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단상호방문|단절된 마음 이을 개기됐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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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제8차 남북적십자회담에서 이산가족 교환방문단과 예술공연단의 교환방문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이는 분단 40년간에 처음있는 예술적교류라는 점에서 획기적이고 고무적인 일이라 아니 할수없다.
이에 대한 세부절차 문제의 토의는 7월15일 쌍방실무접촉에서 토의키로 되었으니 현싯점에서 그에 대한 평가를 쉽사리 내릴수는 없다.
40년간이라는 긴 세월을 통해서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남북의 문화적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노력해온 우리로서는 이를 거부할 이유는 없다.
다만 만에하나 우려되는 것은 북한측이 예술단의 교환방문을 계기로 하여 예술문화외적인 행동으로서 민족화합을 저해하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북한측은 용어자체부터가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가무단을 교환하자고 했다. 북한측의 표현대로라면 그것은 노래와 춤을 곁들인 공연예술을 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뭏든 이번에 제기된 예술단의 상호방문이 성사되어 문화적 동질성을 회복하고 우리의 민족예술발전에 기여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지금까지 알려져있는 바로는 북한의 문화예술은 당노선에 충실해야 한다는 사명감때문에 그 주제와 내용은 물론형식에 이르기까지도 자유롭게 표현할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술단의 교환방문이 성사될 경우 북한측이 우리에게 보여줄 내용도 그런 범주에 속하지 않을지 모른다.
우리가 회망하는 것은 남북분단으로 접할수 없었던 북한의 참다운 예술의 진모와 그 발전의 양상을 보며 아울러 작품을 통해 서로의 이해를 촉진시킬수 있는 그러한 작품의 교환이다.
본시 문화예술의 상호교류란 아름다움에 대한 공감을 불러 일으켜 인간과 인간, 국가와 국가, 또는 민족간의 친선과 상호이해를 돈독히 하자는데 그 의의가 있는 것이다.
아무리 웅대한 형식을 과시하고 호화로운 무대로 꾸며진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만으로는 홀륭한 예술이라고 평가할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유럽을 위시해서 세계각국의 격조높은 예술작품에 접해왔으며 그때마다 즐겁게 예술의 진수를 만끽할수 있었다.
또한 우리의 문화예술도 세계각국에 널리 소개해서 많은 찬사를 받아왔다.
문화예술은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공감대인 동시에 국제적 언어이기도 하다.
나는 예술단의 상호방문이 성사되어 단절상태에 있는 남과 북의 모든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이 하나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예술단교류를 앞두고 생각해야 할것은 우리가 북한동포에게 무엇을 보여주어야하는 것이다. 7월15일 실무자회의에서 실질문제가 토의된후에야 모든 것이 확실해 지겠으나 당사자들은 그에대한 마음의 준비가 있어야 할것같다.
따라서 이에대한 준비를 문화예술인과 당국이 함께 갖추어 나가야 할 것 같다. 예술작품의 성격과 내용은 모두가 감명깊게 즐길 수 있고 특히 북한동포들의 단절감을 해소하고 우리민족예술의 승화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작품의 선택에 있어서 고전 또는 전통예술작품과 현대적 작품중에 어느 것이 보다 효과적인가를 심사숙고해야하며 모름지기 작품은 격조높은 내용의 것이어야만 할 것이다.
또 우리는 그들에게 우리민족이 단일민족이며 그사이분단의 아픔을 격었다 하더라도 문화 예술적으로는 깊은 공감대를 그대로 지니고 있으며 이데올로기에 의해 생겨난 단절을 문화·예술로 뛰어넘을수 있다는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같은 맥락에서 북한측에 바라고 싶은 것은 예술단 교환방문이 북한측 대표의 기조연설에서 말해준 것과 같이조국의 평화적통일위업을 촉진하는데 기여되는 것이라야하며 사상과 이념만을 강조하여 민족문화의 동질성 회복을 저해하는 내용의 것을 삼가야할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우리가 주장해온 남북문화교류문제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주기 바라며 이문제는 무엇보다도 모든것에 앞서 선행되어야할 본질적 문제임을 깊이 인식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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