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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국제사회에 ‘NO’라고 말한 김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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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노동당 제1비서)은 지난 6일부터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노동당 7차 대회 사업총화(결산) 보고를 통해 “미국은 핵 강국의 전열에 들어선 우리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와 대세의 흐름을 똑바로 보고 시대착오적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핵보유국 지위에 맞게 대외관계 발전에 새 장을 열자”는 주장도 했다. 지난 1월 4차 핵실험 이후 유엔과 국제사회가 만장일치로 요구한 핵 포기 요구에 대해 육성으로 “노(No)”라고 답한 셈이다.

7만2000자 핵포기 거부 선언

김정은은 6~7일 진행된 보고에서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적대세력이 핵으로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 않는 한 먼저 핵무기를 사용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 전파(확산) 방지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세계의 비핵화’ 실현에 노력할 것”이란 입장도 밝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북한이 핵 개발 의혹을 부인하며 탈퇴했던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할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는 “NPT에 의거해 북한은 어떤 핵도 가질 수 없다는 게 유엔 결의의 핵심”이라며 “ 세계의 비핵화 운운한 것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최진욱 통일연구원장은 “연초부터 몰아친 북한의 도발은 결국 핵 능력을 고도화시켜 북·미 협상을 하려는 게 목표였다”며 “김정은이 연설로 이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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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주민들이 노동당 7차 대회 둘째날인 7일 낡은 트롤리 버스를 타고 시내를 지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은 6일 당대회 사업총화 연설에서 “경제의 어떤 부분은 한심하게 뒤떨어져 있다”며 인민생활에서 전환을 이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정은은 식량·전력 부족 문제를 언급하면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도 제시했다. [평양 AP=뉴시스]

실제로 김정은은 핵 개발과 경제 건설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경제·핵 병진노선을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하기 위한 일시적 대응책이 아니라 항구적 전략적 노선”이라고 선언했고, “실용 위성을 더 많이 제작·발사하라”고 지시해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도 계속할 것임을 내비쳤다.

김정은은 “북남관계의 현 파국상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며 ▶주한미군 철수 ▶한·미 합동군사연습 중단 ▶평화협정 체결 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방제 방식의 통일 실현에로 방향전환을 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기존 입장에서 바뀐 것이 전혀 없다”며 “진정성 없는 ‘대화공세’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도 대변인 논평에서 “민족 생존을 위협하는 핵 개발과 대남 도발을 계속하며 대화와 협상을 거론하는 건 선전공세”라고 일축했다.

김정은은 “개혁·개방 바람을 선군 총대의 기상으로 날려버렸다”면서도 무역 확대와 경제특구에 대한 투자유치를 강조했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초강력 대북제재가 닥친 상황에서 실현 불가능한 청사진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7만2000자에 달하는 김정은의 사업총화 보고를 8일자 노동신문 9개 면에 걸쳐 전문(全文)을 실었다. 또 ‘특별중대방송’이라고 예고한 뒤 조선중앙TV로 3시간 녹화중계했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김형구 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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