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이 미국을 성폭행"…트럼프의 무역정책은 재앙

중앙일보

입력

공화당의 유력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비상식적인 통상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통상 공약의 핵심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내고 있는 나라들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다. 전형적인 보호무역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비롯한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반대도 중요한 축이다. 자유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는 트럼프 집권시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트럼프는 중국산 제품에 45%, 멕시코 제품에 3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주장해왔다. 이들 나라의 제품들 때문에 미국인들의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2일(현지시간) 유세에서 “더 이상 중국이 무역 흑자로 미국을 성폭행하게 놔둬선 안 된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정책은 미국에 일자리를 되돌려줄까. 전문가들은 오히려 미국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우선 교역상대국의 보복 관세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사례가 있다. 미국은 2009년 중국산 타이어에 35%의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2010년 미국산 닭고기에 대한 관세 부과로 보복했다. 그해 2월 43.1~80.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두 달 뒤 다시 3.8~31.4%의 관세를 때렸다. 중국산 타이어 수입이 줄기는 했다. 그렇다고 미국 내 일자리가 늘지는 않았다. 인도네시아·태국·멕시코 등에서 수입된 타이어가 중국산 타이어의 빈 자리를 메웠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가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에 요청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중국과 멕시코 양국이 미국과 같은 수준의 관세로 보복할 경우 2019년말 미국 경제규모는 4.6% 축소되고, 일자리는 700만 개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업률은 9.5%로 치솟는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고율관세 부과후)1년안에 미국 경제는 불황에 빠진다”고 말했다.

다른 부작용도 있다. 저임금 일자리와 고급 일자리를 맞바꾸게 되는 상황이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에서 4819억달러어치를 수입하고, 1162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 3657억달러 적자다. 하지만 중국으로부터의 수입품은 철강·휴대폰·신발·의류·보석류 등이었고, 미국의 수출품은 항공기 부품과 자동차·반도체 등이었다. 더그 오버헬먼 캐터필러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미국 인구는 전 세계의 5%에 불과하고, 잠재적 고객의 95%는 (미국 외의) 다른 곳에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간과하고 있는 게 또 있다. 관세 등 무역장벽을 낮춘 것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가져왔다는 점이다. 로버트 하우스 뉴욕대 로스쿨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2차 대전 후 관세를 줄이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은 또 다른 세계 대전을 막기 위해 도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