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투쟁」사전준비|대우어패럴 사건의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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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우어패럴 등 4개업체 생산직근로자 1천2백여명의 농성사건은 대우어패럴노조간부구속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인근 효성물산·가리봉전자·선일섬유노조 등이 동맹파업에 들어가는 「연대투쟁」의 방식을 취했다는데서 충격을 주고있다.
올들어 구로공단지역에서는 여러차례 시위·농성사건이 발생했으나 이번사건처럼 근로자들이 연대투쟁을 노골적으로 선언하고 나선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경찰은 지난22일 대우어패럴 노조조합장 김준용씨(27·구속·청계피복노조대의원 출신) 등 노조간부 3명을 구속할때 이회사 근로자들의 반발은 예상하면서도 다른업체에서까지 한꺼번에 지지농성에 들어가리라곤 전혀 예측하지못했다.
특히 연대투쟁방식은 80년국보위이전의 산별노조체제에서도 실제에선 불가능했던점과 이번사태의 경우 업종이 다른 전자업체와 섬유업체노조가 연계, 함께 농성에 들어간점에 놀라고있다.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불씨는 대우어패럴 노조간부의 구속. 그러나 이들노조가 대부분 지난해 6월 비슷한 시기에 결성됐고 노조간부들끼리 의형제를 맺는 등 유대관계를 치밀하게 다져와 연대투쟁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고있다.
이들 노조간부들은 현재구로공단 2백80여개의 업체중 39개업체에 노조가 결성돼있으나 대부분이 회사측과 사이가 좋은 노조이며 자신들의 노조만이 근로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민주노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우어패럴의 경우 84년6월8일 민경옥양(24·서울교대2년중퇴) 등 4명의 대학출신 생산직근로자들과 영등포도시산업선교회 소속이라고 당국이 밝힌 추재숙양(24·구속중) 등의 주도로 노조가 결성됐다.
이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어 노조위원장에 당선된 김준용씨는 「민주노조」를 내걸고 노조결성 4개월만인 84년10월16일 단체행동에 나서 그동안 다섯차례나 격렬한 농성사태가 벌어졌었다.
이번 사태의 또다른 특징은 근로자들의 주장이 노사관계의 범주를 넘어 정치색을 띠고있다는 점.
근로자들은 구속노조간부석방·노동악법 철폐·해고근로자복직 등 노동운동 차원의 것이외에도 언론기본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철폐 및 정권퇴진요구, 노동부장관·검찰총장 물러가라는 등 정치적요구를 하고있다.
근로자들은 집시법의 폐지이유로 자신들의 정당한 요구를 관철하기위해 벌인 농성과 시위를 범죄시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있다.
농성근로자들은 이번사태를 불러온 대우어패럴노조간부들의 구속이 시기나 방법 등에있어서 상당한 정치적 의미가 있는것 같다고 보고있다.
그이유는 ▲회사측이 노조간부들을 지난5월초 경찰에 고발했으나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않고 있다가 뒤늦게 구속했고 ▲지난4∼5월사이 임금투쟁 시기에는 농성·시위가 잇달았으나 그이후에는 노사분규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노동계에서는 이때문에 이번에 노조간부를 전격걱으로 구속한 것은 ▲여름방학을 이용, 대학생들이 각기업체에 위장취업하는 것을 사전에 막고 ▲노사분규가 뜸한 시기를 이용, 이들의 활동에 제동을 걸어 앞으로 발생할 노사분규에 대처하며 ▲국회폐회기간중에 응징조치를 취함으로써 파급효과를 줄이기 위한 것이란 판단이다.
그러나 노동부는 이같은 과격한 단체행동은 현행 노동쟁의조정법상 조합원의 과반수찬성, 신고 등 절차를 밟지않았고 (16조, 12조) 폭력행위 (13조)까지 일삼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경찰·검찰 등 관계기관과 사태처리를 신중히 논의하고 있다.

<전원끊자 횃불준비>
○…대우어패럴과 선일섬유농성근로자들은 사전에 준비를 치밀히 한듯 하오8시쯤 회사측이 전원을 끊자, 당황하지않고 대우어패럴은 즉시 철사에 솜뭉치를 단 횃불 10여개를 농성장주위에 설치, 사방을 환하게 밝혔고, 선일섬유근로자들은 준비한 랜턴을 필요할 때마다 켜들고 바깥을 살피는 등 태연하게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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