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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단 육상 감독 “친구 잘 만나 올림픽 첫 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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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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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장훈(가운데)은 남수단올림픽위원회(SSOC) 창설을 주도한 임흥세 SSOC 부위원장과 더불어 ‘남수단을 돕는 한국인 싸비(SABI·‘친구’라는 의미의 토속어)’로 인정 받고 있다. 리우올림픽 출전을 준비 중인 남수단 태권도대표팀 코칭스태프와 함께 태권도복을 입고 주먹을 불끈 쥔 김장훈. [사진 김상선 기자]

구오르 마리알(32).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오륜기를 가슴에 달고 뛴 남수단 출신 흑인 마라토너다. 수단 내전 기간 중 가족과 친지 28명이 무참하게 학살당한 현장에서 홀로 살아남은 그는 이후 난민 자격으로 미국에 건너가 성장했다.

가수 김장훈, 항공료·체제비 지원
“올림픽이 희망 되도록 돕겠다”
남수단 체육 지도자들 3주간 연수
“리우선 기쁨의 눈물 흘리고 싶어”

2011년 7월 남수단이 독립국가로 새출발한 직후 남수단 국적으로 런던올림픽 참가 신청서를 낸 마리알에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남수단 국기 대신 오륜기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출전을 허락했다. 풀코스를 완주한 그는 “나와 같은 난민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어 행복하다”면서 “남수단이 IOC에 가입해 4년 뒤엔 내 나라 국기를 달고 싶다”며 울먹였다.

마리알의 눈물은 새로운 기적의 씨앗이 됐다. 남수단은 한국 스포츠계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7월 남수단올림픽위원회(SSOC)를 조직한데 이어 오는 8월 리우 올림픽 출전(태권도·육상)을 준비 중이다.

지난 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만난 조셉 부가렘(52) 남수단 육상대표팀 감독은 “마리알이 남수단 대표로 올림픽에 나선다”면서 “4년 전 마리알이 남수단 국기가 아닌 오륜기를 달고 뛰는 장면을 보고 남수단 전역이 눈물 바다가 됐다. 리우에서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싶다”고 말했다.

부가렘 감독을 비롯한 남수단 9개 종목(육상·복싱·축구·핸드볼·탁구·태권도·유도·배구·농구) 대표팀 지도자 18명은 지난달 19일부터 10일까지 3주간 내한해 체육 지도자 연수를 했다.

‘기부 천사’ 가수 김장훈(49)과 서울시의 공동 초청으로 서울시 체육회의 종목별 훈련을 참관하며 체계적인 선수 지도법을 익혔다. 김장훈이 왕복 항공료와 체제비를, 서울시가 숙소와 차량·스태프를 각각 지원했다. 연수 틈틈이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경기를 관람했고 태릉선수촌·국기원·한국스포츠개발원 등 체육 시설도 둘러봤다.

세빗 쿠주르(58) 태권도 감독은 “지난 6일 kt 위즈 홈 경기에 초청을 받아 미스터 킴(김장훈)과 함께 애국가를 부른 게 기억에 남는다”면서 “한국어 가사를 외우는 게 쉽지 않았지만 친절하고 따뜻하게 맞아 준 한국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보답을 한 것 같아 뿌듯했다”고 말했다.

김장훈은 “지난달 9일 남수단 수도 주바에서 3000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아프리카 피스 콘서트’를 개최했다. 지도자 초청 연수도 당초 계획보다 인원과 기간을 늘려 잘 마무리했다. 올해 초 중앙일보와 인터뷰(1월13일자 24면)하며 내놓은 두 가지 약속을 모두 지켰다”면서 “리우 올림픽이 남수단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게 끝까지 돕겠다”고 말했다.

남수단은 리우에 40명 안팎(태권도 8명·육상 12명·임원진 20명)의 선수단을 파견한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선수단복을, 국내 스포츠의류 브랜드 스켈리도가 트레이닝복을 각각 후원한다. 부가렘 감독은 “남수단의 국민 가요가 있다. 가사는 ‘탈루 나브니 발라드나 투게더(Talu Nabni Baladna Together)’로 시작한다. 함께 일어서서 나라를 위해 싸우자는 뜻”이라면서 “우리에겐 한국이라는 좋은 친구가 있다. 건국 후 첫 올림픽이지만 함께 준비하니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글=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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