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이 전하는 북한 당 대회 분위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사진 NHK 방송화면 캡처]

북한의 제 7차 노동당 대회 취재차 방북한 일본 방송들은 행사 시작 하루 전인 5일 학생과 여성들이 평양 시내에서 축하 행사 연습을 하는 장면 등을 내보냈다. 당 대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4.25문화회관 건물 외벽에는 낫과 망치, 붓이 함께 그려진 노동당기가 여럿 걸렸다.

36년 전 6차 당대회가 열린 이 회관은 개보수로 최대 5000명이 수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TBS계열 JNN은 전했다. 시내 곳곳에선 ‘당 제 7차 대회’라고 적힌 팻말과 축하 간판도 설치됐다. 학생들은 시내 거리에서 붉은 깃발을 들고 행사 리허설을 했고, 여성들은 치마저고리를 입고 광장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

후지TV 계열인 FNN은 “해외 언론 120여 명이 취재를 하고 있지만 해외 대표단 참가가 적어 (국제사회) 제재 하에서 축하 분위기도 다소 억제되는 인상”이라고 전했다. 이 방송 인터뷰에 응한 한 남성은 “우리는 미국을 초토화할 수 있는 핵도, 미사일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젊은 여성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 1위원장을) 받들어 모시고 있는 우리의 일심단결 위력을 더욱 과시하고 싶다”고 밝혔다.

NHK는 “3일 방북한 일본 취재단은 4일 북한에서 처음으로 건설된 무기공장의 유적이 있는 기념 시설(평양 평촌혁명사적지)로 안내됐다”고 4일 전했다. 이곳에서 북한 가이드 여성은 김정은 제 1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시찰 당시 “수소탄(수소폭탄)의 거대한 폭음을 울릴 수 있는 강대한 핵보유국이 될 수 있었다”고 말한 사실을 소개하면서 북한의 핵 개발이 계속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NHK는 북한의 해외 언론 취재 허용에 대해 “핵ㆍ미사일 개발을 김 제1위원장의 업적으로 과시하고, 그를 정점으로 한 체제가 명실공히 확립됐다는 점을 널리 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기사 이미지

[사진 NHK 방송화면 캡처]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평양 방문 인터넷 르포 기사에서 12년 만에 찾은 평양이 외관상 눈에 띄게 나아졌다고 전했다. 경유지 베이징에서 탑승한 북한 고려항공의 좌석은 가죽이었다. 앞 좌석과의 간격도 넓어졌다고 했다. 과거 굳은 표정이던 승무원들의 표정도 한결 부드러워졌고, 기내식으로 제공된 햄버거 맛은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전했다. 기내에 설치된 TV 화면에는 '수령님' '장군님'을 찬양하는 모란봉 악단의 연주가 나왔다.

닛케이 기자는 “평양 순안 국제공항은 일본의 지방공항 같은 분위기”라며 “청사 안이 어두워 기분마저 우울했던 12년 전에 비해 밝아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입국 수속 때 수하물 검사는 12년 전과 마찬가지로 엄격해 질려버렸다고 소개했다. 이어 “순안공항에서 양각도 국제호텔로 가는 거리의 녹지가 늘어 놀랐다. 고층 빌딩도 곳곳에 늘어섰고 왕래하는 차량은 훨씬 늘었고 택시도 눈에 띄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억에 남아있는 과거 평양과는 마치 다른 세계였다”고 소개했다. 이 기자는 “핵과 미사일 개발로 치달아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심화시킨 북한의 수도는 적어도 외관만 보면 ‘발전’을 느끼게 했음에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해외 언론에 평양 광복지구 상점가와 김일성종합대학 등도 공개했다. 니혼TV계열 NNN은 북한이 상점가에서 물건을 사는 주민의 모습을 공개한 것은 국제사회의 제재의 영향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