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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The New York Times

가수 프린스의 ‘성스러운 욕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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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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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레
음악 저널리스트

지난달 5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팝스타 프린스를 위한 음반을 만든다면 타이틀곡은 그의 노래 ‘어도어(Adore·열애)’가 될 것이다. ‘어도어’에는 프린스라는 인간과 그의 음악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2개의 열쇠가 녹아 있다. 섹슈얼리티와 종교적 가치관이 그것이다. 곡의 2절을 들으면 무슨 뜻인지 알게 될 것이다.

참신한 음악 남기고 떠난 팝스타
에로틱한 노래들로 인기 얻었지만
가사마다 종교적 메시지 녹아 있어
성(性)과 성(聖) 경계 허문 자유인

“우리가 사랑을 나눌 때면/ 오직 소리만이 들려/ 하늘의 천사가 울고 있어/ 기쁨의 눈물이 우리 위로 떨어져/ 우리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걸 천사도 아는 거야.” 노래에 등장하는 남녀는 하늘에서 천사의 눈물이 비처럼 흩날리는 가운데 성관계를 맺는다. 천사는 두 사람의 뜨거운 사랑에 감탄한 나머지 눈물을 흘린 것이다.

프린스의 노래에선 이처럼 에로스와 신성함이 뒤얽힌다. 서구 문명을 지배해온 기독교 전통에 따르자면 섹슈얼리티와 영성은 칼처럼 분리돼야 한다. 그러나 프린스의 세계관에서 둘은 하나다. 그의 눈에 섹스는 영적인 삶의 일부다. 그가 숭배하는 신은 인간이 열정적이고 의미 있는 섹스를 하길 원한다.

프린스의 매니저로 일했던 앨런 리즈는 이렇게 말했다. “프린스에게 신의 사랑과 인간의 성적 충동은 하나였고, 동일한 개념이었다. 둘 다 우리 마음속 동일한 뿌리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신이 이런 충동을 우리 안에 심었기에 성적 충동을 느끼는 건 절대 잘못이 아니었다. 충동은 신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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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의 노래라면 짜릿할 만큼 에로틱하다고 여기는 이가 많다. 그러나 프린스가 음악을 통해 얼마나 열심히 기독교적 세계관을 설파했는지는 잘 모른다. 프린스에게 돈과 명성을 안겨준 히트곡 상당수가 깊은 영적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1981년 발매된 앨범 ‘컨트로버시’의 타이틀곡엔 주기도문이 들어가 있다. 또 다른 히트곡 ‘1999’는 심판의 날을 이야기한다. 그의 최고 히트 앨범인 ‘퍼플 레인’의 첫 곡도 마찬가지다. 프린스는 단상으로 올라가 설교를 시작한다. 인기 팝송을 틀어주는 라디오에서 방송된 노래 가운데 이렇게 멋진 설교를 들려주는 걸작은 없다.

‘퍼플 레인’ 앨범에는 프린스를 예수로 상정하고 기독교적 메시지를 녹인 노래가 2곡 더 있다. ‘너를 위해 죽을 수도 있어(I Would Die 4 U)’에서 프린스는 예수가 인류에게 약속한 구원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한다. 이어 “나는 너의 메시아”라고 선언한다. 앨범 제목과 동명의 노래인 ‘퍼플 레인’에도 종교적 메시지가 들어 있다. 프린스는 고통스럽게 끝난 연인 관계에 빗대어 용서를 노래한다. 곡에 등장하는 ‘자주색 비(purple rain)’는 우리 모두를 용서하고 정화해주는 세례수다. 비가 자주색인 이유는 비를 내리는 사람이 프린스이기 때문이다. 그의 상징색이 자주색이다.

프린스의 노래를 듣다 보면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예수로 여겨주길 원했음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프린스는 일종의 ‘예수 콤플렉스’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는 프린스의 동료들에게도 전염됐다. 한번은 도쿄 공연 직전 폭우가 쏟아져 공연을 취소해야 할 상황이 됐다. 그때 팀원 중 누군가가 “프린스가 비를 멈춰줄 거야”라고 말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비가 멎었다는 것이다.

프린스의 노래 중 가장 선정적인 ‘달링 니키(Darling Nikki)’에도 종교적 메시지가 숨겨져 있다. 끝부분을 거꾸로 연주하면 이런 가사가 나온다. “이봐요, 잘 지내나요? 나도 잘 지냅니다. 주님이 곧 오실 거란 걸 알기 때문이죠.” 또 다른 노래 ‘결혼한 것처럼(Let’s Pretend We’re Married)’은 뜨거운 유혹으로 시작한다. “실례합니다만, 당신의 입술이 필요해요. 방금 날 두고 떠난 여자를 잊도록 도와줘요.” 그러나 노래는 말미에선 천국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하느님을 사랑합니다. 그분만이 유일한 구원의 길이며, 우리는 언젠가는 죽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믿음에 대한 그의 집착은 너무나 집요해 섹스를 이야기할 때조차 그는 내세를 생각한다. 프린스는 가스펠 가수처럼 교회 성가대에서 찬송가를 부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세속의 거리에서 그에게 열광하는 대중을 향해 영적인 메시지를 설파했다.

프린스의 방식은 이렇다. 먼저 우리에게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음담패설을 들려주고 자신의 섹스가 얼마나 끝내주는지 설명한다. 거기에 우리가 빨려 들어가면 그는 “내게 집중하기 시작했으니, 이제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해 말할 차례”라며 본론을 꺼낸다.

이것은 허세도 마케팅도 아니다. 프린스는 일찍부터 자신에게 비범한 음악적 재능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이런 사실을 스스로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하느님의 축복을 받았다”고 믿는 길을 택했다고 그의 친구들은 전한다. 프린스의 이 같은 생각은 예수 콤플렉스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음악에는 소명이 있으며 그건 하느님의 말씀을 전파하는 것이라고 확신하는 근거도 됐다. 프린스가 보기에 토요일 밤의 향락과 일요일 아침의 예배는 구분될 필요 없이 하나였던 셈이다.

투레 음악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