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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정진석 원내대표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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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20대 국회 새누리당의 첫 원내대표로 정진석 의원 당선자가 선출됐다. 그는 취임사에서 “우리에겐 18개월이란 시간이 남아 있다. 박근혜 정권의 마무리투수 겸 새 정권의 선발투수가 되겠다. 협치를 통해 활로를 열겠으며 집권여당이라는 공적 사명감 하나로 뭉쳐 달라”고 호소했다.

총선에선 참패했지만 내년 대선에선 승리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집권당의 책임감과 여소야대 국회에서 취할 협치(協治)의 자세를 밝힌 셈이다. 정 신임 원내대표는 기자 출신으로서 균형감각과 청와대 정무수석으로서 조정·협상력, 국회 사무총장을 경험한 시야에다 4선 경력의 중후함과 안정감 등 국회 리더로서 필요한 자질을 두루 갖추고 있다. 오늘 선출될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함께 조화로운 3두 체제를 만들어 상생과 공존, 창조정치라는 20대 국회의 시대적 과제를 반드시 정착시키길 바란다.

정 원내대표는 당장 폐허가 되다시피 한 집권당 내 리더십을 세워야 하는 숙제가 있다. 당 재건의 진정한 목표는 청와대의 돌격대나 여의도 출장소쯤으로 격하된 집권당을 제 위치로 갖다 놓는 일이다. 당을 지난 총선에서 지리멸렬·오합지졸로 만든 제1차 원인은 여당을 동반자가 아니라 추종자로 여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민주적 인식과 완장 차고 과잉 충성하는 것 외엔 사줄 게 없는 친박세력의 맹목적 패권성 때문이었다. 정 원내대표는 득표 과정에서 청와대와 최경환·서청원 의원 같은 친박 보스들의 은근한 지원이 있었다는 얘기가 있다. 행여 원내대표가 이들의 눈치나 슬슬 보면서 또다시 친박당 냄새를 풍기게 되면 새누리당의 미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제2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의 새로운 원내전략도 개발해야 한다. 한편으로 입법부의 독립적인 위상을 세우면서 다른 한편으로 정부와 함께 국정 운영의 공동책임을 지는 과제가 정 대표 앞에 놓여 있다. 정 대표가 과거 어떤 원내대표보다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사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