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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장도 이젠그만…"|유럽에 「남성해방운동」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여권신장을 주장하는 이른바 여성해방운동은 이제 옛날이야기인가.
유럽에선 요즘 남성들에대한 각종 차별을 철폐하고 남성들에게 끊임없이 소외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그들 고유의 전통적 역할에서 남성들을 해방하자는 「남성해방운동」바람이 불고 있다.
이 바람은 아직 조용한 바람이지만 서서히 많은 남성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남성해방운동의 태동을 보도한 파리의 르몽드지는 남성해방론자들이 지적하고 있는 남성차별대우사례를 이렇게 소개했다.
병역의무는 어째서 남성만이 져야 하는가. 과부에게는 연금을 지급하면서 홀아비에게는 왜 주지않는가. 작업중 사고에 대비. 여성근로자들이 남성근로자보다더 보호받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혼부부의 경우 어머니만이 자녀양육권을 갖는 것은 무엇때문인가.
남성해방론자들의 지적은 여기서 더 이어진다.
이들은 아내쪽이 인공유산을 결심했을때 남편들은이를 제지할 법적 권한이 전혀 없다고 불평하고 『자녀나 태아가 여성의 전유물일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여성보다는 남성쪽에 가정폭력의 희생자가 더 많다는 소리도 있다. 남편들은 잠자는 사이 아내들로부터 폭행을 당하기 일쑤지만 남성들은 자신이 여성에게 얻어맞은 사실을 「고백」 하지못하고 있을 뿐이라는 얘기다. 가정폭력의 경우 남성희생자가 여성의 2배나 된다는 미국의 통계도 있다.
남성해방론자들은 또 대부분 선진산업국의 경우 남성자살자가 여성 자살자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 남성의 평균수명이 여성보다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1960년부터 2000년까지를 기준으로 할때 세계전체의 남성들은 평균수명의 격차 때문에 세계전체의 여성들보다 10억년을 덜사는 셈』이라는것이 이들의 계산이다.
남성해방론자들은 이같은 현상이 남성고유의 전통적역할, 직업생활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한다. 직업생활은 남성들을 「야심주의」 「출세주의」 에 빠뜨리며 야심과 출세욕은 남성들에게 있어서의 모든 악, 이를테면 과도한 흡연이나 음주·스트레스, 심지어 뇌출혈의 근원이라는 주장이다.
남성들은 또 직업 생활때문에 가정을 비우는 시간이 많다. 그래서 남성들은 가정에서는 한낱 「로보트 아빠」 일뿐이다. 자녀들은 결국 「여성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성장할수밖에 없고 이런 세계에서, 살아온 사내아이는 다시 「로보트 아빠」가 돼 출세주의에 집착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마련이다.
때문에 남성해방론자들은 남성만이 직업생활의 노예가 돼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멍에를 여성과 나누어지자는 이야기다.
뒤집어 생각하면 이들의 주장은 다분히 여성해방론자의 논리와 섞이고 있다. 그렇지않아도 남성해방론자들은 『여성해방운동은 남성해방의 전제조건이며 여성해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남성해방운동도 있을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남성과 여성의 다같은 해방이 진정한 인간 해방을 가져올 것이라는 논리인 모양이다.
아뭏든 남성해방운동의 기수(?) 인 영국태생의 「위고·드·가리슨 씨는 브뤼셀을 근거지로해 이 운동을 착실히 펴나가고 있다.
물리학자인 그는 현재 남성해방운동에 관한 저서출판을 서두르고 있는 한편 유럽의 회안에 남성문제 소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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