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농협 회장 “조선·해운 부실채권, 적자 나도 한꺼번에 털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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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환

김용환(사진)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3일 “적자가 나더라도 건전화를 위해 ‘빅배스(big bath)’로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가겠다”고 말했다. 충분한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한꺼번에 쌓아 조선·해운 업종 관련 부실을 털어내겠다는 뜻이다. 그는 이날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부실을 한꺼번에 실적에 반영하는 ‘빅배스’를 여러 번 언급했다.

취임 1년 맞아 ‘빅배스’ 방식 강조
대우조선 여신만 1조5131억 물려

농협금융은 지난해 4분기 적자(2174억원 당기순손실)를 낸 데 이어 올 1분기엔 전년 동기보다 35% 줄어든 실적(894억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자회사인 농협은행이 조선·해운 업종과 관련해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쌓은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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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농협금융은 5대 취약 산업(조선·해운·철강·화학·건설) 여신 규모가 크다. 구조조정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기 때문에 올 2~4분기 실적도 장담 못한다”고 지적했다. 올 1분기 농협금융의 부실 우려 대출(고정 이하)에 대한 충당금 적립 비율은 82.7%에 불과했다.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아 둔 다른 시중은행과 달리 최저 적립률만 유지했다. 위태로운 대우조선해양(1조5131억원)과 한진해운(761억원)의 여신도 현재 ‘정상’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달 29일 무박2일간 열린 농협중앙회 임원진 토론회에서 이런 농협금융의 문제를 설명했다고 한다. 그는 “중앙회 이사 몇몇 분도 ‘한 번쯤 털고 가야 하는 게 아니냐’고 공감했다”며 “구체적인 (빅배스) 시기와 방법은 좀 더 토론하겠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농협금융이 적자를 기록하면 중앙회에 배당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조합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취약 업종의 대기업 여신은 계속 줄여 나갈 계획이다. 김 회장은 “지금의 부실여신은 2007~2008년 여신 심사가 취약했을 때 주로 나갔다”며 “이젠 부실이 대손비용 부담과 손익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구조 분석과 조기경보체계를 통해 신규 여신의 부실을 예방하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2020년까지 현재 2.08%인 고정 이하 여신 비율을 1%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김 회장은 “앞으로 경제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며 “경쟁사와의 외형 비교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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