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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맞는 아내] 30∼40대가 가장 많다|[여성의 전화] 1년… 주부 상담내용 분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아내를 때리는 남편은 30∼49세가 제일 많고 그중 결혼한지 3개월 이내에 매질을 시작한 경우는 21%로 나타났다. 이들은 대개 주먹이나 손바닥으로 아무데나 마구 때리는데 칼·가위·연탄집게·돌멩이등을 휘두르기도 하며 골절·고막파열·유산등으로 아내를 병원치료 받게 한 예는 26%. 이 같은 사실은 전화상담기관 [여성의 전화]가 작년 5월초부터 올해 4월말까지 1년 동안의 전화상담 내용을 분석한 결과 밝혀진 것이다.
이기간에 상담을 요청한 3천1백61명 가운데 8백66명이 구타를 호소했는데 매맞은 아내는 30∼39세가 39%, 매질한 남편은 30∼49세가 62%로 각각 가장 많은 분포.
특별한 이유없이 매맞은 경우가 14%로 가장 많으며 그밖에 말대꾸한다고(12%), 술주정으로(12%), 의처증및 정신질환(10%) 말을 안듣는다고(6%) 외에 [시부모에게 잘못한다] [돈 구해 오라] [살림살이를 못 잘한다] [이혼해주지 않는다] 등의 순서.
주기적으로 매맞는 아내는 21%인데 그중 44%가 1주일에 한번 이상, 19%는 거의 매일, 18%는 1개월에 한번 이상 매맞는다고 밝혔다.
주먹이나 손바닥으로 매맞는 예가 37%로 제일 흔하고, 10%는 발길질 당하며 9%는 칼·혁대·몽둥이등으로 맞거나 위협 당하는데 자식들이 보는 앞에서 매맞는 아내도 21%에 이른다. 38%는 아무데나 닥치는대로 얻어맞으며 그밖에 뺨(13%), 머리(6%), 목(4%) 등의 순서로 구타당한다.
처음 매맞은 시기는 결혼한지 3개월 이내가 21%로 가장 많고, 결혼한지 3개월에서 1년 사이가 12%이며, 결혼전 교제 기간도 4%남짓.
매맞은 아내들은 25%가 [그냥 참았다] [무조건 빌었다] [울기만 했다] [사과했다] [기절한 체 했다]등의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6%는 무단가출 내지 피신, 그밖에 7%는 대들며 반항하거나 파출소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매질한 남편의 19%는 그 사실이 없었던 체 하거나 당연시하고, 5%는 윽박지르며 내쫓거나 감금시키는데 비해 17%는 사과하고 병원에 데려가든지 약을 발라준다.
또 아내를 때리는 남편들의 학력은 대학중퇴나 졸업및 대학원 졸업 이상의 고학력자가 26%로 가장많고, 고등학교 중퇴및 졸업21%, 중학교 졸업이하 20%등으로 학력이 높을수록폭력을 휘두르는 경향.
한편 구타 이외의 상담내용은 외도가 21%로 가장 많으며 그밖에 미혼자의 이성교제·시부모와의 문제·성격 부조화·경제적 고민(생활비·빚·돈거래), 배우자의 악 습관(과음·노름·낭비벽. 도벽)등의 순서다.
이같은 상담통계와 함께 [여성의 전화]는 29년간 심하게 매맞으며 살았던 어느 부인의 사례를 중심으로 한 심층조사 연구를 통해 [폭력 가정에서 폭력 인물이 나온다]는 폭력의 악순환 내지 대물림 문제를 실증적으로 드러냈다. 사례연구 대상자의 가족과 친척들을 조사한 결과 매질하는 남편의 95%가 매질 습관이 있는 가계 출신이고 매를 맞는 아내의 80%가 매질을 당하는 것을 보고 자란 사람들.
[여성의 전화] 김희선 원장은 『아내 구타문제를 개인문제나 가정문제로 덮어두지 말고 사회문제로 다뤄야 그 악순환의 고리를 풀 기회가 생긴다』면사 하루빨리 [여성보호소] 같은 시설을 운영해서 매맞는 아내들이 일시적이나마 몸을 피해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자존심을 회복하며 문제 해결방법을 모색할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고 주장했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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