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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기술 배워 일하는 노년, 고액연금자 안 부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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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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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흔히 일본은 고령자의 천국이라 불려 개인이 맞이하는 장수시대의 어려움이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들을 한다. 하지만 요즘 일본에는 고독사, 노후파산, 하류노인이라는 단어들이 떠돌고 있다. 자산은 고갈된 상태에서 연금소득으로 최소한의 생활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노후파산이 2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일본 노인의 현재는 우리나라 노인의 미래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반(半)연금·반(半)기술’ 전략이다.

일본서 노인층 파산만 200만 명
연금으로 소득의 절반 마련하고
전문성 살린 일로 나머지 충당을
연금 쌓듯 나에 대한 투자 서둘 때

반연금·반기술 전략은 연금으로 소득의 절반을 마련하고, 소자본 자영업이 아닌 전문성과 기술에 기반한 일을 통해 소득의 나머지 반을 마련한다는 뜻이다. 저금리·장수사회가 도래하면서 연금이 많은 곳,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는 분야인 교사·공무원·의사 등 기술과 전문성을 가진 직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반연금·반기술 전략을 잘 실행하면 이런 직업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도 이들 직업이 가진 장점을 누릴 수 있다. 오히려 두 가지의 적절한 결합으로 더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첫째, 안정적인 연금소득을 기반으로 장기적으로는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해 추가 소득을 올릴 수 있다. 종신연금은 평생 일정금액을 수령하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다. 국민연금·개인연금·퇴직연금을 기본으로 사망시까지 받을 연금을 준비하고, 부족하면 주택연금을 활용하면 된다.

노후에 자신의 전문성을 걸고 일을 해서 버는 소득은 기반이 잡히면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으나 그 과정까지는 소득이 들쭉날쭉할 수 있다. 연금으로 생존자금이 마련되면 중간 중간의 근로소득 부침에도 견딜 수 있다. 보다 장기적으로 전문성을 가지고 승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술로 나의 일을 시작하는 것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둘째, 이러한 구도 속에서 하는 노후의 일은 생존만이 아닌 비경제적 가치를 같이 추구할 수 있다. 일은 돈을 벌기 위한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자아실현, 관계망 형성, 건강, 여유시간 보내기 등의 비경제적 가치도 가지고 있다. 젊어서는 경제적 가치를 기준으로 일을 택하지만 노후에는 비경제적 가치가 일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커진다. 한 조사에 따르면 노후에 TV시청 시간이 3만3000시간이라고 한다. 노후에는 시간을 보람있게 보내는 것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일거리는 노후에 관계망이 급격하게 축소되는 것을 방지해 줄 수 있다. 연금소득이 없으면 노후의 일도 오직 생존을 위해서 해야 하지만 연금소득이 바탕이 되면 비경제적 가치 등 다양한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셋째, 이 전략은 선순환 과정을 밟아 소득이 높아질 수 있는 잠재성이 있다. 전문성과 기술을 통해 일을 하는 것이 성공하면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연금보다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기술을 통해서 버는 소득이 주가 되고 연금소득이 부차적인 것이 된다. 연금소득과 근로소득으로 현금흐름이 충분히 확보되면 금융자산도 적극적으로 운용해 수익을 높일 수 있다. 노후의 금융자산은 주로 예금성 자산으로 묻어둔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 시기에는 자산증식이 거의 되지 않는다. 현금흐름이 충분히 확보된 뒤에 금융자산의 수익성도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잘 정착되면 전체 소득이 확대되는 길을 밟을 수 있다.

반연금·반기술 전략은 콜옵션을 매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콜옵션은 자산가격이 일정수준 이하로 하락하는 손실은 막고, 상승할 때는 그 수익을 취하는 구조다. 반연금·반기술 역시 최소한의 연금 소득을 마련해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는 것을 막는 한편, 기술을 통해 돈을 벌게 되면 소득이 증가하는, 쌍방으로 잠재성을 가진 구조다.

콜옵션을 사려면 비용을 지급하듯 노후에 이런 구조를 만들어 놓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해야 한다. 국민연금·개인연금·퇴직연금·주택연금 등을 충분히 활용해 안정된 종신 연금소득을 만드는 것과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통해 나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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