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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두근두근 인터뷰] 고무신학교 교장 “목표 없이 살아야 더 멀리 간다”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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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산지부

제도교육에서 벗어나 새로운 교육을 추구하고자 '놀이로 배우자'는 구호 아래 세워진 학교가 있다. 마포구에 위치한 '고무신학교'다.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배우는지 알아보기 위해 고무신학교 교장, 조재경(고무신)씨를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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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신학교’는 어떤 곳 인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아이들이 오는 주말학교? 비제도권적인 교육을 지향하지만, 대안학교는 아니다. 아이들이 주말, 또는 월말에 모여서 이야기하고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고 여행도 간다."

-어떤 것을 배울 수 있는가.
"한 글자로 삶, 사는 거다.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면 재밌는지, 살아가면서 필요한 이야기, 기술, 또는 관계. 막연하지만 삶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얻어갔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어른들로부터 습득하거나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하며 스스로 느끼고 알아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알려주는 것’이 아닌 ‘알고 가도 좋고, 아니어도 좋고, 하고 싶은 만큼, 본인이 느끼는 만큼’. 일반 학교에서 시험과 같은 경쟁을 통한 성장을 추구한다면, 고무신학교는 아이들이 함께 모여서, 함께하는 ‘놀이’를 통해 스스로 찾고 싶은 것을 찾기를 원한다. 그것이 바른 것이든 바르지 않은 것이든 중요하지 않다. 바르지 않음을 경험하면서 바른 것을 다시 찾을 힘을 얻을 수 있다."

-고무신학교에선 ‘놀이’의 의미가 특별한 것 같다.
"아이들 몸에 움직이는 힘이 기억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제도와 ‘선’에 지나치게 익숙해져 있어 스스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어색하고 어렵다. 그런데 ‘놀이’엔 아무것도 없다. 그냥 놀면 된다. 놀이야 말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근육을 키워준다.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고민하게 되고, 그러면 질문하고. 질문하는 것은 곧 스스로 답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이것이 결국엔 삶을 대하는 자세를 자유롭게, 또 주체적으로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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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신학교 프로그램에 참가해 함께 노는 아이들. 고무신 학교는 아이들이 함께 모여서, 함께하는 ‘놀이’를 통해 스스로 찾고 싶은 것을 찾도록 격려한다. [사진=고무신학교 페이스북]

-고무신학교가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
"아이들이 고민하게 하는 것. 생각 안 하고 시키는 대로 하면 편하지 않나. 그런데 그 편함이 과연 누구 위한 편함인가. 어른들은 일단 시키고 ‘다 널 위해 그러는 것’이라고 한다. 결과 중심적인 태도다. 그러기엔 이 시기가 너무 아깝다. 자기 욕망과 행복을 억제하고, 제껴두고 나중의 결과를 위해 일단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지금’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가끔 ‘목표를 정해놓고 사는 것과 목표 없이 사는 것. 뭐가 더 멀리 갈 수 있을까 질문한다. 아이들마다 대답은 다르지만, 나는 목표 없이 사는 편이 더 멀리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그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조건이 붙는다."

-목표 없이 살라니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
"한국예술교육진흥원에서 문화예술관련 기획 일도 하는데, 많은 프로그램이 전시를 목표로 한다. 무언가를 완성시키고, 그걸 또 어른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완성과 보여주기를 목표로 하면, 그 목표가 한계다. 예를 들어 베토벤의 곡을 완성해 발표하는 것을 목표했다고 치자. 목적이 목표 달성 그 자체라면, 그 과정은 결코 즐기기 어렵다. 그걸 수행한 후에 맥이 탁 풀려버린다. 대학이 목표여서 힘들게 대학을 가면 그 다음 목표는 취업이 되고… 새로운 목표의 연속이다. 목표만 정해놓고 목표만 따라가는 삶이 과연 윤택할까. 나는 ‘한 만큼 보여줘라’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가 재미있어 하는 만큼만. 오히려 하다 보니 재밌어서 한계를 넘어서는 걸 많이 봤다. 언제나 지금 즐거운지가 중요하다."

-사람들이 목표를 세우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 아닌가. 그 목표를 위해 내가 해야 할 일만 생각하면 되니까.
"지금 잘 못하더라도 결국엔 목표에 도달하기만 하면 되니까, 일종의 자기안도일지도 모른다. 행복한 삶을 사는 건 마음먹기에 달렸다. ‘지금 행복하지 않지만 나중에 행복할거야’는 자기 존재에 대한 부정이다. 나도 내 목표를 세웠던 적이 있다. 숲속에 학교를 세우는 것이었다. 땅도 사고, 건물도 짓고… 아직 못했다. 아니 안 하고 있다. 그걸 실행하려고 결심했다면 땅 구하고 뭐 어떤 식으로든 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했다면 다른 많은 가능성을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라는 건가.
"눈앞의 목표도 있겠지만, 큰 목표를 가졌으면 좋겠다. ‘난 변호사가 돼야지’ 할 때 그 목표에 대한 '내가 왜 변호사가 되고 싶어했지?' 이런 욕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면, 그것이 더 쉬워질 수도 있다. 또 ‘꼭 변호사를 해야 되나?’ 질문하며 변호사를 통해 하고 싶었던 근본적인 자아실현을 위한 가능성을 더 열어 놓을 수 있게 된다."

-고무신은 고무신학교에서 어떤 일을 하나.
"잘 만들어진 놀이터는 잘 만들어진 감옥이다. 여기서 이렇게 놀아라, 여기 놀거리가 있다 하는 순간 놀이는 그 효능을 잃는다. 놀이는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뭘 하고도 논다. 원래 어른들이 줘야 하는 건 시간을 비워주고, 선택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거기까지가 어른들이 할 일이다. ‘이런 게 좋은 거야’ ‘이런 거 해’ 하는 방식은 금물이다. 선택은 아이들의 몫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선택지를 보여주는 일을 한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니 나에게는 일보다는 나름의 놀이에 가깝겠다."

-왜 이름을 고무신이라 지었나.
"고무신이라는 게 참 독특한 물건이다. 흔히 할머니 할아버지가 쓰던 신발로 알고 있지만. 역사를 따져보면 고무신은 약 110년 전 일제 강점기 때 이완용의 '대륙고무'란 회사를 통해 들어왔다. 원숭이 꽃신 이야기를 생각하면 된다. 신발이 필요 없는 원숭이에게 오소리가 신발을 선물로 주자 신발의 편안함에 중독된 원숭이는 결국 신발 없이 살 수 없게 된다. 신발은 귀족들이 신는 가죽신 모양에 재료만 고무로 했다. 당시 일본의 제국주의 통치 하에 있던 동남아 같은 곳에서 고무를 가져다 조선에 팔았다. 그 시대의 아이폰 같은 느낌? 그 시대의 첨단 기술의 집합체. 게다가 광고 모델이 순종이어서 ‘임금님도 신는 고무신!’이란 명품 느낌이었다."

-그게 이름의 이유는 아닐 텐데.
"내가 어렸을 적에 고무신은 모든 것으로 활용 가능한 물건이었다. 당연히 신발로도 쓰고, 개천에서 물고기를 잡고, 열매를 따서 담고, 신발 날리기 놀이도 하고, 놀잇감으로도 쓰고, 쥐불놀이에도 쓰고. 아이들에게 내가 고무신이 되고 싶다. 여행갈 때도 부모님이 허락 안 해주시면 ‘고무신이랑 같이 가는데…’해서 허락을 받는다든지. 같이 놀기도 하고, 아이들 편에서 아이들 맘대로 하게 해주는 장치로써의 고무신. 또 하나는 과거의 엄마 아빠 세대에는 고무신을 신었고 지금은 고무신을 보는 세대이다. 만화·애니메이션 '검정 고무신' 등 여러 미디어의 소재로 사용되며 ‘세대를 잇는 물질’의 역할을 가지고 있다. 또 고무신은 질기고 오래가고 다 쓰면 쥐불놀이 할 때도 쓸 수 있고. 그런 학교면 좋겠다."

놀이터에서 말 모양의 놀이기구를 타며 책을 읽는 아이들. 고무신학교의 아이들은 자발적인 놀이활동을 통해 사회를 이해한다. [사진=고무신학교 페이스북]

놀이터에서 말 모양의 놀이기구를 타며 책을 읽는 아이들. 고무신학교의 아이들은 자발적인 놀이활동을 통해 사회를 이해한다. [사진=고무신학교 페이스북]

-어쩌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됐나.
"대학에서 민속학, 그 중 민속사회놀이 분야를 공부했다. 아이들을 처음 만나게 된 건 청소년 수련원에서였는데, 거기서 보니까 학교생활을 떠나서 한다는 게 극기 훈련, 기합, 그런 거였다. 그런 모습을 보며 아이들이 놀이 속에서 좀 더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놀이는 다 들어있으니까. 관계맺기, 새로운 발견, 내 속에 있는 걸 끌어올리기. 그렇게 생각한 것이 ‘놀이 논술’이었다."

-놀이 논술이라니 독특하다.
"놀면서, 글도 쓰는 것. 결국 둘 다 자기 표현이다. 놀이는 몸으로 하는 거고 논술은 글로 하는 거다. 이게 사실 ‘우기기’다. 놀이 할 때는 ‘봐 발자국 없잖아’하며 금 밟은 적 없다며 우긴다. 놀이에서 우기기는 사실 나름의 근거가 있다. 논술도 마찬가지로 근거, 데이터를 가지고 우기는 거다. 자기 고집하며 자기를 드러내는 것이다. 지금 청소년들이 ‘우기기’를 많이 했으면 한다. ‘아니거든요!’하면서 생떼를 쓰라는 게 아니라 ‘이러쿵저러쿵해서 아니거든요’하는 것 말이다. 좀 많이 놀아야한다. 몸으로 놀기가 익숙해지면 그 방식이 생각으로 가고 그게 모이면 ‘글쓰기’로 간다."

-언제까지 일 할 건가.
"아이들을 직접 만나는 건 75세쯤? 그 이후에는 아이들을 만나지는 않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테니까 죽을 때까지라고 할 수도 있겠다."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을 잘 살아라, 자신에게 솔직하게. 하고 싶은 걸 한 개도 못했다면 한 개라도 해라. 게임이든 만화 보기든 멍 때리기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했을 때의 느낌, 기분으로 다른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나이테가 되어 네 삶을 만들어갈 것이다."

고무신학교

주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 128-3(성산동 260-29)

연락처

02-403-8153

글·사진=송주훈·김세중·최동녘(중산고 1) TONG청소년기자, 청소년사회문제연구소 중산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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