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프 직무 정지…대통령 없이 치르게 된 올림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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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프

지우마 호세프(68) 브라질 대통령의 직무가 12일 정지됐다. 브라질 상원 전체의원 81명 중 절반을 넘는 55명이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개시에 찬성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반대는 22명에 그쳤다. 호세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됨에 따라 브라질 노동자당(PT)의 좌파 정권이 13년 만에 사실상 막을 내렸다.

상원 과반 탄핵심판 개시 찬성
테메르 부통령이 대통령 권한 대행
좌파 정권 13년 만에 사실상 막내려

연방대법원장을 재판장으로 하는 탄핵 심판 재판부가 최대 180일(6개월) 간 호세프의 정부회계장부 조작 혐의를 심리한다. 2014년 대선을 앞두고 대규모 재정적자를 감추기 위해 국영은행들의 자금을 불법 전용했다는 의혹이다. 탄핵 심판 동안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는다.

이로써 브라질은 1992년 이후 24년 만에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리는 상황을 맞았다. 당시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 대통령은 뇌물수수 혐의로 탄핵 심판을 받는 도중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호세프의 경우 탄핵 심판 뒤 상원에서 또다시 재적의원 3분의 2(54명) 이상이 찬성해야 최종적으로 탄핵된다. 하지만 호세프는 이미 ‘식물 대통령’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브라질은 현재 안팎으로 위기다.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있고, 정·재계 유력 인사들이 대거 연루된 부패 스캔들이 터진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중남미 최대 국가인 브라질이 정치적·경제적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신종플루 사망자도 급증하고 있다. 안전 문제 탓에 세 달 앞으로 다가온 리우 여름올림픽 개최할 수 있을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브라질 보건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신종플루 환자는 2085명으로 집계됐고, 이로 인한 사망자는 411명에 달한다.

지카 바이러스 확산 기세도 꺾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안전대책 준비로 올림픽 시설 공사가 중단된 곳이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국가에선 올림픽 개최를 미루라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브라질 축구스타 히바우두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브라질은 매우 위험하다. 리우 올림픽 때 브라질을 찾지 말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브라질이 안정을 찾기까진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설사 호세프가 상원의 최종 탄핵 표결에서 구제된다 하더라도 당분간 정치적 혼란이 불가피하다. 브라질 국민들은 호세프 지지파와 탄핵파로 두 동강 난 상황이다. 이날 상원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의회 밖에선 수백 명의 호세프 지지자가 시위를 벌였고 경찰이 최루가스를 뿌리며 진압했다. 반대편에선 수백 명이 호세프 탄핵을 외쳤다.

호세프는 이날 상원으로부터 대통령 직무정지를 통보 받은 뒤 수도 브라질리아의 대통령 집무실을 떠났다. 직무정지를 예상한 듯 집무실 개인 물품은 미리 대통령 관저로 옮겨놨다. 그러나 호세프는 “탄핵의 위법성을 끝까지 밝히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전 정부도 관행적으로 해왔던 일”이라며 “자신들의 부패를 감추기 위해 벌이는 쿠데타”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AFP통신은 “호세프의 혐의가 탄핵감인지 논란이 있긴 해도 경기 불황과 부패 등 대한 대중의 분노가 치솟은 상황이어서 호세프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날 55명이 탄핵 심판에 찬성한 터라 현지에선 호세프 퇴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탄핵 심판 뒤 최종 탄핵안이 가결되면 호세프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고 테메르 부통령이 2018년까지로 돼 있는 잔여 임기를 채우게 된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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