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으로] 40대 한인 잇단 자살 왜

미주중앙

입력

"난 쓸모 없어…" 희망 없다고 느낄 때 '위험'
성공과 실패 대하는 이분법적 태도가 문제
정신건강에 소홀한 한인사회 문화도 악영향
전문치료 필요한 '마음의 병' 인식 전환 시급

40대 한인들의 잇단 자살 소식이 한인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7일 플러싱 노던불러바드와 파슨스불러바드에 있는 아파트 6층에서 46세 한인 여성이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 여성은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데일리뉴스는 이 여성이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며 전에도 자신이 자살을 할 것이라는 말을 자주했다고 전했다.

다음날인 28일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에 사는 43세 존 배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배씨는 차량 내에 숯불을 피웠고 결국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생을 마감했다. 방을 빌려 혼자 살고 있던 배씨는 부인과 별거 상태였으며 경제적 어려움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건의 피해자들은 극단적인 상황에 몰려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플러싱의 여성은 평소 우울증을 겪는 등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배씨는 가정 불화와 재정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뉴저지주 티넥의 AWCA가정상담소에 따르면 지난 2013~2015년 사이 40대 한인들의 상담소 방문이 전체 연령대 중에서 가장 많았다. 이 기간 동안 상담소를 찾은 이들의 30%가 41~50세였던 것. 그 만큼 정신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40대 한인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또 이 기간 동안 상담소를 찾은 이들의 20% 이상이 정신건강 또는 감정조절 이상 문제를 호소해 적지 않은 한인들이 정신건강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윤성민 AWCA가정상담소 소장은 "자살 시도에 있어 중요한 공통점은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변인들도 도움이 되지 않고 미래에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정신적인 어려움과 연관돼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40대의 경우 직장과 가정 등에서 많은 책임이 요구되지만 이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기는 쉽지 않은 시기다. 윤 소장은 "여성보다는 남성이 자신의 어려움을 드러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또 성공과 실패에 대해 지나치게 이분법적으로 여기고 정신적인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한인사회 문화도 자살의 한 요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사회 전체에서도 자살률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99년부터 2014년까지 자살률은 24% 높아졌다. 특히 45~64세의 경우 남성은 43% 여성은 63%나 자살률이 상승했다.

윤 소장은 "자살 예방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가족 등 주변에 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스스로 정신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상담 기관을 찾는 이들도 있지만 주변의 권유를 통해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전문적인 치료나 상담을 받으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 운영하던 사업체가 어려워져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려했던 남성이 전문 치료를 받고 크게 호전되는 등 많은 사례들이 있다"며 "정신적 또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대해 부정적으로 여기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도록 권하는 사회적 문화가 조성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한서 기자 seo.hanse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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