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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에디터의 FRONT ROW] '유명한 것으로 유명한' 카다시안-제너 패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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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제너라는 이름을 들어보셨나요? 이 이름이 아직 낯설다면 킴 카다시안이라는 이름은 들어 보셨을 겁니다.

베컴보다 팔로어 많은 SNS 셀레브리티
누드 셀카, 형부와 불륜, 부친 성 전환 등
19금 사생활 노출로 이름 알리고 사업도

요즘엔 소셜 미디어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를 유명인의 척도로 삼기도 하는데요, 올해 5월 통계를 보면 인스타그램 자체 계정을 제외하고 1위와 2위는 팝가수 셀레나 고메즈와 테일러 스위프트가 차지했습니다. 그 뒤로 비욘세와 킴 카다시안이 5, 6위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죠.

킴 카다시안은 현재 7000만 명이 넘는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또 8위에는 카일리 제너, 10위에 켄달 제너라는 이름도 눈에 띕니다.

10위 안에 든 킴 카다시안, 카일리 제너, 켄달 제너는 아버지가 다른 이부(異父) 자매들입니다. 그 외에도 15위의 클로에 카다시안과 21위의 코트니 카다시안까지 하면 모두 5명의 자매들이 각각 3000만 명이 넘는 팬을 보유하고 있는 유명인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이 34위, 레이디 가가는 45위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00위 안에도 들지 못하는 다소 ‘부끄러운’ 성적을 보이고 있네요. 오마바의 팔로어 수는 약 700만 명에 불과하니까요. 아, K팝을 주도하는 한국의 지드래곤은 팔로어 약 890만 명으로 오바마 대통령보다 훨씬 많습니다. 곧 100위 안에 진입할 것 같아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다른 소셜 미디어까지 모두 합하면 조금 다른 성적표가 나오겠습니다만, 스타일리시하고 트렌디한 스타들이 인기인 인스타그램에서는 이들 다섯 자매의 활약이 눈부시다고 하겠습니다. 이들은 모두 크리스 제너의 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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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가족

아무튼, 그들이 왜 그렇게 유명하냐고요? 답은 ‘유명한 것으로 유명한’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이들은 배우나 뮤지션이 아닙니다. 이 다섯 자매 중 모델 켄달 제너를 뺀 나머지들은 그저 셀레브리티라고 불리며 ‘유명하기만 한’ 일에만 매진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SNS 세상에서 은밀한 사생활과 아슬아슬한 ‘19금’ 셀피(스스로를 찍은 사진)까지 아낌없이 공개하며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입니다.

아, 그들의 화려한 외모와 일상에 대한 호기심만으로 이렇게까지 유명해졌다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겠네요. 그 유명함의 뒤에는 좀 특별한 배경이 있습니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스토리가요.

이 다섯 자매의 어머니는 60대에 접어든 방송 프로듀서 출신 크리스 제너(61)입니다. 크리스 제너는 미식축구 스타 OJ 심슨의 아내 살인 사건 변론을 맡았던 유명 변호사 로버트 카다시안과 결혼해 3남매를 낳고, 다시 올림픽 메달리스트였던 브루스 제너와 재혼해 2명의 딸을 낳았습니다.

2007년 어머니 크리스 제너는 온 가족을 이끌고 리얼리티 TV프로그램인 ‘키핑 업 위드 카다시안’(Keeping Up with Kardashian)에 출연하기 시작했습니다. 키핑 업 카다시안은 이달 초부터 12번째 시즌이 방영되고 있습니다. 미국 내 최장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자 오락 채널인 E!채널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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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 자매들의 아버지 브루스 제너(오른쪽)는 성전환 수술을 하고 케이틀린 제너로 이름을 바꿨다.

물론 평론가들의 평가는 혹평 일색이고, 프로그램의 내용은 그야말로 막장 중의 막장입니다. 하지만 시청률은 최고 수준이고 시즌을 거듭할수록 화제입니다. 지난해엔 아버지인 브루스 제너가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여자’로 밝히며 성전환 수술을 감행해 충격을 줬습니다. 이제 그의 이름은 브루스가 아닌 케이틀린 제너입니다. 켄달 제너와 카일리 제너에게는 아버지 대신 어머니가 둘인 셈입니다.

‘카다시안-제너’ 패밀리를 둘러싼 이야기들은 대체로 그리 아름답지는 않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데는 성공적입니다. 다섯 자매 중 가장 유명한 건 둘째 딸 킴 카다시안(36)입니다. 그는 가수 카니예 웨스트와 결혼해 노스 웨스트라는 딸과 세인트 웨스트라는 아들을 낳았습니다. 언제나 파파라치를 몰고 다니는 셀레브리티입니다. ‘세기의 엉덩이’라 불릴 정도로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자랑하는 킴 카다시안은 유명세를 이용해서 탁월한 비즈니스 우먼으로 거듭나는 중이기도 합니다. 패션 슈즈 온라인 스토어를 운영 중이고,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비디오 게임까지 론칭했습니다. 최근에는 자신의 엉덩이와 자신이 소유한 9대의 슈퍼카, 개인용 제트기 등을 이모티콘화해서 ‘Kimoji’라는 이름을 붙이고 애플 앱스토어인 아이튠즈에 판매하는 놀라운 사업 수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막 성년이 된 켄달 제너(21)는 얼마 전 이부 언니인 코트니 카다시안의 동거남 스코트 디식과 사귀었다는 루머를 뿌렸습니다. 이부 언니가 임신한 기간에 형부뻘 되는 남자와 교제했다는 내용으로 ‘카다시안-제너’ 패밀리에 또 하나의 드라마를 쓴 겁니다. 켄달은 이 루머에 대해 “엄마의 TV쇼가 더 유명해지겠네”라는 쿨한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끊임없이 리얼한 막장 스토리가 쏟아지는 이 가문의 소셜 계정에 시선을 집중하지 않을 수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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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킴 카다시안은 세계적 가수 카니예 웨스트와 결혼해 두 아이를 낳았다.(왼쪽 사진) 모델로 활동하는 켄달 제너는 10대 소녀들의 스타일 우상이다.

그들이 입고 바르면 화제가 된다

킴 카다시안의 인스타그램에는 모든 것이 공개됩니다. 침실에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자신을 모습이 비친 거울 셀피부터, 각종 패션 잡지의 표지 촬영 장면, 화려한 할리우드와 뉴욕 사교계의 파티, 또 남편 카니예 웨스트와 아이들과의 단란한 모습 등이 포스팅의 주요 내용입니다.

그 가운데 킴 카다시안이 입는 패션 제품이나 화장품은 모두 화제가 됩니다. 그는 프랑스 패션 브랜드 ‘발망’의 디자이너 올리비아 루스텡과 절친으로, 발망의 뮤즈이기도 합니다. 킴 카다시안은 까무잡잡한 피부에 잘 어울리는 베이지와 누드 톤의 원피스를 선호합니다. 몸에 착 달라붙은 원피스를 입은 킴은 30대 중반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섹시합니다. 세 살 난 딸과 모피를 입고 커플룩을 연출해 동물보호론자들의 증오를 사기도 했지만 정작 본인은 신경 안 쓰는 듯합니다.

한편 켄달 제너는 패션계에서는 제2의 케이트 모스가 될 기세입니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패션쇼를 비롯해 최근에는 샤넬·미우미우 등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의 러브콜을 가장 많이 받는 모델입니다.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로더’의 모델로도 활동 중입니다. 켄달은 10대와 20대의 ‘스타일 우상’입니다.

막내 카일리 제너(19)는 아직 어리지만 언니 킴 카다시안을 가장 많이 닮은 글래머 몸매를 자랑합니다. 작은 언니 켄달 제너의 치솟는 인기를 의식해서인지 과감한 노출도 불사하는 자극적인 셀피를 많이 포스팅하는 것도 킴을 많이 닮았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TV나 신문 같은 매스미디어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정보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스마트폰 등 ‘손안의 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보고 싶은 콘텐트를 ‘골라’ 즐깁니다. 그런 환경에서 새롭게 부상한 스타가 바로 카다시안-제너 패밀리 같은 셀
레브리티입니다. 사생활을 노출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고 그 자체를 즐깁니다. 또한 이 유명세를 비즈니스로도 연결하고 있죠.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카다시안-제너’ 패밀리를 21세기형 셀레브리티, 혹은 명문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존에 우리가 알던 명문가와는 전혀 다른 성격이지만요. 이 다섯 자매는 각자가 낳은 자녀 또한 적지 않아서 나중엔 더 큰 빅 패밀리가 될 것 같은데, 이 패밀리가 또 어떤 놀라운 스토리를 써나갈지 두고 볼 일입니다. 어쨌든 그들이 이끌어 나가는 패션과 스타일 트렌드를 지켜보는 건, 적어도 지루할 틈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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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 로(front row)는 패션쇼 맨 앞줄을 뜻합니다. 패션 매거진 편집장이나 셀레브리티 등 패션계 주요 인사들만이 프론트 로에 앉을 수 있습니다. 프론트 로에서 관찰한 패션, 스타일, 트렌드와 여기에 담긴 사회적 문화적 의미를 재미있는 수다로 풀어냅니다.

줄리아 에디터는 패션 매거진 ‘엘르(ELLE)’ 강주연 편집담당의 별명이다. 강 편집담당은 런던 패션칼리지에서 공부했으며, 제일모직 여성복 디자이너, 패션 매거진 ‘하퍼스 바자’ 패션 디렉터 등을 지냈다. 엘르 편집장을 거쳐 현재 엘르 편집담당 이사와 제이콘텐트리 영상제작실장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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