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경제 용어] 가로주택정비사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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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도시재생사업과 함께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어요. 바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이에요. 2012년 도입된 도시재생의 한 사업 형태로, 전면 철거 없이 낡은 주거지의 기존 가로망(시가지의 길 체계)을 유지하면서 건물만 새로 짓는 방식이죠. 사업 규모가 작아 ‘미니 도시재생사업’이라고도 불려요.

길 체계 유지하며 건물 신축
20가구 이상만 되면 공사 허가
사업속도 빨라 주민 부담 줄어

아무 곳이나 사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우선 사업장이 도로로 둘러싸인 1만㎡ 이하 면적이어야 해요. 그러면서 노후·불량 건축물 수가 전체 건축물의 3분의 2를 넘고, 주택이 20가구 이상이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되는 거죠.

현재 서울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총 7곳이에요. 중랑구 면목동과 강동구 천호동, 서초구 서초동 등지에 있죠. 이 중 1호 사업장인 면목동(우성주택 외 4필지)의 경우 2014년 조합이 설립된 뒤 시공사 선정, 사업시행 인가, 관리처분계획 인가 단계까지 마쳤어요. 올 하반기에 공사를 시작하니 내년 상반기 정도면 기존 22가구 주택은 최고 7층짜리 아파트 42가구로 탈바꿈될 거예요.

눈치챈 틴틴 친구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사업의 가장 큰 장점은 사업 속도가 빠르다는 거예요. 평균 8년 6개월 정도 걸리는 재건축과 달리 사업 기간이 조합 설립 이후 2년도 채 걸리지 않아요. 정비구역 지정과 추진위원회 구성 같은 중간 절차도 생략돼요. 덕분에 조합원 부담이 크게 줄게 되는 거죠. 추가분담금(입주 때 추가로 내는 돈)도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돼 대다수 조합원이 이사 가지 않고 그대로 눌러 살 가능성이 커요. 소규모 사업인 만큼 주민 의사도 사업에 반영 되기 쉽고요.

이뿐 아니에요. 지분(주택을 받을 수 있는 권리)에 따라 가구당 최대 3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 요소예요. 직접 거주할 뿐 아니라 한두 개 주택을 월세로 놓으면 쏠쏠한 임대수익을 거둘 수 있으니까요. 사업 여건도 괜찮아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이 사업과 관련해 시공사가 부도나면 손해금을 지원하고 주민 등이 이주비·사업비를 대출받을 때 일부를 보증해 주고 있어요. 대출 보증 한도액은 총 사업비의 90%로, 재개발·재건축 보증 한도(50%)보다 높아요.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참여하는 사업장이 늘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예요. 실제 올해 서초구 등 10여 곳에서 추가로 사업을 추진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요. 다만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는 게 문제예요. 소규모 사업이다 보니 중소 건설사가 시공을 맡게 돼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려운 거죠. 최근 HUG가 지원하곤 있지만 여전히 사업 활성화의 큰 걸림돌로 꼽히는 상황이에요.

황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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