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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 오스틴 핫셀블라드 글로벌 CEO] 라이카는 벤츠, 핫셀블라드는 롤스로이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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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 오스틴 핫셀블라드 글로벌 CEO. 오종택 기자

인간이 달에 처음 착륙했을 때다. 아폴로 우주인은 카메라를 들고 위에서 내려다 보며 사진을 촬영했다. 2차 대전 당시 연합군이 항공기에 장착해 지면을 촬영했던 사진기인데, 달에서도 사용할 수 있었다. 이 카메라의 제조사는 핫셀블라드다. 가혹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고, 초정밀 촬영이 가능해 전문가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온 브랜드다. 핫셀블라드를 한국에서 수입·유통하는 반도광학의 김효진 대표는 카메라 브랜드를 유명 자동차 브랜드에 비유해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의 캐논과 니콘은 도요타와 혼다, 독일 라이카를 벤츠에 비유한다면 핫셀블라드는 자동차의 최고봉인 롤스로이스와 같은 급에 놓을 수 있는 브랜드죠.”

하이엔드 카메라의 절대강자 … 1억 화소에 4K RAW 영상의 ‘H6D’ 새로 내놔

시대가 변하며 75년 간 최고 브랜드 자리를 지켜온 핫셀블라드도 도전에 직면했다.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사진 환경과 시장이 격변하는 중이다. 마침 한국을 방문한 페리 오스틴 핫셀블라드 글로벌 CEO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4월 19일 서울 충무로 반도갤러리에서 만난 오스틴 CEO는 “전통을 지키며 혁신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답을 찾으며 기업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명품 카메라의 미래는.
“이름에 기대어서 사업하는 브랜드는 미래가 없다. 우리는 다르다. 솔직히 명품(Luxury)보다는 프리미엄 제품이라고 불리고 싶다. 우리는 ‘최고의 화질’이라는 명백한 가치를 제공해온 기업이다. 우리의 미래는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냐에 달려 있다. 핫셀블라드 CEO로서 우리의 나갈 길을 ‘최고의 제품’이라고 생각했다. 시장을 압도하는 제품을 먼저 내놓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번에 출시하는 H6D엔 우리의 모든 기술과 혁신이 담겨 있다.”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려면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한다. 디지털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H6D 개발에 1년 반이 걸렸다. 물건이 가득한 책상이 있다. 하나씩 정리하기보다는 확 밀어서 치워 버리는 게 빠르다. 깔끔해진 책상에 앉아 다음 계획을 만들면 된다. 이런저런 메모가 있는 종이에서 빈 구석을 찾는 것보다 백지를 한 장 구해 새로운 그림을 그려 넣는 게 편하다. 우리의 제품 개발이 그랬다. 모든 것을 내려 놓고 기본으로 돌아갔다. 우리 역량을 돌아봤고, 부족한 점을 어떻게 강화할지 고민했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조사하며 새로운 제품을 구상했다.”

진화된 스마트폰에 밀려 어려움을 겪는 카메라 업체도 있다.
“매일 16억장의 사진이 소셜네트워크(SNS)에 새로 올라온다. 스마트폰 보급이 늘었고 SNS 문화가 발달하며 나타난 변화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도 빠르게 진화 중이다. 사진 업계에선 중저가 디지털 카메라 브랜드가 타격을 받았다. 장점도 있다.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 수가 늘었다. 자연스럽게 사진을 접하고 나누다 보니 전문 기기에 관심을 보이는 인구가 늘었다. 현대인들은 갈수록 바쁘게 산다. 사진은 휴식과 즐거움, 영감을 줄 수 있는 취미다. 시장엔 다양한 좋은 브랜드가 있다. 골고루 사용해 보기 바란다. 하나는 자신있다. 더 좋은 카메라를 찾다보면 결국 종착역에 도착할 것이다. 그게 핫셀블라드다.”

페리 오스틴 CEO는 핫셀블라드의 변하지 않는 목표로 ‘최고 품질의 사진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항상 최고의 기기로 인정받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출시한 H6D는 1억 화소, 4K RAW 영상의 압도적인 성능을 지닌 제품이다. 핫셀블라드 카메라 역사 중 가장 혁신적이며 열정적인 모델로 꼽힌다. 그는 “H6D를 발표하면서 다시 한번 핫셀블라드가 카메라의 제왕이라는 점을 입증하길 원했다”며 “이런 제품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뛰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출신인 그는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불가리의 금세공 디자이너로 명품 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1989년 불가리의 동·북유럽 매니징 디렉터를 시작으로 구찌, 프라다, 에스카다를 거쳤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휴대폰 제조업체 베르투(Vertu)의 사령탑을 맡아 회사를 명품 스마트폰 시장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했다.

당신은 명품 브랜드에서 경험을 쌓았다. 카메라 회사 경영자로 활동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됐나.
“이전 경험은 생각하지 않고 일한다. 서로 다른 산업이다. 조직에서 혁신을 이끌고 변화에 대응하는 일에 집중한다. 시장을 정확히 읽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사회가 나를 CEO로 영입한 이유도 같다. 미래의 성장을 위한 전략을 세우고 이를 실행해야 한다.”

핫셀블라드를 이끌며 가장 중시하는 부분은.
“핫셀블라드는 20세기 내내 사진 역사의 중심이었다. 아폴로 호의 달 착륙 사진을 비롯해 역사의 순간을 담은 수많은 퓰리처상 수상작, 스티브 잡스·밥 딜런·데이빗 보위의 초상화 사진을 만든 기기다. 이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 디지털 세상에서 활동하는 최고의 사진 작가들이 있다. 이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 우리 스스로 최고라고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 카메라로 작가들이 촬영을 하며 영감을 얻고, 또 사람들에게 사진을 통해 감동을 전하기 원한다. 그래서 우리가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정교한 사진을 뽑아 낼 수 있는 감성과 기술력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다른 기업과 전문가를 통해 배울 준비가 되어 있다.”

한국 시장에서 활동 계획은.
“한국 파트너인 반도카메라에서 온·오프라인을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대단히 만족한다. 수시로 연락하며 전략을 세우고 있다. 판매 실적도 우수하지만 오랜 동안 쌓아온 신뢰가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믿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유능한 파트너가 있다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다. 한국은 다양한 사진 활동이 벌어지는 나라다. 보도·예술·취미 사진 참여자 수준이 높다. 핫셀블라드가 한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생각한다.”

핫셀블라드: 1841년 F.W. 핫셀블라드가 설립한 스웨덴 기업이다. 초기에는 유통업만 하는 회사였다. 제2차 세계대전 중 항공사진의 중요성을 알게 된 스웨덴 정부가 핫셀블러드사에 항공사진기 연구를 위탁하며 사진사업을 시작했다. 정밀한 촬영이 가능하면서도 내구성이 뛰어난 카메라를 만들며 명성을 쌓았다.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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