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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 만들겠다" 강남 재력가 납치ㆍ협박해 10억 뜯어 낸 양은이파 조폭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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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의 재력가를 납치해 협박ㆍ폭행한 뒤 10억원을 뜯어낸 ‘양은이파’ 고문과 행동대장 등 원로 조폭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H투자회사 대표인 재력가 김모(61)씨를 납치해 감금한 뒤 협박과 폭행을 통해 10억원을 갈취한 혐의(강도상해 등)로 양은이파 고문 이모(70)씨와 행동대장 강모(55)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안모(56)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씨 등은 지인의 소개로 알게된 재력가 김씨를 지난 1월 31일 오전 9시쯤 광주 광산구로 유인했다. “사업가를 소개시켜 주겠다”는 명목이었다. 그러나 이씨 등은 승용차에 탄 김씨의 손과 발을 묶고 안대를 씌워 납치했다.

이후 전남 보성군에 미리 예약해 둔 민박집으로 김씨를 데려간 이씨 일당은 강제로 옷을 벗겨 사진 촬영을하고, 각목으로 전신을 폭행했다. 또 1회용 주사기로 김씨를 찌르면서 “약물을 주사해 성 불구자로 만들겠다”고 협박했고, 10억원을 내야 살 수 있다고 겁을 줬다.

결국 협박과 폭행에 못이긴 김씨는 같은 날 오후 10억원을 이씨가 지정한 은행계좌로 입금했다. 돈을 챙긴 이씨 등은 김씨를 다시 송정리역 앞에 데려가 풀어준 뒤 도주했다.

김씨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현장 주변 폐쇄회로TV(CCTV)와 통신기록 등을 분석하며 이씨 일당을 추적했다.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여러 지방 조폭들의 도움을 받으며 도피 중이었다. 경찰은 지방을 오가며 이들을 도운 조폭들을 확인하고 2월 중순부터 광주와 상주, 서울 등에서 차례로 일당을 검거했다.

조사 결과 이씨는 호남 조폭계에서 대부로 통하는 인물이었고, 지인을 통해 알게된 김씨의 돈을 빼앗기 위해 강씨 등을 끌어들여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의 지시를 받은 강씨는 다른 조폭 부하들을 끌어들여 차량과 민박집 등을 준비시켰고, 운전과 폭행 등 역할을 분담해 범행을 벌였다. 피해자 김씨는 범행 전까지 이씨가 조폭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경찰은 이씨, 강씨 등과 현장에서 범행을 벌인 5명 외에 이들의 도피 생활을 도운 ‘차포파’ 조직원 등 4명도 함께 검거해 입건했다.

한편 일당 중 가장 늦게 검거돼 12일 구속된 강씨는 양은이파 행동대장 출신으로, 지난 1988년 9월 발생한 흉기 난자 사건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3대 폭력조직으로 꼽혔던 양은이파ㆍ범서방파ㆍOB파가 서로 세력다툼을 하던 중, 양은이파 소속 조직원 강씨 등이 OB파 두목 이동재를 식당에서 습격해 흉기와 둔기 등으로 공격한 것이다. 이 일로 치명상을 입고 장애를 안게 된 이동재는 이후 조폭세계에서 은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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