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동원은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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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나라에서 사람숫자를 채우는 행사는 으례 초중고등 각급학생들로 충당하는것이 당연한 관례로 되어있다. 각종국경일이나 기념식에는 거의모든 좌석을 학생들로 채운다.
때로는 길거리에 늘어서서 깃발을 흔드는것도 동원된 학생들이다.
해마다 열리는 체전행사에 화려하게 펼치는 카드섹션이나 매스게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행사에 동원돼 잠시자리를 메우는 정도야 일시적인 수업중단쯤으로 간단히 끝날수 있으나 문제는 카드섹션이나 매스게임이다.
적어도 6개월 이상의 연습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강요되는 시간의 낭비와 신체적인 소모는 이루 말할수 없다.
이에 대한 비판의 여론은 끊이지않지만 아직 개선의 기색이 없다.
더구나 놀랍고 충격적인사실은 내년에 있을 아시안 게임에서도 매스게임과 개폐막식행사에 서울시내 남녀초고교생을 1만2천여명이나 동원하는 계획이다. 이것이얼마나 안역하고 타성에 젖은 관료적발상인가는 학생들 자신의 비명과학부모들의 빗발치는 반발에서도 엄연히 엿볼수 있다.
이 행사에는 무려 18개종목의 각종프로그램이 꾸며지고 이를 위해 서울시내 23개교에서 동원된 학생들이 앞으로 거의 1년동안에 걸쳐연습과 훈련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어제날짜 중앙일보보도).
우리가 주최하는 국제적행사가 우리의 국위를 선양하고 국력을 과시하는 기회임을 의심하는 사람은없다.그러나 아무리 목적이 좋다해도 수단과 방법이 어린 학생들의 희생을 강요한다면 이는 타당하다고 볼수없다. 게다가 교육적인의미라도 있다면 모르지만 실상은그렇지않다.
그들은 아직 신체적으로 미숙하고 정서적으로도 불안한 단계에 있다. 우려는 행사장 땡볕에 오래 서있던 학생들이 졸도까지하는 현장을 수시로 보아오지 않았는가.
특히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경우는 대부분 학교에서 6∼7시간수업을 끝내고 집에돌아오면 밥숟가락을 놓기가 바쁘게 숙제다, 예습이다 해서 밤잠을 설칠 지경이며, 다만 몇분이라도 공부를 더 시키기 위해 부모들도 함께 잠을 자지않고 옆에서 지키고 있는 것이 우리의 교육현실이다.
이런 판국에 일부학생을 차출해서 1년여 동안을 행사준비에 동원한다는 것은 당연히 학생과 학부모들의 .걱정과 원망을 살만하다.·
관계당국은 이런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동원학생의 성적을 륵별히 올려주면 되지않겠느냐는 생각인것 같으나 이 또한 형평을 벗어난 일이다. 성적이란 실력의척도이지 어떻게 체육당국의 뜻대로 선물처렴 보태줄 수있는 보상일수 있단 말인가.
국제적체육행사에 매스게임을 하지 않을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적절한 자원자들을 찾아내는 일이다.
우선 각행사의 프로그램분야별 전문인과 직업인을 전국적으로 동원하여 유급으로 참여케하고 일정수의 자원자를 모집하여 자발적으로 참여시키는 방법이 가장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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