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레슬링코치-중공 대표선수 "나는 한국계"|"86·88대회 참가 혈육찾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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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콜로라도 스프링즈=이민우특파원】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즈에서 벌어지고 있는 85년도 세계아마레슬링 에스프와 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중공과 소련 두 공산권 국가팀엔 한국동포선수와 코치가 끼어있다.
중공팀의「리헌길」(리헌길)선수, 소련팀의「니·비아체슬란」수석코치가 바로 그들이다.
두사람 모두『내 핏줄이 한국이라는데 긍지를 느낀다』면서『LA올림픽서 2개의 금메달을 따낸 한국레슬링의 발전에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별시(서울)에 계신 고모님이 보고 싶습니다. 지난겨울 조선레슬링 책을 보내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읍니다. 내년 아시안게임에는 반드시 출전해서 고모님을 만나보겠읍니다.』
「리헌길」(20·북경체육학원 1년)은 서울 표준말과 거의 엇비슷한 너무나 능숙한 한국어를 구사해 한국임원과 선수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아버지(이동원·60)와 어머니(허순녀·57)로부터 우리말을 꼭 배워야 한다는 엄명을 받았다고 전했다.
지난해엔 서울 KBS방송을 통해 서울의 고모 이만복씨의 주소를 확인, 서로 편지를 주고받게 됐으며 레슬링 책도 고모로부터 받았다는 것.
가족은 현재 흑룡성 하르빈시에 거주하고 있다.
전기기술자인 아버지는 50년대에 권투선수로 활약했으며 형(이헌철·30)은 현재 흑룡성의 어느 소도시에서 유도코치를 하고있다.
○…소련팀의 기술 및 체력을 담당하고 있는 수석코치「니·비아체슬란」(36)씨가 한국계로 밝혀졌다.
「비아체슬란」코치는 지난달28일 양정모(양정모)코치와는 75년 소련 민스크 세계대회 이후 세번째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아버이·어머이·할아버지』등 우리말을 몇 마디씩 띄엄띄엄 하는「비아체슬란」코치는 모스크바대학 체육과출신.
고조부부터 4대째 소련에 살고있다는「비아체슬란」코치는 홀어머니, 소련부인, 두아들(12세·9세)과 함께 모스크바에 살고있다고.
그는 그『외할아버지의 이름은 박세문』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아버지의 이름은 모르지만 성은 이씨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선수들이 숙소에서 만든 꼬리곰탕, 쌀밥에 김치를 즐겨 먹는 것을 보고는 총각김치를 통째로 2개를 들기도 했다.
1m68㎝의 키로 작기는 하지만 다부진 체격을 지닌「비아체슬란」은 국가대표선수까지는 못됐으나 75년 이후 체력 및 기술코치로 활약해왔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소련에는 조선사람으로「니콜라이·리」와「알렉산더·신」이란 두 복싱코치가 있고 역도에는 부자가 코치와 대표선수로 활약하는 등 조선인 체육인들이 많다』면서 88서울올림픽에는 꼭 참가하여 조상의 땅을 밟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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