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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지 풀코스 요리 먹은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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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지 풀코스 요리 먹는 칼럼니스트 [사진 유튜브 캡처]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면 이 칼럼이 실린 종이를 먹겠다"고 큰소리쳤던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가 12일(현지시간) 결국 약속대로 '신문지 요리'를 먹는 신세가 됐다.

WP의 칼럼니스트 다나 밀뱅크(48)는 이날 오후 본사에서 신문지가 들어간 '9가지 풀코스 요리'를 먹는 '먹방'을 WP의 페이스북을 통해 1시간14분 동안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트럼프 소유 버지니아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트럼프 와인'을 여유롭게 마시며 동료 음식 평론 전문기자와 기상천외한 요리의 '음식 평'도 흥겹게 주고 받았다.

그는 식사 전에는 "난 지금 매우 슬픈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고 했지만, 식사 후에는 "앞으로 (대선이 치뤄지는 11월 8일까지의) 6개월 동안 겪을 고통에 비하면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뼈 있는 말도 던졌다. 이날 행사를 예고한 지난 5일 칼럼에선 "우리는 크고 아름다운 음식을 만들 것이고, 그 돈은 멕시코가 낼 것이다"며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만들고 그 비용을 멕시코 정부에 부담시키겠다는 트럼프를 비꼬았다.

이날 식사의 발단은 7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4일자 밀뱅크의 '트럼프가 지지 않으면 내가 이 칼럼을 먹어버리겠다(Trump will lose, or I will eat this column)'란 제목의 기명 칼럼.

그는 칼럼에서 "난 미국인들이 트럼프보다 (판단력이) 낫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며 "2015년 여론조사가 어떻게 되건 2016년 또한 '민주주의의 자살'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달 3일 인디애나주 경선 승리 이후 트럼프의 후보 지명이 거의 확실해지자 밀뱅크에는 "자, 이제 드시죠" "약속을 지켜라"는 요구가 쇄도했다.

이에 밀뱅크는 독자들로부터 받은 '레시피(요리법)'를 토대로 이날 워싱턴D.C.의 유명 음식점 '델 캄포'의 수석요리사 빅토르 알비수가 직접 만들어 내놓은 출장요리를 즐겼다.

지난해 10월 4일자 신문을 잘게 다져 만두, 허브·올리브유에 신문지를 갈아 만든 와규 스테이크 소스, 신문지가 섞인 검은 잉크색 소스의 세비체(중남미 해산물요리), 그리고 멕시코 요리 '타코 볼'에 곁들이는 과카몰레(아보카도로 만든 소스)에는 잘게 자른 신문지가 얹어졌다. 생선살 위에 신문지를 덮은 채 튀긴 '휘시버거'도 메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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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지로 만든 요리 [사진 워싱턴 포스트 페이스북 캡처]

밀뱅크는 "맛은 있지만 뭔가 씹힌다" "잉크 냄새가 난다"며 어떻게든 식사를 마치려 노력했지만 5~6번째 코스가 나올 때 쯤에는 다소 힘들어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그는 식사 중에도 트럼프를 겨냥한 듯한 의미심장한 말도 던졌다. 트럼프 와이너리의 '소비뇽블랑' 와인에 대해선 "휘발유보다는 낫지만 '진짜 와인'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했고, 샤르도네 와인을 마시곤 "뭔가 잘못됐다(something just went wrong)"며 얼굴을 찡그렸다.

또 요리사가 마지막 코스로 신문지로 내린 커피를 내놓으며 "설탕을 넣을까요"라고 묻자 "슬플 때에는 쓴 커피를 마시는 법"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난 (이번 일을 통해) 약속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 교훈을 얻었는지 모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난 트럼프가 본선에서 이길 것 같지 않지만 그렇다고 (오늘 먹은) 음식이 제대로 소화되는지 확인될 때까지 (이번과 같은) 이판사판식 내기를 또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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