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종명의 샐러리맨 코칭스쿨] 배신은 쌍방과실이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기사 이미지

‘믿을 만하니까 믿는다고? 그건 너무나 당연한 거다. 믿을만한데도 믿지 않는 게 오히려 비정상이다.’ 선배인 남관희 코치가 즐겨하는 말이다. ‘사람들은 믿어주면 믿을 만해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증권사 지점장 시절에 영업실적이 아주 좋았다. 비결은 의외로 간단했다. 직원들이 목표를 달성할 거라고 굳게 믿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직원들은 믿지 않으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직원들은 믿어주는 만큼만 능력을 발휘합니다. 그래서 직원들을 무조건 믿는 게 저의 비결입니다. 믿어준다는 건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이고 격려입니다.”

상사의 불신이 직원의 배신 불러... 무조건 믿는 게 신뢰

코칭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물었다. “어떤 사람을 믿고 따릅니까?” 대답은 한결 같았다. “나를 믿어주고, 기회를 주고, 기다려주는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을 믿는지를 물어보면 “믿을 만한 사람을 믿는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아이러니다. 자신은 믿어주는 사람을 좋아하면서, 상대방에 대해선 믿을 만큼만 믿는다.

보성어패럴에 근무할 때 김호준 회장은 ‘배신은 쌍방과실이다’라는 말을 즐겨했다. 직원들은 믿어주지 않으면 배신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직원들의 배신에는 항상 상사의 불신이 선행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또 ‘믿음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도 자주 했다. 그는 직원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가 조직성과의 밑거름이 된다고 믿었다.


l 믿을 만한 사람을 믿는다?


얼마 전 강의를 할 때 ‘직원들을 무조건 신뢰하는 것이 조직성장의 전제조건’이라고 했더니, 참가자 중 한 명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거,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어떻게 직원들을 무조건 믿을 수 있습니까?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직원들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은 조직을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건, 신뢰와 신용에 대한 오해 때문이다. 기시미 이치로는 [미움 받을 용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신용과 신뢰는 다르다. 신용에는 조건이 따르지만, 신뢰는 무조건 믿는 것이다. 비록 신용할 수 있는 만큼의 객관적인 근거가 없더라도 무조건 믿는 것이 신뢰다.’ 그렇다. 신용에는 신용불량자, 신용 1등급, 신용 2등급 등의 등급이 있지만, 신뢰에는 등급이 없다. 신뢰는 무조건이다.

우리는 도둑놈이나 사기꾼과 함께 일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선한 동료와 함께 일하고 있다. 우리가 매일 만나는 사람은 지구 반대쪽에 있는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아니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은 가족이나 동료, 친구, 친척이다. 우리가 매일 만나는 사람의 합계가 바로 인생이다. 우리는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을 만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인생을 이루고 있는 소중한 사람을 만난다. 나의 인생을 이루고 있는 주변사람의 의도를 의심하지 말자. 그들의 의도를 의심하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순간, 그들이 도둑놈으로 보이기도 하고, 사기꾼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 순간 자신의 삶이 도둑놈과 사기꾼과 함께 살아가는 삶으로 변해 버린다. 간디가 말했다. “다른 사람의 의도를 의심하는 순간, 그의 모든 행동이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자신에 대해서는 ‘의도’로 판단하고 타인에 대해서는 그들의 ‘행동’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이중 잣대다. 나의 의도가 순수한 것처럼 상대방의 의도 또한 순수하다고 믿는 것이 신뢰의 관계를 만드는 관건이다.

상담하는 사람끼리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문제아가 있는 게 아니라 다만 문제 부모가 있을 뿐이다.’ 이른바 ‘문제아’들을 상담해 보면, 배경에는 반드시 문제 있는 부모가 있다.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을 믿어주지 않기 때문에, 부모의 관심과 믿음을 얻기 위해 문제행동을 한다.

오래 전에 지인의 부탁으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을 코칭한 적이 있다. 첫 만남에 그 학생은 어머니와 함께 왔다. 어머니가 가고 난 후에 코칭을 시작했다. 어떤 것을 코칭받고 싶은지 물었다. 충격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엄마 아빠가 모두 죽었으면 좋겠어요.”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버지는 사업가이고 어머니는 고위 공직자였다. 나는 숨을 가다듬고 말을 이어갔다. “부모님에 대해서 화가 많이 난 모양이구나.” 코칭은 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 결론은 이랬다. ‘자신은 정말 잘할 수 있는데, 자기를 믿어주지 않는 부모 때문에 너무 화가 난다는 것이다. 자신이 좋은 의도를 가지고 뭔가를 시도하려고 하면, 지나간 실패를 들추어내면서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공부나 하라고 면박을 준다는 것이다. 자신을 믿지 않고 불신하는 부모 때문에 엇나간 행동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아이의 허락을 받고, 이 사실을 어머니에게 알렸다. 어머니는 매우 가슴아파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과연 우리는 자녀를 얼마나 믿는가? 정말 아이들이 순수하다고 믿는가? 아이들이 스스로 잘 할 수 있다고 믿는가? 아이들은 부모가 믿어주는 만큼만 자란다는 사실을 믿는가?

조직의 리더들에게 코칭에 대해 강의한 지 10년이 넘었다. 20시간가량 코칭 방법을 배우고 난 리더들은 현장에 돌아가서 부하직원들을 코칭한다. 이때 많이 질문 받는 게 있다. ‘코칭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코칭해야 합니까?’이다. 이들이 코칭에 실패하는 이유를 살펴보았더니,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직원에 대한 불신이었다. 그들은 내심으론 직원들의 가능성에 대해 전혀 믿지 않았다. 직원들의 가능성에 대해 믿지도 않으면서 코칭을 했던 것이다. 코칭을 받는 직원이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믿지 않으면서 코칭을 하면 반드시 실패하게 되어 있다. 더 심하게 말하면, 직원들이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믿지도 않으면서 입으로만 코칭하는 건 직원들에 대한 기망이다. 코칭은 코칭 받는 사람이 ‘지금 보다 더 스스로 잘할 수 있다는 믿음’ 위에서 출발한다.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믿기에 코칭을 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믿지도 않으면서 코칭을 하는 건 직원들에 대한 배신이다. 그래서 조직의 리더들에게 묻는다. ‘직원들이 지금보다 얼마다 더 잘할 수 있다고 믿습니까?’

나는 직업의 특성상 여러 기업과 기관을 방문한다. 보안시설과 보안절차가 철저하다. 최첨단의 장비를 통해 개미새끼 한 마리도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다. 대단한 기술력을 피부로 느낀다. 반대로 씁쓸한 생각이 없지 않다. 이런 천문학적 숫자의 비용이 사실은 불신의 비용이기 때문이다. 높은 신뢰에는 배당이 따르고 낮은 신뢰에는 세금이 부과되듯이, 인간관계나 직장 생활 모든 곳에서 신뢰와 불신의 차이는 천당과 지옥의 차이와 같다. 신뢰가 있는 곳에는 편안함과 자유로움이 있지만, 불신이 팽배한 곳에는 고통과 통제가 있다.


l 불신이 팽배한 곳에는 고통과 통제 뒤따라


로버트 쇼가 말했다. “조직의 성공은 두 가지를 요구한다. 그것은 승리하는 경쟁 전략과 우수한 조직의 실행력이다. 이때 불신은 전략과 실행력의 적이다.” 불신에는 엄청난 비용이 뒤따른다. 불신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폭탄과 같다. 그러므로 인간관계에서나 직장생활에서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상대방을 믿는 것뿐이다. 그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스티븐 MR 코비가 말했다. “다른 사람을 신뢰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신뢰하지 않는 것은 더 위험하다.”

김종명 -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다. 기업과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리더십과 코칭, 소통 등에 대해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보성어패럴 CEO, 한국리더십센터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리더 절대로 바쁘지 마라] [절대 설득하지 마라] [코칭방정식] 등 다수가 있다.

기사 이미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