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대선 자금 '고무줄'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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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철 대표 발언으로 불거진 민주당 대선자금에 대한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업에서 받은 돈의 내역이나 국민 성금으로 상징되는 '돼지저금통'의 액수 등에 대한 관련 당사자들의 해명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공세를 강화하면서 정치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의혹의 핵심은 기업으로부터 돈을 얼마나 거뒀느냐다. 지난해 대선에서 돈 관리를 맡았던 이상수(李相洙)총장은 지난 3월 "1백대 기업을 돌며 1백억원을 모았고 돼지저금통 형식으로 들어온 돈이 80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당시 파문이 확산되자 문석호(文錫鎬)대변인은 "기업 모금액은 34억원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난 12일엔 "당시 전체 후원금은 1백50억원가량"이라며 "이중 일반기업이나 당내 특별당비 형식의 돈이 1백억원가량 되고, 돼지저금통이나 일반 국민의 온라인 성금으로 들어온 돈이 50억원가량"이라고 말해 다시 내용이 달라졌다.

또 정대철(鄭大哲)대표는 11일 말을 바꾸기는 했지만 "돼지저금통을 빼고 기업 등에서 거둔 돈이 2백억원"이라고 했다. 시기와 상황에 따라 鄭대표와 李총장의 주장이 바뀌고 있다.

대선 잔금에 대해서도 두 사람의 말이 다르다. 鄭대표는 11일 "2백억원을 거둬 대선 후 30억~40억원 남았는데 얼마 전에 확인해보니 10억원쯤 남았다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李총장은 "돈이 처음에 40억원 정도 남을 줄 알았으나 나중에 국고보조금이 예상한 것보다 20억원 적게 나와 결국 20억원이 대선 잔금으로 남아 있었다"며 "당 경상비로 다 썼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발행한 '대선 백서'에는 "선거 자금 확보와 지원이 여의치 않아 선거운동이 원할치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당 일각에서는 "돈이 남아 있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돼지저금통을 통한 모금 액수도 시시때때로 달라진다. 백서에는 '돼지저금통을 포함한 국민후원금 모금액이 72억원 정도'라고 돼 있다.

그러나 李총장은 지난 12일엔 '50억원가량'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3월엔 "돼지저금통 형식으로 돈이 80억원 정도 된다"고 했었다.

이와 관련, 12일 문재인(文在寅) 청와대 민정수석은 "노무현 캠프에서 한 것이 돼지저금통 모금이었고, 후원금은 당에서 모금했다"며 후원금 논란이 청와대, 즉 대통령에게로 튀는 것을 차단하려고 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박진(朴振)대변인은 "鄭대표가 말한 2백억원도 축소한 것은 아닌지, 더 큰 규모의 불법 모금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면서 "돼지저금통 모금으로 선거를 치렀다는 말은 기만극으로 밝혀졌다"고 비난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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