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10시30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 정진석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가 상견례차 우상호 더민주 신임 원내대표를 찾았다.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환한 얼굴로 인사했다. 그런 후 정 원내대표가 “우 원내대표가 연세대 총학생회장을 하면서 이한열 열사의 영정을 들고 있을 때 제가 사회부 기자로 취재를 하고 있었다”며 두 사람의 인연을 꺼냈다. 우 원내대표가 1987년 6월 항쟁에서 숨진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 집행위원장을 맡은 현장에 있었다는 의미였다.
새누리·더민주 원내대표 상견례
정치 입문 시켜준‘스승’인연 강조
정, 노회찬 만남 땐 “대학 학과 동기”
정 원내대표는 이어 “우 대표는 김대중(DJ) 전 대통령 문하에서 정치를 처음 배웠고, 저는 김종필(JP) 전 총리의 문하에서 정치를 처음 배웠다”며 “두 스승이 DJP연합을 하고 IMF(외환위기)를 극복한 것이 협치의 효시가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치를 잘 한번 해보자”며 우 원내대표의 손을 잡았다.
이날 정 원내대표는 노란색 넥타이를, 우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상징인 빨간색과 더민주의 상징인 파란색이 교차된 넥타이를 맸다. 정 원내대표는 “DJ가 노란색을 좋아하셨던 것을 생각하고 매고 왔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의 ‘인연 정치’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국회의원(정석모 전 의원)의 아들이자 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청와대 정무수석, 국회 사무총장 등을 지내며 쌓인 인연이 야당 지도부와의 상견례에서 단골 소재로 등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전날 더민주 김종인 대표를 예방했을 때도 “김 대표는 저희 형님 친구이시기도 하고, 제가 존경하고 따르던 어른”이라고 했었다. 김 대표가 독일 유학 시절 만난 정 원내대표의 손위동서(처형의 남편)인 김희중 전 청운대 총장과 친분이 있음을 거론한 것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찾았을 때는 박 원내대표를 아예 끌어안았다. 박 원내대표가 “우리 정 대표는 둘이 개인적으로 만나면 형님·동생 하는데 (인연이) 한 30년이 됐느냐”고 하자 정 원내대표는 “1988년에 처음 뵀으니까 그런 세월이 됐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당시 각각 미국 출장 중인 일간지 정치부 기자와 뉴욕한인회장으로 만난 뒤 인연을 이어 왔다. 그는 최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선 “같은 대학, 같은 과(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동기 사이”라고 거듭 인연을 강조했다.
글=박유미·위문희 기자 yumip@joongang.co.kr
사진=김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