진한데다 설비투자 역시 높은 실질금리, 경제외적 불확실성등을 고려할 때에 쉽사리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때 7%의 성장도 그렇게 용이하게 달성되지는 않을것 같으며 7%보다 매우 낮은 수준에서 머무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면 이러한 경기전망에 대해서 어떤 정책적 대응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인가?
부동산투기를 조장함으로써 돈을 풀고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것을 고려할 수 있으나 이를 허용하기에는 우리경제의 여유가 너무 없는것 같다.
우리 경제정책의 당면목표는 뭐라해도 국제수지의 방어에 있다고 할수있기 때문에 국제수지를 희생시키는 경기정책이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매우 어렵지않나 생각된다. 둘째로 우리가 고려하여야 할것은 우리가 안고있는 경제문제는 구조적 성격을 강하게 갖고있기 때문에 문제를 단기적 경기정책적인 요법으로서는 실효를 거두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장기적이며 구조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출부진문제만 하더라도 앞에서도 지적한바와 같이 수출상품 구조와도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에 산업정책과 기술개발정책적 차원에서의 노력 없이는 수출의 지속적 증대란 불가능한 것이다. 물론 환율의 실세화에 의한 가격경쟁력의 유지도 중요하지만 수출상품의 다양화, 새상품의 개발, 품질의 고급화 없이는 높아만 가는 보호주의의 장벽을 뛰어 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은 모두 시간과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며 일조일석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투자 역시 속성적으로 활성화시키는 묘안은 없다. 투자는 기업가의 투자심리에 좌우되며 기업가의 투자심리는 경제적·경제외적 여러가지 요인에 의하여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예상하기가 매우 힘들다. 경제외적 요인은 논외로 하더라도 그동안의 정부정책이 기업가의 투자의욕을 북돋워 주기에는 매우 미흡하였다고 할수있기 때문에 투자환경의 조성에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이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지난 몇해동안 투자활동은 전반적으로 저조하였으며 이는 앞으로의 성장에 대한 중요한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지적한바와 같이 경제정책의 목표가 국제수지 방어와 안정기조의 유지에 있는한 경기활성화를 위한 단기적인 정책대안은 매우 제한돼 있다고 하지 않을수 없다. 더구나 문제자체가 구조적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이며 경기 정책적인 대응보다는 투자정책·산업정책및 기술개발정책과 같은 장기적이며 구조적인 정책대응이 오늘의 불황을 극복하는 현명한 방법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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