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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과잉 간섭·기대가 청소년 게임 과몰입 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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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아이가 컴퓨터 게임을 너무 오래 해서 중독에 빠질까 걱정이다”는 학부모들의 하소연은 근거가 있는 것일까.

초중고생 자녀 둔 2000가구 조사
‘장시간 이용이 주범’ 가설 뒤집어
향후 관련 정책수립에 영향 미칠 듯

국내에서 처음 실시된 ‘청소년의 게임 과(過)몰입’ 연구에서 이같은 가설을 뒤집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게임이용 시간 자체가 청소년을 게임 과몰입에 빠뜨리는 데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학업스트레스가 청소년의 자기통제 능력을 떨어뜨려 게임 과몰입 상태에 빠뜨린다는 분석이다. 또 부모가 자녀 대신 결정하고 끌고 가는 ‘과잉간섭’이나 자녀의 부담을 키우는 ‘과잉기대’가 심하면 자녀들이 게임 과몰입에 쉽게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건국대 산학협력단과 강원대·아주대·서울대병원·중앙대병원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게임 과몰입과 게임문화:게임이용자 패널연구’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연구팀은 게임을 하는 초중고생 자녀를 둔 2000가구(수도권)를 대상으로 2014년부터 2년 간 조사했다. 국내에서 사회적 논란이 많은 게임 과몰입, 일명 ‘게임중독’을 주제로 한 장기 추적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게임 과몰입이란 게임을 오래 해도 만족감을 잘 느끼지 못하고 게임을 안 하면 안절부절 못하는 등 심리적·신체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상태다

연구를 총괄한 정의준 건국대 교수는 “게임 이용 시간보다 청소년의 자기통제 능력이 게임 과몰입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자기통제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도 분석했다. 이 때도 게임시간보다 스트레스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 이 스트레스는 친구관계보다는 학업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정 교수는 “2년간 6개월 단위로 실시한 조사에서 확인한 사실들”이라고 말했다.

약물·도박처럼 이용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제력을 잃고 금단 증상을 보이는 중독성 질환과 달리 게임 과몰입은 이용시간의 영향이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다만, 게임을 매일 2시간 이상 하는 청소년 중 1∼1.8%는 자기통제력과 스트레스 수준이 평균 이하로 나타나거나 외부 자극으로도 자기통제력이 회복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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