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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단비 같은 이란 건설시장의 귀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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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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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화려한 문양의 비단 양탄자와 천일야화(千一夜話)로도 불리는 아라비안나이트. 고대 서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등을 통치했던 거대 제국. 이슬람·기독교·유대교처럼 유일신을 믿는 조로아스터교. 이들의 공통점은 페르시아다. 흥망과 부침의 역사 속에 화려한 예술과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품고 있다. 페르시아 문명의 적자(嫡子) 이란이 세계 시장에 귀환(歸還)했다. 월드컵 축구 예선에서나 가끔 듣던 나라로만 인식됐던 이란은 확연하게 달라졌다.

지난 1월 16일 핵 협상에 관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및 독일(P5+1)과 이란 간에 합의된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의 이행일 발효는 큰 파장을 가져왔다. 이란 건설시장은 국내 기업에 매우 중요하다. 2010년 6월 한국 정부가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동참하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 기업은 이란 사우스파 가스전 개발의 대부분 공정에 참여해 120억 달러의 수주고를 올렸다. 지난해 한국 해외건설 수주는 2014년부터 시작된 저유가로 제동이 걸렸다. 분위기 전환을 위한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 시기다.

이란 건설시장의 귀환이 반가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란에는 세계에서는 6번째로 큰 건설시장이 있다. 게다가 이란은 지난 37년간 이어진 국제사회의 제재로부터 체득한 생존 능력이 있다. 생존 능력은 저유가라는 악조건을 주변 국가들보다 잘 이겨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이란 건설 시장을 새롭게 진출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제재 해제 이후 이란 정부와 지속적으로 접촉해 기업 애로사항 해소를 요청했다. 정부 간 협의를 통해 250억 달러 규모의 금융 패키지도 마련했다. 대통령의 이번 이란 방문은 현지 발주처의 관심과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양국 정부 간 협력도 더욱 강화돼 앞으로 국내 기업의 이란 진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번 순방 일정에 앞서 국토교통부는 먼저 이란에 들어가 주요 발주처인 도로도시개발부·석유부·에너지부 장관과 만나 국내 기업이 추진 중인 사업과 정부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핵 합의 직후부터 지속 협의해 온 교통·인프라·공항과 스마트 물관리 등 7개 부문에서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국내 기업도 현지에서 사업 수주를 위해 발 벗고 뛴 결과 371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MOU 및 가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보였다.

이란 건설시장은 JCPOA의 이행일 발효 이후 세계 유수 기업들의 수주 각축장이 됐다. 게다가 각국은 수출신용기관(ECAs) 자금을 기반으로 수주 대항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체결한 각종 MOU 등은 해당 프로젝트의 선점에 있어 의미가 크다. 물론 최종 계약까지 금융 조달 등 난관을 해결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도 기업과 협력해 이란 정부와 자주 교류하면서 다양한 사업을 발굴하고자 한다. 그동안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구슬을 준비했으니 이제는 기업들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튼튼한 실로 구슬을 꿰어야 할 때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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