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40년은 여성고난의 연속|이효재교수 여성평우회 강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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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전쟁중에 가장을 잃고 자녀들과 함께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어머니, 병든부모·어린 동생을 먹여살리기위해 양공주가 되어야했면 소녀…. 이렇게 6·25의 상흔은 여성들에게 더욱 깊고 심하다.
6·25 전쟁으로 인한 국토와 민족의 분단 35년 역사를 여성의 현실, 여성운동의 시각에서 조명한 이효재교수(이화여대·사회학)의 강연이 22일 하오6시 여성평녀회주최로 흥사단 강당에서 열려 관심을 모았다.
이교수는 역사적으로 외세에 침략당하며 샅아온 민족으로, 수난을 당하고 지배권력의 유지를 위해 희생을 강요당한 가난한 민중의 절대수가 가족과 자너들의 생존을 부담하며 살아온 여성이라고 지적했다.
전쟁중 정치적 이데올로기 대립의 희생자가 된 남편과 자녀를 가진 가정의 최종적인 희생자도 여성이었다. 분단으로 인한 이산가족 중에는 반공을 국시로 삼는 현체제 속에서 남편과 자녀들이 좌익사상가로 낙인찍혀 반생을 숨죽이며 살아왔거나 부지불식간에 연루되어 치죄를 받는경우 또한 적지않다.
이데올로기와 정치권력의대립 위에선 분단사회의 보수성은 그 특징의 하나가 여성의 인간적 권리를 희생시키는 가부장제 위에 유지된다는 것인데 그를 위해 여성이 희생되고 있다는 것이다.
적지않은 수의 젊은 여성들이 외화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수출업체의 값싼 임금노동자, 관광산업체의 관광기생 등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의 부인들은 도시로 떠난 남편·아들들을 대신하여 2중·3중의 생활부담을 지고 있다.
즉 6·25전쟁으로 인한 분단의 직접적인 피해는 38선을 넘어 온 월남가족이나, 이산가족에만 미치고 있는 것이 아니다. 35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기까지 전쟁의 후유증은 생생히 살아남아 인간적인 삶을 살고자하는 여성들의 삶에 깊은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들은 분단의 구조 속에서 수난군라는 공동체의식을 갖고 지금까지 여성단체 등이 추진해온 가족법개정·여성노동운동 등을 재평가, 통일의지를 구체화하는 노력을 함께 경주해야할 것이라고 이교수는 결론지었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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