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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파괴’말리부·SM6, 일 내려나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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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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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부

#1. 지난달 27일 국내에 출시된 한국GM의 중형 세단 ‘말리부’의 판매 기세가 심상치 않다. 말리부는 첫날에만 사전 계약 2000대를 돌파했다. 출시 나흘째까지 6000대를 기록했다. 말리부를 만드는 부평2공장은 5월 첫주 ‘황금 연휴’도 반납한 채 말리부 생산에 전념하고 있다. 기존 중형 세단을 넘어선 차체 크기가 인기 돌풍의 핵심이다.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은 “말리부는 쏘나타·K5·SM5와 격이 다른 ‘중형차 이상의 중형차’”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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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6

#2. 박동훈 르노삼성차 사장은 올 2월 중형 세단 ‘SM6’를 출시하며 “현대기아차가 만들어 놓은 중형차 시장의 틀을 깨겠다”고 선언했다. 그의 말대로 중형 세단 시장 ‘만년 2위’였던 SM5와 달리 SM6는 ‘백전노장’ 현대차 쏘나타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지난 3월 6751대를 판매하며 쏘나타(7053대)를 위협했다. 구형 YF 쏘나타 판매를 제외한 쏘나타 판매는 6442대로 오히려 SM6가 쏘나타를 눌렀다. 그동안 국산 중형차에서 보기 어려웠던 고급 옵션(선택사항)과 차별화한 디자인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말리부, 출시 나흘만에 6000대
SM6, 나오자 마자 쏘나타 위협
차체 키우고 엔진은 다운사이징
외모는 준대형, 심장은 준중형급

한국GM·르노삼성차가 올 초 잇달아 선보인 중형 세단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차급 파괴’ 덕을 톡톡히 봤다. 중형차이지만 중형차보다 큰 느낌을 준 것이 소비자들에게 주효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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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크기가 쏘나타나 기아차 K5 같은 경쟁차는 물론 ‘준대형’급인 그랜저에 육박한다. 말리부의 경우 전장(길이)이 4925㎜다. 그랜저(4920㎜) 보다도 5㎜길다. SM6는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축간거리)가 2810㎜로 SM7과 같다. 쏘나타·K5(2805㎜) 보다 5㎜ 길다. 외형은 중형차지만 내부 공간은 준대형차 수준이란 얘기다.

배기량을 줄이면서 출력은 높인 ‘다운사이징’ 엔진을 얹은 것도 특징이다. 특히 말리부는 1.5L 터보 엔진 모델까지 출시했다. 말리부 사전 계약 물량의 60% 이상이 1.5L 모델이다. 준중형 세단인 현대차 ‘아반떼’의 주력인 1.6L 모델과 겹친다.

SM6도 1.6L 가솔린, 2.0L 가솔린·LPG 모델만 출시해 다운사이징에 가세했다. 수입 중형차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고급 옵션도 적용했다. SM6는 버튼 하나로 스포츠·컴포트·에코·노멀·개인설정 5개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모드에 따라 엔진 특성, 계기판, 내부 조명, 시트(마사지) 기능, 공조 시스템이 함께 바뀐다. 액티브 댐핑 컨트롤(ADC), 헤드 업 디스플레이(HUD), 360도 주차 센서, 풀 LED 헤드램프 같은 옵션도 등장했다. 말리부는 주행시 외부 소음을 줄이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 같은 옵션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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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6·말리부 덕분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밀렸던 중형 세단 시장 점유율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2011년 22.3%였던 중형 세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6%로 추락했다. 올 2월엔 13.4%까지 떨어졌다가 SM6 출시 직후인 3월엔 16.5%로 반등했다. 자동차 업계에선 말리부 판매가 가시화하는 5월엔 중형 세단 점유율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림대 김필수(자동차학) 교수는 “현대기아차에 눌렸던 국산차 브랜드가 차급을 파괴한 전략 중형 세단을 무기로 틈새를 파고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며 “쏘나타가 독주해 온 국산차 시장에 건강한 경쟁 구도가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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