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의 설움 올핸 벗어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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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다들 한두 가지 결심은 한다. 금연.금주의 결심도 그 중의 하나다. 탈모가 심한 사람들의 새해맞이는 어떨까. 어떤 고민을 하고 무슨 결심을 할까.

탈모동호회 '대다모' 사이트(www.daedamo.com)에 들어가 보면 이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대다모는 '대머리는 다 모여라'를 줄인 말이다.

"올해는 꼭 제 머리에 머리가 나게 할 겁니다. 병원에도 가고, 먹는 것 바르는 것 다해볼 요량이에요. 같이 해볼 회원님 없나요."

한 회원은 결심을 밝히고 동지를 구한다. 고민을 털어 놓는 고교생도 있다.

"고교 2학년에 올라갑니다. 2학년 때는 공부 좀 해보려고 학원도 등록해 놨는데 공부가 안 돼요. 도와주세요." 이메일은 물론 자신의 휴대폰 번호까지 적어놓고 도움을 청하는 것으로 보아 무척이나 다급했던 모양이다.

"친구들이 정수리 부분에 머리가 없다고 해서 관심을 갖고 알아보니 원형탈모 초기 증상하고 비슷한 것 같아요. 정수리 부분에 숱이 별로 없어요. 두피도 가렵고 머리카락이 가늘어졌어요. 원형탈모가 맞나요?"

답글은 순식간에 달린다. "원형탈모증은 처음에 동전 크기만큼 빠지기 시작하는 탈모입니다. 증상을 좀 더 자세하게 말씀해보세요. 원형탈모증은 아닐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유전적 탈모증상 같은데요. 아니면 지루성피부염이나 스트레스성 일수도 있습니다. 가까운 탈모전문병원을 찾아보세요."

이 사이트에는 요즘 하루에도 수십 개씩 이런 고민을 털어놓는 글들이 올라온다. 고민 하나가 올라오면 댓글이 대여섯 개씩은 예사로 달린다.

대다모는 1998년부터 탈모로 고민하던 사람들이 인터넷상에서 의견을 나누다 2001년 공식 출범했다. 탈모전문 정보 사이트로 커뮤니티 부문과 콘텐츠 부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이트 운영자는 "탈모로 고민하는 회원들을 위해 최신의 탈모 치료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이용자들의 커뮤니티인 각 게시판은 회원으로 가입하면 누구나 질문과 답변을 올릴 수 있고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호회는 남성 주축의 '원형탈모 동호회'와 '여성탈모 동호회'로 나눠졌다. 여성탈모 동호회는 주민등록번호 인증까지 거쳐 철저하게 여성만 가입시킨다. 노출을 꺼리는 여성회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원형탈모 동호회는 회원이 3658명이다. 의외로 여성탈모 동호회는 회원이 1만320명이나 된다.

"탈모는 남성에 많이 나타나지만 겪는 고통은 여성이 심해 회원이 더 많고 활동도 활발합니다. 가족 외에는 하소연 할 곳도 마땅치 않은 것도 이유 중 하나지요." 관리자 김 모 씨의 말이다.

서울 강남의 M성형외과 원장은 "근래 들어 탈모로 고민하는 여성이 증가하고 있다. 여성 탈모는 파마.염색을 많이 해 나타나는 증상으로 여겨 두피 마사지나 모발 보호 상품을 사용해 고치려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고 말했다.

탈모를 고민하는 연령층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20대 대학생.직장인은 물론 10대 고등학생 회원도 상당수 있다는 게 대다모 운영자의 설명이다.

여성탈모동호회 한 회원은 "20대가 동호회의 주축이다. 취업이나 진학, 결혼 등 중대사를 앞두고 회원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고3 수능생도 회원 가입하는 사례가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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