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야든 좋으니 치열하게 고민하고 부딪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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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왼쪽)은 김동연 아주대 총장과 함께 한 토크 콘서트에서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친구들이 4시간 공부하면 나는 8시간을 공부했다”며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 아주대]

“저는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계속 현장을 걷고 있습니다. 밖으로 나가 걷다 보면 아주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아주대서 500여 명과 토크 콘서트
“밑바닥 삶에서 고난의 가치 깨달아
가진 게 없음을 인정하고 더 노력”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의 아주대 율곡관에서 고교생·대학생·기업인 등 500여 명을 대상으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이어 2005년 수라카르타 시장에 당선된 직후 도심 공원에 자리 잡은 불법 좌판을 54차례에 걸친 대화와 소통으로 이전시킨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현장 곳곳에서 시민들과 어울리며 함께 웃고 울었던 경험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며 “여러분은 더욱 젊지 않은가. 학교에만 머물러 있지 말고 언제든 현장을 향해 걸어나가라”고 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첫 직선 대통령이자 첫 서민 대통령이다. 인도네시아 빈민촌에서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열두 살 때부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학업을 병행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내 삶은 고통의 연속이었지만 밑바닥에서 몸소 고난을 체험하며 고난의 가치를 깨닫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수라카르타 시장에 이어 2012년 자카르타 주지사가 됐고 2014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취임 후엔 흰 셔츠와 까만 바지의 소박한 차림으로 재래시장과 공사 현장 등 인도네시아 전역을 누비며 격식 없이 대화를 나눴다. 서민을 위한 의료·교육 서비스를 공약으로 내세워 ‘인도네시아의 오바마’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토크 콘서트를 준비한 김동연 아주대 총장도 소년가장 출신이란 점에서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닮았다. 상고를 졸업한 김 총장은 야간대를 나와 입법고시·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국무조정실장(장관급)까지 지냈다. 이런 이력 때문에 주변에선 그를 ‘흙수저 총장’으로 부르기도 한다.

김 총장은 평소 학생들에게 “나를 둘러싼 환경과 나 자신에 대한 반란을 통해 사회 변혁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날 조코 위도도 대통령에게도 “한국 청년들이 취업난 등 극심한 경쟁에 시달리다 보니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어떻게 찾아가야 할지 고민이 많다”며 조언을 구했다.

이에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가진 게 없는 스스로를 솔직히 인정하고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는 게 내겐 최선의 길이었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친구들이 4시간 공부하면 나는 8시간을 공부했다. 여러분도 애니메이션·음악·디지털 등 어느 분야도 좋으니 치열하게 고민하고 부딪혀보라”고 권유했다.

토크 콘서트에 참석한 고인후(25·아주대 화학공학과 4년)씨는 “어려움을 겪지 않으면 젊은이가 아니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자격증과 어학 공부에만 몰두해 있는 내 자신을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기업인 김현배(35)씨는 “회사 경영에도 접목시킬 수 있는 귀한 조언을 얻었다. 그의 말처럼 책상을 떠나 현장의 얘기를 열심히 듣겠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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