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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4월 소비자와 생산자 물가의 속풀이

중앙일보

입력

중국이 드디어 돈풀기 효과를 보는가. 물가 흐름을 보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 4월 소비자물가(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2.3% 올랐다”고 10일 발표했다.

또 “생산자물가(PPI)는 전년 동기와 견줘 3.4% 떨어졌다”고 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예상치와 같았다. 생산자물가(공장출고가) 상승률은 예상치(-3.7%)나 전달치(-4.3%)보다 덜 떨어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전문가의 말을 빌려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줄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 상승률이 1.3%까지 떨어진 뒤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올 2월 이후 석 달째 2.3% 증가세다.

생산자물가는 2012년 3월 이후 49개월째 디플레이션 상태다. 다만 올 들어 넉 달째 하락률이 줄었다. 과잉중복 투자가 낳은 공급 과잉이 완전히 해소되진 않았지만 기업 공장출고가 하락폭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 바람에 중국 기업의 순이익이 올 3월에 11% 넘게 늘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2014년 이후 파도 치듯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일곱 차례 내리고 지급준비율을 다섯 차례 인하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라고 전했다. 사실상 경제정책 사령탑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한 시름 덜 수 있는 소식이다.

지난해 시진핑은 '무기력한 통화정책’에 애를 태워야 했다. 톰슨로이터는 “지난해 공격적인 돈 풀기에도 중국 디플레이션 리스크는 커지기만 했다”했다.

올 4월 물가 상승률은 디플레 리스크 해소일까. 블룸버그는 전문가의 말을 빌려 “물가가 바닥 다지기를 이어가고 있다”고 풀이했다. 긍정적인 요인과 불안한 변수가 균형 상태란 얘기다.

우선 중국의 신용창출(Money Creation) 장치가 작동하고 있다. 시중은행 대출이 올 1월엔 320%(전달 기준), 3월엔 89% 늘었다. 일본처럼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도 대출이 늘지 않거나 심지어 감소하는 유동성 함정에는 빠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금융시장 불안도 일단 진정되는 분위기다. 주가와 금리 흐름이 3월 이후 안정적이다. 블룸버그는 “금융시장이 조용해지면서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3~4월 두 달 연속 늘어나 3조2190억 달러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확실히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불안한 변수는 여전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증가 이면엔 식료품값 급등이 똬리를 틀고 있다. 국가통계국은 “식료품 가격이 올 4월 7% 넘게 뛰었다”고 설명했다. 식료품을 뺀 4월 소지자물가 상승률은 1.1%에 그쳤다.

무엇보다 서방에선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의 변동은 통화정책 영향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돈의 양과는 상관없이 흉작이나 풍작, 생산 차질, 생산 기업의 담합 등에 의해 가격이 급변동하는 품목이란 얘기다. 달리 말하면 시진핑 돈 풀기의 효과가 겉보기보단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2012년 3월 디플레이션 시작 이후에도 생산자물가 하락률이 넉 달 연속 줄어든 적이 두 차례 있었다. 톰슨로이터는 “생산자물가 하락률이 다음달 이후에도 완화돼야 디플레이션 압력이 줄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수출도 심상찮다. 미국 달러 기준으로 4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감소했다. 한 달 전인 3월엔 수출이 11% 이상 늘어 중국 기업이 떠안은 재고가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웠지만 분위기가 달라졌다. 블룸버그는“수출의 활력이 떨어지면 생산자 물가 하락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어쨌든 중국 물가지표 등이 긍정적으로 나타나면서 성장 전망을 놓고 중국 내에서 예측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경제 성장이 ‘U’자나 ‘V’자 형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금까지 서방 투자은행의 예상은 내년 1분기까지 중국 경제 성장률이 하락한다는 것이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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