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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익 1% 기부, 메르스 때도 지킬 수 있어 다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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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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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하이로닉 대표가 20일 강원 횡성 민족사관고에 장학금을 전달했다. 민사고 인문사회관 앞에서 왼쪽부터 최경종 민사고 이사장 대행, 이 대표, 정진곤 민사고 교장, 최관영 부교장. [사진 하이로닉]

강원도 횡성의 민족사관고(이하 민사고)엔 ‘하이로닉 장학금’이 있다. 하이로닉은 피부과·성형외과용 미용 의료기기를 만드는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는 올해로 6년째 순이익의 1%를 민사고에 기부하고 있다. 올해까지 총 1억6000여 만원이다. 민사고는 이 돈으로 매년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 10여 명을 선정해 장학금을 준다.

6년간 민사고에 1억6000만원 기부
의료기업체 ‘하이로닉’ 이진우 대표

“학교 설립자 저서 읽고 감명 받아
앞으로 10%까지 늘리는 게 목표”

이 회사의 이진우(42) 대표는 “처음 500만원에서 시작해 지난해 5800만원까지 기부금액이 늘어나면서 회사가 성장하는 기쁨도 배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 증후군) 사태 이후 의료 관련 업계가 타격을 입었지만 이 대표는 올해도 기부금 2800만원을 내놨다. 그는 “이번에도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2003년 한 의료기기 업체의 영업사원으로 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2006년 하이로닉의 전신인 ㈜BSP 메디칼을 차렸다. 회사가 한창 성장해 나가던 중 민사고 설립자인 최명재 이사장(전 파스퇴르 유업 회장)이 쓴 책 『20년 후 너희들이 말하라』를 읽게 됐다. 그는 “국가에 민족의식을 갖춘 훌륭한 리더가 있어야 나라가 부강해진다는 대목에 감명받고 민사고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만나면서 실행은 2011년으로 늦춰졌다.

이 대표는 “처음 500만원이라는 적은 금액을 학교로 가져갔을 때 ‘꼭 필요한 돈’이라며 고마워했던 민사고 사람들의 표정이 기억난다”고 전했다. 또 “기부를 한 이후 회사가 더 잘됐다. 미국과 유럽 주도의 미용 의료 기기 분야에서 하이로닉 같은 한국 중소기업이 인정받는 이유도 인재 덕분이다. 인재 양성에 더 많은 기업이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기부 규모인 순이익의 1%를 앞으로는 10%까지 늘려가겠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이 대표는 “내가 버는 돈은 따지고 보면 사회에서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부터 학생들의 진로탐색 활동을 지원하는 다른 교육 사업에도 수익의 1%를 기부할 예정이다. 정진곤 민사고 교장은 “최 이사장이 사재를 털어 설립한 민사고는 1996년 입학생을 받기 시작해 현재까지 졸업생 1900여 명을 배출했다”며 “하지만 2000년대 초 파스퇴르 유업의 부도 이후 재단의 재정사정이 열악해지면서 사실상 유일한 기업 기부자가 하이로닉”이라고 소개했다. 자율형사립고인 민사고는 매년 3억~8억원 정도를 졸업생 등에게 기부받고 있다.

이 대표는 회사 직원 복지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전세자금으로 고민하는 젊은 직원들에게 기숙사를 제공하고 보증금·전세금 대출 등을 지원한다. 그는 “중소기업을 믿고 와주는 인재는 많지 않다. 그만큼 회사를 위해 일하는 좋은 인재의 중요성을 매일 실감한다” 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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