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감염관리 수가 첫 도입, 음압병실 설치는 지지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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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감염관리대책 어디까지



메르스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방역체계 개선 못지않게 병원의 감염 관리 또한 중요하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때 큰 데 작은 데 할 것 없이 수많은 병원이 감염병 관리에 맨살을 드러내면서 ‘병원 내 감염’을 촉발시켰다.

7월부터 수가 지급, 예방 활동 도움
2억~3억 드는 격리병상 아직 난항
전문가 “기금 조성, 저리 융자 필요”

메르스 종식 이후 정부와 의료계는 협의체를 만들어 병원의 감염 예방기능 강화방안을 논의해 왔다. 그 결과 당근과 채찍이 나왔다. 대표적인 당근은 감염 예방·관리료 수가 신설이다. 감염을 예방하려면 감염 관리 의사와 간호사가 필수적이다. 이런 전문인력을 두고 감염관리실을 설치해 감염 예방활동을 할 경우 올 7월부터 입원 환자당 하루에 1950~2870원의 수가를 병원에 지급한다. 대신 병원이 감염관리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직원들을 교육하고 관련 지침을 구비하며 감염병 발생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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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내 의료계는 주로 질병 치료에 자원을 투자했지 병원 내 감염에는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 기껏해야 감염내과나 감염소아과 등에서 입원한 환자를 돌볼 경우 월 1회 1만원의 감염전문관리료를 병원에 지급했다. 있으나 마나 한 수준이었다. 감염 관리 수가가 신설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종합병원의 70%가량이 감염 관리 의사와 간호사를 두고 있지만 수가가 미비한 탓에 제대로 된 감염 예방활동을 하지 못한다.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은 “그동안 감염 관리 수가를 폭넓게 인정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수가를 신설한 것은 긍정적”이라며 “제대로 된 감염 예방활동에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제시한 채찍은 격리병상 설치 의무화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전실과 음압시설(실내 공기가 병실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장치) 등을 갖춘 1인실 격리병상을 한 개 이상 갖춰야 한다. 감염병 환자가 발생하면 이 병실에서 응급조치한 뒤 국가 지정 입원치료병원이나 중앙감염병병원 등으로 이송하게 된다. 2020년까지 1500개(현재 100여 개)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300병상 미만 병원은 외부와 격리된 진료실 또는 병실을 설치해야 한다.

문제는 설치비용이다. 제대로 된 음압병실을 갖추려면 2억~3억원이 들어간다. 그 돈을 들여 만들어 놔도 평소 가동률이 30%를 넘지 않는다. 기존 6인실 병실 2개를 터야 음압병실 한 개를 만들 수 있다. 일반병실 12개를 없애고 ‘고비용 음압병실’을 운영해야 한다. 이왕준 이사장은 “음압병실은 대표적인 의료 공공재”라며 “병원이 당장 비용을 조달하기 힘든 만큼 기금을 조성해 장기 저리로 융자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역응급센터 응급실도 음압병상을 2개 이상, 일반격리병상을 3개 이상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 응급실 안 음압(일반) 격리실에서 환자를 진료할 경우 11만3000원의 격리관리료(일반병상은 3만원)가 생긴다. 하지만 응급실에 음압병상을 설치하려면 배기·흡기시설과 하수도 배관 등이 들어가야 하는데 일부 병원은 구조상 이렇게 바꾸기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서울대병원이 대표적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정부 지침대로 하려면 현행 응급실이 절반 정도밖에 남지 않게 된다”며 “그렇잖아도 과밀지수가 전국 1위인데 공사를 하면 견디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응급실의 병상 간격을 1.5m 이상으로 넓히도록 한 새로운 규정도 공간이 좁은 병원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정부가 병원에 일부 지원을 한다지만 음압병상을 유지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이런 역할은 민간병원에 맡길 게 아니라 공공병원이 선도적으로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에스더·황수연·정종훈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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