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도 회사도 앞다퉈 금연클리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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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워크힐 호텔 직원들이 새해 금연을 다짐하고 있다.

국제도로기기에 다니는 신동우(38.서울시 광진구) 씨는 요즘 기분이 좋다. 100만 원이나 되는 돈이 최근 통장에 척 입금됐기 때문이다. 신 씨가 6개월 동안 노력해 '당당히' 번 돈이어서 어디에 쓰든 관여하지 않기로 아내의 다짐도 받아 놓았다.

그 돈은 다름 아닌 '금연 수당'이다. 지난해 7월부터 여섯 달 넘게 신 씨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최근 '금연성공' 판정을 받아 회사로부터 수당을 받은 것이다. 신 씨처럼 특별 보너스를 받은 직원이 회사에 2명 더 있다.

신 씨의 금연은 광진구청 덕분에 가능했다. 광진구는 지난해 2월부터 이동식 금연클리닉에 나섰다. 관내 회사의 직원들이 참가하면 금연 패치를 나눠주고 6개월 동안 주 1회씩 참가자들의 회사로 찾아가 금연을 돕는다.

매주 이산화탄소 검사를 해 그 전주보다 많이 나오면 여지없이 탈락시키는 등 클리닉은 엄격했다. 6개월 동안 이 검사에 통과해야 금연 성공 판정을 받는다. 신 씨는 동료 직원 11명과 함께 이 금연클리닉에 참가했다.

워커힐.도시철도공사 등 관내 8개 사업장에서 364명이 참가해 신 씨처럼 6개월 이상 금연에 성공한 사람이 88명이나 된다.

"해마다 연초 계획 1순위는 금연이었습니다. 대부분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무너졌죠. 구청에서 나눠준 금연 패치가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담배는 끊었으니 올해 계획은 금주로 정했습니다." 신 씨의 말이다.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 김선일(58) 역무관리소장도 지난 5월부터 광진구 이동 금연클리닉에 참여해 성공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워커힐 호텔 서태수 총무팀장은 광진구 금연클리닉의 주역이다. 그의 제안을 광진구가 받아들여 금연클리닉이 시작됐다. 워커힐은 직원 70여 명이 금연클리닉에 참여해 30명 이상 금연에 성공하는 등 높은 성공률을 보였다.

기업 내 금연 운동은 해마다 그 강도가 세지고 있다. 권유 차원에 머물지 않고 거의 강압 수준인 기업도 적지 않다. 금연에 성공한 직원에는 후하게 포상하지만 흡연자에는 각종 불이익이 돌아간다.

LG전자 창원공장에는 '금연 경찰'이 있다. 총무팀 직원 10여명이 수시로 공장을 돌며 일산화탄소 측정기를 직원들 입에 갖다 댄다. 회사가 지난해 시작한 '금연 펀드' 가입자의 금연 여부를 측정하기 위해서다.

LG전자는 지난해 금연 펀드를 만들었다. 직원과 회사가 각각 20만 원씩 내 적립한다. 1년 후 금연에 성공한 직원에는 40만 원을 지급한다. 수시로 하는 일산화탄소 측정에서 농도가 높아 불합격 되면 펀드에서 퇴출된다. 퇴출된 직원이 낸 20만 원은 불우이웃 돕기에 쓰인다.

포스코는 상급자가 담배 피우는 직원을 따로 관리하는 '금연책임관리제'를 운영하고 있다. 담배를 피우는 부하직원이 많을수록 무능한 상사로 꼽히니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수 없다.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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